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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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개념
제왕이 왕조의 기업을 창립한다는 정치론을 가리키는 유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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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제왕이 왕조의 기업을 창립한다는 정치론을 가리키는 유교용어.
내용

맹자의 “군자(君子)가 창업하여 통서(統緖)를 전하는 것은 계승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니 그것이 성공할 것인지는 하늘에 달려 있다(孟子, 梁惠王)”라는 구절에서 경전적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정관정요(貞觀政要)』나 『당서(唐書)』 등에 실린 당나라 태종의 기록에서 태종이 창업과 수성(守成) 중에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를 물었을 때, 방현령(房玄齡)은 창업이 어렵다 하고, 위징(魏徵)은 수성이 어렵다 하여 창업과 수성을 대조시켜 논의하는 언급이 널리 알려져 있다.

먼저 맹자는 창업에 잇달아 수통(垂統), 즉 통서를 전하는 것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여기서 창업과 수통의 관계는 창업이 일회적인 사건이라면 수통은 창업 이후의 연속성을 지향하는 창업 군주의 행위이다.

따라서, 창업은 그에 앞선 왕조나 시대를 극복하고 새로운 왕조를 창립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기 지속성을 위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 수통으로서 창업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며, 이러한 체계가 통서로서 지속성을 추구하게 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맹자는 창업이나 수통이 성공하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언급을 통해 창업이 인간의 의지에 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초월적 근원임을 강조하였다. 그것은 제왕의 창업이란 곧 혁명이요, 천명(天命)을 받음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유교적 천명 사상(天命思想)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혁명이나 창업은 왕조의 새로운 창립이라는 역사적 현상으로서도 같은 말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이 천명 쪽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창업은 인간 쪽의 활동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당 태종에 관한 역사 기록에서는 창업과 수성을 대조 상응시키고 있는 사실을 보여 준다. 창업이 일회적 사실로서 이루어졌을 때 그것으로 충족될 수 없고, 창업의 내용으로서 통서가 지속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창업은 그 다음 단계로서 수성을 통한 창업체제의 계승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창업과 수통이 창업의 본질에 내포된 양면이라고 한다면, 창업과 수성은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구분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업이 일회적이라 하더라도 역사의 현실 속에서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왕조의 기본 체제를 정립해 가는 동안을 창업 활동이라 보는 것이 당연하다.

창업은 한 왕조의 새로운 창립인 만큼 정치 제도나 법 규범 가치 체계를 비롯하여 지배계층의 인물 구성이 변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 내용의 기본 범위와 규모가 정립되는 과정은 창업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창업의 체제가 사회 저변에 확장, 심화되면서 안정화하는 기간을 수성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창업이 유교 전통의 개념인 만큼 조선왕조의 개국 시기에 창업에 관한 인식이 강하게 드러났다. 태조의 즉위 3일 후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에서도 “창업 수통하여 자손에 전해 주는 일이 바로 오늘에 달려 있다”하고, 한 시대의 규모와 만세의 준칙을 세우도록 하여 창업의 규범 체계를 정립하기를 요구하였다.

변계량(卞季良)은 세종 1년(1419)에 올린 봉사(封事)에서 태조를 창업의 군주로, 태종을 창업과 수성을 겸한 군주로, 세종을 수성의 군주로 배정하면서, “창업의 때에는 진취(進取)가 귀하고 수성의 날에는 안정(安靜)이 귀하니, 시세(時勢)가 그런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곧, 창업과 수성의 시대적 과제와 성격을 구분하면서 특히 창업을 개혁적 진취성으로 보고 수성을 보수적 안정성으로 보았던 것이다.

김숙자(金叔滋)도 1431년에 올린 상소에서 “창업 수통의 임금은 멀리 생각함이 깊고 법을 세움이 정밀하다”라고 언급, 창업 시기에 세운 법을 존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이(李珥)는 『성학집요(聖學輯要)』 식시무장(識時務章)에서 시무(時務)의 요점을 창업·수성·경장(更張)의 세 가지로 체계화시켰다. 그는 『주역』의 둔괘(屯卦)가 상징하는 어려운 시기가 군자의 일할 때라는 뜻이나, 『주역』 계사(繫辭)에서 “궁색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소통하고 소통하면 항구하다”는 언급 및 『맹자』의 구절에서 창업의 도리를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창업의 도리는 요(堯)·순(舜)·탕(湯)·무(武)와 같은 덕으로 시대가 개혁할 때를 만나서 하늘에 상응하고 사람에 순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니 의논할 것이 없다”하여 논의를 기피하고 수성과 더불어 경장을 주로 논의하였다. 곧, 혁명론의 주장이 아닌 개혁론은 창업론에 대해 경장론을 대치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참고문헌

『태조실록』
『성학집요』
『강호선생실기(江湖先生實記)』
『춘정집(春亭集)』
집필자
금장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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