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후룡전」은 장애를 지닌 한후룡과 임허영이 장애를 극복하고 영웅에 이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앞을 보지 못하는 후룡과 걷지 못하는 허영은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가출한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존재가 된다. 두 사람은 부처님께 시주하여 온전한 신체를 지닌 사람이 되고, 국가가 전란에 빠졌을 때 등장하여 국가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영웅이 된다. 독특한 내용을 지닌 이 소설은 세책본으로, 장애인의 고통과 장애의 극복 과정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확인된 「한후룡전」은 모두 한글본으로, 세책본과 구활자본의 2종이 존재한다. 두 종 중에서 간행 시기가 앞선 것은 ‘세책본’이다. 세책본은 세책점에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대여해 주었던 책으로, 현재의 도서 대여점에서 빌려주던 책과 같은 것이다. ‘약현세책본’인 세책본은 1892년에 현재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 지역 일대에서 빌려주던 것이다. 한편, 구활자본은 이러한 ‘약현세책본’을 서양의 활판 인쇄술을 도입하여 대량으로 찍어낸 것이다.
중국 명나라 성화 연간에 한후룡과 임허영이 있었다. 후룡은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고, 이웃에 사는 허영은 태어나면서부터 걷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다. 두 사람은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가출을 시도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가던 도중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 눈이 없는 후룡에게 허영이 눈이 되어 주고, 걷지 못하는 허영에게 후룡이 다리가 되어 주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존재가 된다.
두 사람은 산중을 걷다가 호랑이를 만나고 이를 퇴치한다. 두 사람이 호랑이를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관아에서는 그들에게 큰 상금을 준다. 이후에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나고, 이번에는 거리에서 황금 덩어리를 줍게 된다. 욕심이 없는 두 사람은 황금 덩어리를 결국에는 부처님께 시주한다. 시주한 다음날 후룡은 눈을 뜨게 되었고, 허영은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온전한 신체를 갖게 되자 절에 들어가 도승으로부터 병법과 무술을 익힌다. 이후 두 사람은 나라에서 과거 시험이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한다. 두 사람을 만난 황제는 후룡을 대제학으로, 허영을 부제학으로 제수한다. 이후 도적이 침범하여 국가가 위기에 빠진다. 이때 두 사람은 출전하여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다. 이후 후룡은 좌승상, 허용은 우승상에 올라,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한후룡전」은 장애를 지닌 두 주인공 한후룡과 임허영이, 장애를 극복하고 영웅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장애를 지닌 후룡과 허영에 대한 가족들의 냉대를 통해, 장애를 지닌 주인공이 삶을 살아가기가 어려운 당대 현실의 문제를 보여 주고 있다. 그렇지만 작품 후반부에서는 이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신체적 · 정신적으로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삶을 보여 주는 인물상을 통해 전반부와는 다른 내용을 보여 주고 있다.
「한후룡전」에서는 앞을 보지 못하는 후룡과 걷지 못하는 허영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부터 유행했던 다양한 설화를 적절히 작품에 배치했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잡아다가 관가에 바친다거나, 길거리에서 황금을 주웠으나 욕심부리지 않고 시주하여 보상을 받는 것은 무송타호 설화, 형제투금 설화, 지성이와 감천이 설화 등을 활용한 것이다.
고소설사에서 장애인의 존재와 이들에 대한 관심의 화두가 제기된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심청전」과 같은 판소리계 소설에서, 심 봉사와 같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후룡전」은 이러한 문학사적 흐름에서 산출된 작품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 소설이 세책본이라는 점이다. 세책본은 독자들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책이다. 세책업자는 이윤을 추구하고 독자들의 취향을 끌기 위하여 다양한 소설을 만들었다. 「한후룡전」은 이러한 목적으로 세책점에서 기획하고 만들어서 유통시킨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