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정읍 정혜사 대웅전 옆에 봉안되어 있는 석조보살입상으로, 고려시대에 유행한 석주형(石柱形)의 보살상이다.
불상의 목과 허리 부분이 절단되었던 것을 시멘트로 접합하였다. 상호는 장방형으로 이목구비가 가운데로 몰려 있으며 양감표현이 풍부하지 않아 평면적이다. 좁은 이마에는 백호가 생략되었다. 머리에 높은 보관을 쓰고 있어 이 상이 보살상임을 알 수 있으며, 보관의 아래는 발계선(髮界線)을 조각하였다. 높이가 높은 보관의 착용은 주로 고려 전기 석조보살상에서 그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평창 월정사(月精寺) 석조보살좌상이나 강릉 한송사지(寒松寺址) 석조보살좌상, 당진 안국사지(安國寺址) 석조삼존상 등을 들 수 있다. 신체는 석주형으로, 신체의 굴곡이나 양감이 표현되지 않아 평면적이다.
천의는 고려시대에 들어오면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통견(通肩)의 대의형(大衣形)으로, 옷자락은 겨드랑이선을 따라 밑으로 내려와 가슴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왼쪽 어깨에는 옷자락이 삼각형으로 접힌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착의법은 부여 대조사(大鳥寺) 석조보살입상과 남원 만복사지(萬福寺址) 석불입상 등의 불교조각상과 비교된다. 그러나 도포형의 소매가 훨씬 좁아지고 길이도 줄어들고 있는 점은 양식상 한층 진전된 형태를 보인다. 오른쪽 배 부분에는 좁은 U형의 옷주름이 밀집되어 있는데, 이는 내의쪽으로 들어가는 옷자락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왼쪽 측면의 세로 옷주름들 사이에 비스듬히 조각된 옷주름선의 표현이 특징적인데,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려시대 석불에 종종 등장하는 옷주름선으로 주목되는 표현이다. 옷주름선은 거의 등간격으로 층단형을 이루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U형의 형태를 이룬다. 군의의 옷주름은 세로선으로 마무리되었다.
수인을 살펴보면 오른손은 일부가 마모가 되어 확실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남아 있는 조각선으로 보아 가슴까지 올려 엄지와 검지, 중지는 구부리고, 나머지 손가락은 펴고 있다. 왼손은 배 중앙에 조각되었는데 손바닥을 위로 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수인은 논산 개태사지(開泰寺址) 석조삼존불상과 강릉 안국사지 삼존불상, 충주 미륵리사지 석불입상 등 고려시대 석불 조각에 유행한 수인의 형태로 판단된다.
보살상 옆에는 팔각형의 대좌가 놓여 있다. 그러나 대좌 위에 보살상을 안치하는 데 필요한 족좌가 없고 대좌의 크기가 보살상과 비례가 맞지 않아 정혜사 보살입상을 위한 대좌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앙련(仰蓮)의 상대석과 팔각형의 중대석, 복련(伏蓮)의 하대석으로 구성된 이 대좌는 통일신라 이후 정립된 전형적인 형태이다. 그러나 크기가 줄어들고 조각선이 둔중해지는 등 고려시대 석조미술에 나타나는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석조보살입상은 고려 전기 석조보살입상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미소가 사라지고 경직된 얼굴의 표현이라든가 원통형 보관의 직면화 현상, 천의 표현의 간략화와 간소화 현상 등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 중기의 양식을 잘 나타내는 한층 진전된 작품으로 생각된다.
이 석조보살입상은 이제까지 강원도 지역이나 충청도 지역에서 주로 언급되던 고관형(高冠形) 보관을 착용한 석조보살의 지역적 범위를 호남지역까지 넓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되는 보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