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바탕에 수묵(水墨). 세로 119.7㎝, 가로 47.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래는 8폭병풍에 속한 것이나 현재는 8폭 모두 각기 하나씩 족자로 꾸며져 있다.
유압(游鴨)·백로(白鷺)·노안(蘆雁)·비안(飛雁)·주로(朱鷺)·숙조(宿鳥)·매작(梅鵲) 등 각 폭마다 한쌍의 새를 대나무와 매화 외에 마름이나 부들과 같은 물풀들과 함께 그렸다.
이 그림에는 전혀 관지(款識)가 없으나 홍세섭의 호인 석창(石窓)의 관지가 있는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에 소장된 소폭 편화가 ‘유압’과 크게 닮았기에 오늘날 홍세섭 작으로 통칭된다.
산수병(山水屛)에서와 같이 네 계절에 걸맞는 새들과 그 배경 처리로 사계절을 의도적으로 나타내었음이 분명해지는데 이 「야압도」는 동경(冬景)인 셈이다. 눈 덮인 경치를 배경으로 하여 산인지, 눈이 얼어붙은 식물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추상적인 미까지 간취된다.
상반부는 이들 배경이 점하며, 하반부에는 얼굴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한 한쌍의 물오리를 상하로 포치시켰다. 비록 필치에 있어서는 여기적(餘技的)인 면이 강하게 드러나 있으나, 매폭마다 예외없이 간취되는 깔끔한 화면구성, 동일수준의 격조, 등장된 새들의 순간적인 동작 및 다양한 자세들이 잘 나타나 있다.
19세기 후반에 있어, 특히 홍세섭이 화단에 끼친 영향과는 별개로, 그 예가 흔하지 않은 가작(佳作)이며 특히 진일보한 화면구성, 부감적인 시각 등도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