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명당 설화 (우물 )

구비문학
작품
풍수의 아내가 우물 명당에 시신을 묻으라는 남편의 유언을 폭로하는 바람에 발복과 재생에 실패하는 내용의 구전 설화.
이칭
이칭
황금정 설화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우물명당 설화」는 풍수의 아내가 우물 명당에 시신을 묻으라는 남편의 유언을 폭로하는 바람에 발복과 재생에 실패하는 내용의 구전 설화다. 간혹 우물의 이름을 표제어로 내세워 「황금정 설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야기는 대체로 어떤 풍수가 죽으면서 자신의 시신 일부를 마을 우물에 넣으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이를 엿들은 그의 아내가 풍수 사후에 비밀을 폭로하여 명당이 발복되지 않은 채 좌절되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정의
풍수의 아내가 우물 명당에 시신을 묻으라는 남편의 유언을 폭로하는 바람에 발복과 재생에 실패하는 내용의 구전 설화.
전승 및 채록

지역에서 풍수담의 하나로 전승되는 구전 이야기로, 여러 지역에서 구술 · 채록된 바 있으나 전승 각편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대체로 어떤 뛰어난 풍수가 죽기 전에 자신의 묏자리를 우물 명당(明堂)으로 알려 주어 후손들과 가문의 영달을 꾀했으나 그의 사후 풍수의 아내가 비밀을 폭로하는 바람에 발복(發福)에 실패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금정 설화」는 우물 명당 이야기의 한 유형으로, 이들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우물명당 설화」와는 다른 서사 전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에서는 풍수가 자신의 큰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우물 명당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큰아들은 거절하고 막내 아들은 이를 따라 아버지의 시신 일부를 우물에 묻고 길을 떠난다. 막내 아들은 길을 가다가 아직 다 죽지 않은 공주(또는 대감의 딸)를 무덤이나 초분(草墳)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후, 공주의 편지를 가지고 궁중에 들어가서 부마(또는 양반의 사위) 노릇을 한다. 막내 아들은 결국 공주가 환생하여 인간 세계로 돌아오는 기간(백일)을 기다려 부마가 된다. 일부 이야기 각편에서는 막내 아들이 대국의 천자나 왕이 되기도 하고, 대감의 사위가 되어 출세를 하거나 보물을 얻어 부자가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전승의 지속 지향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풍수가 죽기 전에 자기 시신의 일부분, 주로 머리를 마을의 우물이나 대동샘에 넣으라는 유언을 남기는 장면, 유언을 남기는 과정에서 아내를 배제하는 장면, 풍수의 유언이 실현된 후 풍수의 아내와 아들이 다투다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 풍수의 시신이 드러나는 순간 검은 소나 용이 되려던 무언가가 사라지면서 발복이 좌절되는 장면이다.

이때 풍수의 시신 일부가 묻히는 장소는 우물, 대동샘 등 물이 고여 있으면서 신성한 장소로 받아들여지는 곳, 혹은 주술적 힘이 존재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공간으로 표상된다. 풍수의 시신이 드러나는 순간 검은 소가 되어 일어나거나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던 사건이 좌절되고 실패로 끝나게 되는데 각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사후의 신체 일부가 재생(再生)의 존재로 거듭나는 사건을 상징한다. 검은 소가 주저앉아 사라지거나 승천하려던 용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곧 재생의 신성한 사건이 파멸의 결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표상하는데, 이것은 명당 발복을 통해 가문의 영달과 후손의 번영을 바랐던 풍수의 욕망이 좌절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물명당 설화」는 여성의 비밀 폭로로 남성의 의지나 욕망이 좌절되는 비극적 주제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의 이야기는 흔히 전설의 형태로 전승되는데 남성 연행자들, 그중에서도 마을의 연장자나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받는 웃어른, 마을 공동체 내 관계 질서에서 상당히 상층에 위치한 인물들에 의해 전승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지역 내 토박이 남성들이 이야기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다.

「우물명당 설화」는 뛰어난 풍수에 대한 이야기면서, 풍수지리적 관념과 태도를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마을에 존재하는 이른바 명당에 얽힌 이야기이기도 하고 명당 발복이 좌절되고 실패한 유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마을의 중요한 대동샘에 얽힌 전설의 형태로 전승되기도 하는데, 이때 대동샘은 마을 우주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우주 창조와 재생이 시작되고 순환되는 우주적 중심 혹은 대지의 배꼽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

내용

각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우물명당 설화」의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죽음을 앞둔 어떤 풍수가 자신이 죽은 후에 명당에 묻히지 못할 것을 염려하였다. 어느날 아들들을 불러 유언을 남기려고 하는데 마침 방안에 아내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외인(外人)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기분이 상한 풍수의 아내는 방을 나가는 척 하다가 몰래 유언을 엿듣는다. 풍수는 아들들에게 자신이 죽은 후 시신에서 머리 부분을 떼어 내 마을 우물에 넣으라고 말한다. 풍수가 죽은 후 아들들은 아버지가 유언한 대로 시신의 머리 부분을 떼어 내 마을 우물에 넣는다.

세월이 흐른 어느날 풍수의 아들이 그 어머니와 싸우다가 화가 난 풍수의 아내가 아들을 향해 "아버지 시신을 훼손하여 마을 우물에 넣은 놈"이라고 욕을 한다. 마을 사람이 이를 우연히 듣게 되어 풍수 집안의 비밀이 마을에 널리 알려진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 우물을 파내자 이제 막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풍수의 시신이, 혹은 검은 소가 되어 일어나려던 풍수의 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용으로 승천하거나 검은 소가 되어 일어났으면 풍수의 집안이 대대로 유복하고 그 자손들이 높은 벼슬에 올랐을 것인데 풍수의 아내가 비밀을 발설하는 바람에 모든 일을 그르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여자와는 비밀을 공유해선 안 된다고 어른들이 말했던 것이다.

의의 및 평가

「우물명당 설화」에서 우물은 마을 우주의 중심 공간인 동시에 신성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공간이다. 이곳은 대지의 힘이 흘러 나가고 흘러 들어오는 이른바 '대지의 배꼽'이며 우주가 창조되고 순환하고 재생하는 중심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풍수의 시신 일부가 이 공간에 들어가 성스럽고도 완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검은 소나 용은 우주의 중심 공간이 지닌 신성한 힘을 상징하는 동시에 재생의 완성을 뜻한다. 그러나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금기가 위반되어 비밀이 폭로되는 바람에 이 재생의 사건은 균열을 안게 되며 이 때문에 발복이라는 신성성의 발현은 좌초되고 만다. 풍수담에서 신성한 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은 대지에 깃든 신성성이 금기 위반으로 인해 훼손되는 장면의 파토스를 구현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검은 소가 막 일어나려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승천하려던 용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금기 위반을 초래한 존재가 풍수의 아내이자 풍수 아들의 어머니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행 및 전승 주체들은 혼인을 통해 가족이 된 여성을 타인(他人)이자 외인(外人)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발생한 이 금기 위반을 비밀 폭로라는 윤리적 과오로 맥락화하면서 이와 같은 위반이 벌어지는 까닭이 외인으로서의 위치와 정체성에 있는 것으로 서술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를 구술하는 이들은 연행 말미에 ‘여자는 돌아누우면 남이다.’, ‘여자는 남이다.’, ‘어머니는 타성(他姓)받이다.’, ‘여자에게 비밀은 없다.’는 등의 발언을 덧붙인다. 남성의 의도가 좌절되거나 가문의 영달이라는 남성 권력의 의지가 실패로 귀결되는 이야기에서 그 좌절과 실패의 원인이 여성의 윤리적 과오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물명당 설화」는 남성 정체성의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서사가 어떤 젠더 정치의 전략을 취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임석재, 『한국구전설화』(평민사, 1987~1993)

논문

김영희, 「비극적 구전 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연세대 박사학위논문, 2009)
심민호, 「풍수설화에 나타난 여성인물 고찰: 남성의 시각으로 재단된 여성들」(『겨레어문학』 37, 겨레어문학회, 2006)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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