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준은 문헌에 따라 그 명칭에 있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주나라의 목왕(穆王)이 아끼고 사랑한 적기(赤驥)·도려(盜驪)·백의(白衣)·유륜(踰0x962c)·산자(山子)·거황(渠黃)·화류(驊騮)·녹이(綠耳) 등을 가리킨다.
중국에 있어서는 송나라의 『선화화보(宣和畫譜)』에 의하면 이미 진나라의 사도석(史道碩), 당나라의 한왕원창(漢王元昌)·한간(韓幹) 등이 「팔준도」의 작품명을 남기고 있다. 현존 작으로는 청나라의 낭세령(郎世寧)이 그린, 국립고궁박물원 소장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팔준도는 여덟 마리가 한 화폭에 함께 등장하는 대작(大作)이 있는가 하면, 각기 다른 화면에 한 마리씩 그리기도 하였다.
서로 다른 아름다운 외모와 자세를 달리한 팔준도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몇 작품 알려져 있다. 비록 조선시대 이전은 현존 작이 공개된 바 없다. 그러나 고려시대에는 「육준도(六駿圖)」 등의 작품명이 문헌에 보여 팔준도도 그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조선 초 개국 이래 태조의 팔준에 관한 부(賦)와 세종 때 이를 그린 기사가 조선왕조실록이나 개인 문집류에서도 산견된다. 안견(安堅) 같은 거장은 적어도 두 번 이상 팔준도를 그렸음이 확인되나 전래되는 작품은 없다. 문인화가 중에서 말 그림을 즐겨 그린 윤두서(尹斗緖)는 「우마도권(牛馬圖卷)」에 말 여덟 마리를 함께 등장시키기도 하고, 전칭작으로 「팔준도」를 남기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김홍도(金弘道) 전칭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8곡 병풍으로 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있다. 그리고 조선 말기 장승업(張承業) 및 조석진(趙錫晉)이 남긴 걸작이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