201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창덕궁 부용정은 주합루 남쪽 부용지(芙蓉池)에 면한 누각이다. 부용(芙蓉)은 연꽃을 뜻한다. 부용지는 창덕궁 후원의 대표적인 방지(方池)이다. 부용정은 원래 숙종 33년(1707) 택수재(澤水齋)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가 정조 16년(1792)에 부용지를 고치면서 부용정(芙蓉亭)이라 부르게 되었다.
부용지는 길이 34.5m, 폭 29.4m의 장방형 연못으로, 가운데에는 도가 사상을 상징하는 직경 9m의 원형 인공섬이 조성되었다. 예전에는 이 섬에 현종 때 지은 청서정(淸暑亭)이 있었다고 한다. 연못을 사각형으로 만들고 그 안에 둥근 섬을 두는 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동양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다. 연못의 물은 지하수로 공급되지만 비가 올 때는 서쪽 계곡의 물이 용머리 모양의 입을 통해 들어오고 동쪽의 수구를 통해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부용지를 둘러싼 장대석 중 부용정 쪽 한 부분에는 물고기가 조각되어 있다.
부용정은 크게 보아 十자형 평면을 가진 팔작지붕 건물이지만 남쪽 면에 모양을 내기 위해 다각(多角)으로 접었기 때문에 복잡한 형상을 지닌다. 북쪽 면은 부용지 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육각형 돌기둥을 세운 후 그 위로 건물을 얹혔다. 돌기둥 위에 올라서 기둥의 바깥으로는 계자각 모양으로 장식을 했다. 연못에 떠있는 부분은 다른 곳보다 바닥을 높게 하였다. 평면의 둘레를 한 바퀴 돌아 쪽마루를 설치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기둥은 가는 원기둥을 사용했고 주두는 육각형 모양으로 얹었으며 그 위에 이익공 형식의 공포가 올라간다. 처마는 겹처마이고 평면의 형태에 따라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창호는 사방에 모두 사분합 세살문을 달아 전체적으로 개방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부용정에서는 왕이 과거에 급제한 이들에게 주연을 베풀어 축하해 주었다. 또 정조 19년(1795)에는 수원 화성을 다녀온 정조가 이 정자에서 신하들과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부용정 주변을 보면 남쪽 언덕에는 3단의 화계(花階)를 설치하고 꽃을 심고 수석을 배치하여 정원을 꾸며 놓았으며, 북쪽 연못에는 가운데에 섬 하나를 쌓고 그 뒤로 높은 언덕에 어수문(魚水門)과 주합루(宙合樓) 일곽이 보이도록 하였다. 주합루의 왼쪽으로는 서향각(書香閣)이 있으며 주합루 뒤 2단의 석대 위에 ‘제월광풍관(霽月光風觀)’이라는 편액의 작은 건물이 있다. 서향각의 뒤 높은 곳에 희우정이 있다. 연못의 서측에는 사정기비각(四井記碑閣)이 있다
부용정은 창덕궁 후원 초입에 천원지방의 조형원리에 따라 조성한 대표적 연못인 부용지에 지은 마루식 정자이다. 연못에 인접하여 자연의 선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풍류를 통해 수양을 하는 한국 정자건축의 대표적 작품이다. ‘十(십)’자 모양의 독특한 평면 형태, 공간구성, 건물의 장식 등이 뛰어난 비례와 대비로 건물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건물로 역사적·예술적·건축적으로 보존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