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책. 석인본. 1937년 손자 순제(恂濟)가 편집, 간행하였다. 권두에 권재규(權載奎)의 서문이, 권말에 순제와 사촌동생 찬규(纘奎)의 발문이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권1·2는 시 147수, 권3은 서(書) 38편, 잡저 2편, 서(序) 3편, 기(記) 3편, 발(跋)·제문·비명, 권4는 부록으로 가장·행장·묘갈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잡저의 「횡구설(橫溝說)」은 문장작법의 원칙에 매우 충실하면서 자신의 호를 설명한 글인데,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한나라와 초나라의 경계를 삼았다는 홍구(鴻溝)에서 구(溝)를 따오고, 송나라 말기의 유학자로 주희(朱熹)에게 영향을 끼쳤던 장자후(張子厚)의 호 횡거선생(橫渠先生)에서 횡(橫)을 따왔다 하고, 기(棄)와 불기(不棄), 우(遇)와 불우(不遇)의 운명적 조합을 설명하였다.
저자는 스스로를 저력(樗櫟)하다 하면서도 은근히 불우하여 버림받은 인재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시에서도 나타나 「발민(撥憫)」·「견민(遣憫)」 등에서는 묻혀 사는 자의 고뇌를 애써 타파하면서 자득지취(自得之趣)를 노래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쇠하여가는 국운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기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는 유학자의 갈등과 한계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