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암은 지표상의 암석이나 생물체가 자연의 여러 가지 작용으로 인하여 물 밑 또는 대기 밑에 쌓여서 이루어진 암석이다. 물 밑에 쌓인 것을 수성암이라 하고, 대기 밑에 쌓인 것을 기성암이라고 한다. 얇은 퇴적물 층이 겹겹이 쌓인 평행구조의 층리가 있으며 자갈·모래·미사·점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퇴적 당시의 무기적·유기적 기록이 지층에 남게 되어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인간에게 유용한 여러 자원이 퇴적작용을 통하여 농집되어 산출된다. 우리 나라에서 풍부하게 산출되는 석회암은 현재 시멘트 제조에 많이 쓰이고 있다.
여러 종류의 암석이 풍화, 침식되어 자갈 · 모래 · 진흙 등이 되고, 이들이 물 · 바람 · 빙하에 의하여 운반되어 호수나 바다 밑 혹은 대기 밑에 쌓여 생성되기도 한다. 화산의 폭발로 뿜어져 나온 화산재나 화산력 등이 쌓여서 생성되기도 하며, 물이나 대기 중에서 화학적 침전 혹은 승화로 인하여 고체 및 생물체가 쌓여 생성되기도 한다. 물 밑에 쌓인 것을 수성암(水成岩)이라 하고, 대기 밑에 쌓인 것을 기성암(氣成岩)이라고 한다. 돌부스러기로 만들어진 퇴적암을 쇄설성퇴적암(碎屑性堆積岩), 침전으로 생성된 것을 화학적 퇴적암, 생물체가 퇴적된 것을 유기적 퇴적암이라고 한다. 퇴적암을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많은 것은 자갈 · 모래 · 미사(微砂:가는 모래) · 점토 등이며, 이들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표〉와 같이 세분된다.
명칭 | 입자 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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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력 | 256 이상 |
왕자갈 | 64~256 |
잔자갈 | 4~64 |
왕모래 | 2~4 |
모래 | 1/16~2 |
미사 | 1/256~1/16 |
점토 | 1/256 이하 |
〈표〉 쇄설성 퇴적물의 분류 (단위 : ㎜) |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탄산칼슘(CaCO₃) 성분의 극미립자가 물에서 침전하여 생기는 비결정질 석회암이다. 어떤 석회암은 거의 전부가 초미생물로 이루어져 큰 생물의 껍데기가 산재하여 있는 것이 있으며, 곳에 따라서는 석회암이 거의 모두 바다 생물의 껍데기나 굳은 부분으로 형성되는 것도 있다.
퇴적암에는 보통 얇은 퇴적물의 층이 겹겹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평행구조의 층리(層理)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퇴적물이 쌓이는 면을 성층면(成層面)이라 하고, 성층면에 직각으로 자른 면에서 나타나는 무늬를 층리라고 하는데, 이 층리는 일기 · 계절 · 기후의 변화, 해저 깊이의 변화, 해류의 변화, 생물의 성쇠현상 등에 의하여 공급되는 물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긴다. 층리는 평행한 것 외에도 사층리(斜層理)가 있어 층리가 기울거나 휘어지고 잘리기도 하는데, 이것으로 물의 흐름 방향을 알 수 있다. 이 밖의 퇴적구조로는 물결자국이 보존된 연흔(漣痕), 퇴적물이 말라서 틈이 생긴 채 보존된 건열(乾裂), 화학적 침전물의 덩어리로 발견되는 결핵체(結核體) 혹은 단괴(團塊), 식물이나 동물의 유해로 남은 화석 등이 있다.
한반도는 화북-한국 대지(臺地)의 동남부에 위치한 선캄브리아계 기반 위에 캄브리아기 이후 현생이언의 여러 지층들이 퇴적되어왔다. 이들 퇴적암들은 각각의 지질시대와 퇴적장소에 따라 함유하는 퇴적물의 성질이 다르다. 자갈로 된 역암(礫岩), 모래로 된 사암(砂岩), 미사로 된 미사암(微砂岩), 점토로 된 셰일(shale) 등의 쇄설성(깨진 부스러기) 퇴적암들은 우리 나라의 고생대 말엽, 중생대 및 신생대의 지층 내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고생대의 쇄설성 퇴적암지층들은 평안남도 · 황해도 · 강원도 등지에 분포한 조선계양덕통(朝鮮系陽德統)과 평안남도 북부, 평양부근, 함경남도 남단부, 강원도 남동부, 강원도에서부터 충청북도 북동부와 전라남도 남서부에 이르는 지역, 황해도 남동부, 함경북도 북부 등지에 분포한 평안계지층(平安系地層)들이 있다.
중생대의 쇄설성 퇴적암지층을 평양 부근에 소규모로 분포하는 대동계지층(大同系地層)과 경상남북도에 넓게 분포하는 경상계지층(慶尙系地層)들로서 평안북도 남서부, 압록강 연안, 평양 부근에서부터 재령강 유역에 걸치는 지역, 강원도 · 충청북도 · 전북특별자치도 · 전라남도의 일부지역에서도 경상계퇴적층이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다. 신생대의 쇄설성 퇴적암 중 제3기 지층들은 분포 면적이 대단히 좁으며 포항 · 영해 · 어일 · 울산 · 제주도, 황해도 봉산탄전, 평안남도 안주탄전, 평안북도부근, 함경북도 유선탄전, 함경북도 명천, 강원도 통천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알려진 신생대 제4기의 쇄설성 퇴적암은 제주도 성산포의 신양리층뿐이다.
화학적 퇴적암으로는 석회암 · 암염 · 석고 등이 있는데, 석회암만이 우리 나라에서 산출되고 있다. 암염과 석고는 바닷물이 모래둑에 의하여 격리된 바닷가의 호수에서 침전하는데 건조한 지방에서만 침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는 이들이 지하에서 생산되지 않으므로 한반도의 지질시대를 통하여 이런 환경을 경험한 곳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석회암은 우리 나라의 고생대 초엽 조선계지층에서 풍부하게 산출되는데, 평안남도와 황해도에 대단히 넓게 분포하며, 강원도와 충청북도 · 경상북도에 걸쳐서도 비교적 큰 분포를 보이고 있다. 평안북도에는 압록강 연변에 수개의 작은 노출지가 분포하고 있다. 이 조선계퇴적암들은 거의 모든 퇴적물들이 석회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석회암통(大石灰岩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유기적 퇴적암에는 석탄 · 토탄 · 유기적 석회암 · 백악 · 규조토 · 석유 · 아스팔트 등이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백악과 아스팔트는 산출되지 않고 있다. 석탄은 식물이 두껍게 쌓여서 만들어진 퇴적물이며 탄화작용이 진전될수록 무연탄과 흑연으로 변한다. 우리 나라에서 산출되는 무연탄은 고생대 말엽에 생성된 것으로서 평안계에서 주로 산출되며 중생대의 대동계지층에도 부존한다.
토탄은 지하 수십㎝ 내지 1m의 평야 또는 논바닥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200만 년 전∼수만 년 전 사이의 홍적세에 자라던 식물이 묻힌 것으로서, 우리 나라의 논 밑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규조토는 바다에 살던 규조(硅藻)가 쌓여서 이루어진 백색의 퇴적물로서 우리 나라의 제3기와 제4기 지층에서 산출되며, 분포지는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노구리, 강원도 평강군 고삽면 세포리, 함경남도 안변군 문산면 행현리, 함경북도 경성군 주남면 부평동 등지가 알려져 있다. 석유는 우리 나라에서 경제성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어 있으며, 포항분지와 전라남도 해남 서측의 화원반도에서 저품위의 석유가 관찰된다.
퇴적한 지층 속에는 퇴적 당시의 무기적 · 유기적 기록이 남게 되어, 퇴적암은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또한, 인간에게 유용한 여러 가지 자원이 퇴적작용을 통하여 농집되어 산출되므로 퇴적암은 인류의 생활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왔다. 쇄설성 퇴적물 중 자갈 · 모래 · 진흙 등은 과거의 지질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하천과 호수 · 바다에 쌓이게 되어 이들 덜 굳어진 상태의 퇴적물들을 건축용 자재로 이용하여 왔고, 석기시대에는 주변의 하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자갈 따위를 이용하여 무기나 생활도구로 써왔다. 석탄은 우리 나라의 주요한 에너지자원으로 사용되어 왔고, 조선 말엽에 산지 부근의 촌락인들이 약간씩 이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풍부하게 산출되는 석회암은 현재 시멘트 제조에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