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불교 사찰에서 사용한 범종이며, 명문을 통해 1581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종의 몸체는 곡선을 이루면서 구연부가 안으로 오므라드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한 마리의 용으로 만들어진 종뉴와 음통이 있고 천판에는 입상화문대를 갖추었다. 또한 몸체의 표면에는 상대와 하대, 연곽 등이 표현되었다. 이는 통일신라와 고려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범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반면 상대 아래에는 원형 범자가 띠처럼 둘러져 있고 연곽은 몸체 중심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범자 문양의 표현이나 연곽의 위치 변화는 조선시대에 나타나는 새로운 요소이다. 또한 하대의 장식이 종의 구연부 테두리보다 위쪽에 배치되어 있는 점도 주목되는데, 가로 띠를 둘러 몸체를 상하로 구분하는 것은 중국 종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몸체에 보살상과 같은 부조는 나타나지 않고 연곽 사이 하단에 4개의 당좌가 있다.
태안사 동종은 몸체 세 곳에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1457년(세조 3)에 종을 처음 주조했지만 파손되었고 이후 1581년(선조 14)에 다시 만들었다고 전한다. 또한 승려 5인과 일반인 2인이 시주자로 참여하여, 금 400근을 넣어 제작하였다는 내용도 기록하였다.
앞선 시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일부 새로운 요소가 채용된 예는 경상북도 안동 광흥사 동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태안사 동종 제작 2년 후인 1583년에 주성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두 유물의 공통된 특징을 통해, 16세기 조선시대 범종의 양식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태안사 동종은 통일신라에서 비롯된 한국종의 독창적인 조형양식을 계승하는 한편 외래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고 주조기술도 우수하며, 몸체에 양각된 명문을 통해 조성 유래와 제작연대를 알 수 있다. 시대성을 지니는 동종의 양식적 특징과 명문 기록으로 인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