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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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도 / 장승업
노안도 / 장승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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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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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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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동양의 옛 산수화에 있어 가을 경치를 대표하여 ‘소상팔경도’ 가운데 ‘평사낙안(平沙落雁)’이 포함되기도 한다. 노안도(蘆雁圖)의 노안을 노안(老安)과 같은 의미로 여겨 노후의 안락함을 기원하는 그림으로도 그렸다.

중국의 옛 그림을 살피면 가을 정취임에는 틀림없으나 갈대 외에 조락한 연잎이나 꺾인 부들을 나타내기도 했고, 때로는 명(明)의 여기(呂紀)의 예처럼 부용이나 들국화 등을 함께 그린 다소 장식적인 그림들도 남아 있다. 송(宋)나라 때부터 기러기가 화면에 나타났는데 이는 현존 화적이나, 문헌에 나타나 있는 작품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림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갈대숲을 배경으로 한 마리만 등장시킨 것, 쌍으로 나타낸 것, 한 가족인 양 몇 마리를 함께 그린 것, 이들보다 훨씬 많은 무리를 이룬 기러기들을 화면에 옮긴 것 등 그림에 등장한 기러기의 수에 의해서도 구분된다.

무리를 이룬 새는 한 폭만이 아니라 여러 폭에 이어지는 대작들도 있는데 이는 특히 조선 말기 화단에서 일정한 정형을 이룩하였다.

고려 12세기 전반의 청자 중에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문양을 찾아볼 수 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청자 양각갈대기러기문 정병에 양각으로 나타낸 것으로, 다른 면에는 버드나무 아래 원앙을 등장시킨 2폭의 그림, 또는 정병을 돌려가면서 보면 한 폭의 물가 풍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송(宋)나라 때의 이러한 소재 그림과 친연성은 크며 이 시기에 이와 같은 그림들이 그려져졌으리란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한 마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고 있으며, 다른 한 마리는 지면에 납작하게 가슴을 대고 조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한 쌍의 금실 좋은 부부를 보는 듯하다.

원앙은 한 마리만 등장하는데 반대편에서 이들이 부러운 듯 목을 빼고 있다. 같은 용도의 정병이나 청자가 아닌 금속기인 청동은입사정병에서도 기러기를 찾아볼 수 있다.

보다 너른 수면이 전개된 것으로 기러기만이 아닌 뱃놀이를 즐기는 인물 등이 함께 어우러진 것으로 풍경 내에 갈대와 기러기가 비중 있게 너른 범위로 등장해 있다. 이들 정병과 거울에 등장한 기러기들은 문양적인 성격에 앞서 동시대 그림의 밑면을 보여 주고 있어 회화의 보완자료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안평대군의 회화수장목록[匪懈堂畵記]에는 안견(安堅, 15세기)의 노안도 1폭이 언급되어 있다. 오늘날 이 그림은 전해지지 않으나 조선 초에 그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의 두 그림이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시대의 노안도 가운데는 가장 시기가 오래된 것이다.

각기 종이와 비단에 그려진 것을 보면 송이나 원나라 그림과 친연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들로 섬세한 필치와 묘사, 고운 설채기법 등을 통해 두 그림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 비단에 그린 것은 갈대가 전면에 크게 부각되어 있으나 이 그림 또한 다른 식물도 보인다.

조선 중기 화단에선 문인화가들이 여러 가지 새들을 계절에 안배하여 한 화첩으로 제작한 사계영모도(四季翎毛圖)가 크게 유행하였다.

김시(金禔, 1524∼1593)와 이경윤(李慶胤, 1545∼1611)에 이어 김식(金埴, 1579∼1662) 및 이징(李澄, 1581∼1674 이후) 그리고 조속(趙涑, 1579∼1668) 및 이건(李健, 1614∼1662) 등으로 그 대가 이어지며, 이들이 그린 그림은 규모가 작은 화첩들이기에 족자와 달리 보관상의 이점으로 전래된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사계산수처럼 그림에 나타난 식물이나 새들이 계절과 맞아떨어지는 것들로, 여름에는 다리와 부리가 긴 물새가, 가을에는 기러기가 주된 주인공이다.

봄에는 부피가 작은 새들이, 겨울에는 고개를 떨구고 조는 새가 그려져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이징은 기러기를 소재로 한 수작(秀作)을 여러 작품 남기고 있는데 개인화랑에서 개최한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된 대작(大作)은 괄목할 만한 명품(名品)이다.

이 그림은 좌상단에 관인(憩印)이 있으며, 다양한 형태를 취한 기러기들이 잘 나타나 있다. 활달하고 완숙한 필치가 돋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한 쌍의 기러기를 야경(夜景)으로 나타낸 간송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이 있다. 둘 다 각기 사계영모도첩에 속한 것으로 양자 사이의 구도의 유사성, 필치 및 구성 등 화풍의 공통점이 느껴진다.

같은 분위기의 그림들은 조선 중기 여러 화가들에서 두루 찾아볼 수 있으며 간략한 구성으로 보다 너른 여백이 느껴지는 김식의 그림도 전래되고 있다. 이 그림 또한 현재는 4폭만 전해지나 사계영모도 계열의 화첩에 속한 한 점이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 노안도로 명성을 얻은 화가로는 여럿을 꼽을 수 있다. 지방화단의 양기훈(楊基熏, 1843∼?), 강필주 그리고 조선의 3대 화가에 드는 장승업(張承業, 1843∼1897)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특히 양기훈은 여러 폭에 이어진 노안도를 여럿 남기고 있어 이 분야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화가이다.

장승업은 다방면의 소재에 두루 능했으며, 조선 후기 이래로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동물을 각 폭에 담은 병풍에 기러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 또한 뛰어난 대작 병풍인 노안도를 남기고 있다.

노안도는 조선 초부터 말기 화단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그려진 소재로 각 시기별로 구별되는 독특한 화풍을 이룩하였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소재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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