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문학론 (humanism )

현대문학
개념
1930년대 후반 파시즘에 맞서 문화와 지성을 지키기 위하여 제기한 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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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1930년대 후반 파시즘에 맞서 문화와 지성을 지키기 위하여 제기한 문학론.
개설

1930년대 후반의 휴머니즘논쟁은 당시의 여러 비평적 논쟁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문학논쟁이었다. 당시 조선문학은 일제 파시즘의 가혹한 탄압으로 파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1935년 카프가 강제 해산되고 그를 전후하여 문학인들의 전향이 속출했으며, 민족문학이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가운데 복고주의와 예술지상주의 문학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혼란은 문화와 지성의 위기였다. 때마침 1935년에 파리에서 ‘국제작가회의’가 개최되었다. 여기에 앙드레 지드, 로맹 롤랑, 루이 아라공, 앙리 바르뷔스 등 당시의 대표적 유럽 지성들이 대거 참여해 파시즘에 대항한 휴머니즘문학을 제창했다. 그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휴머니즘론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휴머니즘문학론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 프로문학보다는 중간파문학이 보다 적극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휴머니즘론의 자유주의적이고 탈정치주의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초기에 정인섭을 비롯한 해외문학파가 휴머니즘문학론을 소개하고 알리는 데 앞장섰던 것도 그래서라 할 수 있다.

휴머니즘논쟁은 별다른 실천적 결과를 생산해내지 못했고, 논의가 중도반단의 상태에서 일제의 탄압과 문학인들의 대거 전향으로 유아무야되어 버렸지만, 파시즘에 맞서 문화와 지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휴머니즘론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휴머니즘문학론의 기저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은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내용

백철은 1930년대 후반의 가장 대표적인 휴머니즘론자이다. 그의 휴머니즘론이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된 글은 「지식계급의 변호」(1937)이다. 그는 이 글에서 휴머니즘을 ‘코뮤니즘적 휴머니즘’, ‘국민주의적 휴머니즘’ 그리고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의 세 가지로 나눈다. 코뮤니즘적 휴머니즘이 주로 ‘최하층의 계급’, 국민주의적 휴머니즘이 ‘최상층의 계급’에 그 계급적 기반을 두고 있다면,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은 ‘중간계급’을 자신의 계급적 기반으로 한다고 정의 하였다. 그 중 백철은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이 조선의 휴머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 까닭은 조선의 지식계급은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을 내세운 프랑스의 지식계급과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철은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을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입각해야 한다. 파시즘이 창궐하고 좌익세력이 급속히 퇴각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은 문화를 자신의 고유한 영역으로 삼는다. 이는 지식계급의 역할이 문화의 지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철의 휴머니즘론이 내세우는 탈정치주의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셋째, 지식계급의 휴머니즘은 “분열된 개인을 종합하고 분열된 자아의 지성을 종합하여 지성을 재생하려는 태도요 또 행위”이다. 이러한 백철의 휴머니즘론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입각하고 중간층을 계급적 기반으로 한 탈정치적이고 지식인 중심적인 문화주의의 한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프로문학측은 거센 비판을 가하면서 반파시즘 문학전선의 통일을 위한 휴머니즘론을 수립하려는 모색을 벌였다.

안함광은 휴머니즘론의 가치를 인정한다. 안함광의 휴머니즘론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가 휴머니즘문학론을 철저히 중간계급의 문학론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함광은 휴머니즘론이 어디까지나 지성의 옹호를 위한 지적 투쟁의 산물이며, 그런 점에서 “조선에 있어서 다소라도 민주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소부르주아문화의 선량한 일면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중간계급의 휴머니즘론이 주장하는 문화주의적이고 탈정치적인 방식으로는 파시즘에 대한 적극적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안함광은 보았다. 안함광은 「지성의 자율성의 문제」(1938)에서 휴머니즘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한다. 그는 휴머니즘론이 말하는 지성의 탈정치성ㆍ비실천성ㆍ몰가치성ㆍ반사회성 등을 비판하면서,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비역사적 개인주의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치에 대한 재인식, 현실로의 귀환, 비역사적 개인주의의 극복 등이 이루어질 때에만 진정한 의미에서 지성의 자율성이 가능하며, 또 이럴 때에만 휴머니즘론이 역사적 진보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안함광은 강조한다.

이에 비해 임화는 휴머니티과 리얼리즘의 연관성을 중시한 독특한 휴머니즘론을 펼쳤다. 임화는 휴머니즘을 코뮤니즘적 휴머니즘, 자유주의적 휴머니즘 그리고 파시즘적 휴머니즘으로 구분하면서, 그 중에서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이 조선의 지배적 조류라고 본다. 따라서 비판의 초점은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에 맞춰진다. 안함광과 비슷하게 임화도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이 파시즘의 공세에 대한 소시민 지식인의 대응책으로 나왔다고 보며, 그런 점에서 문화와 지성의 옹호를 내세우는 휴머니즘론의 상대적 진보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이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이 이제는 역사발전의 질곡이 되어버린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답습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 임화의 생각이었다. 임화는 대안으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즉 사회주의적 휴머니즘만이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의 계급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임화 역시 문화와 지성의 옹호를 위한 양심적 문학인들의 연대를 강조한다. 하지만 임화는 휴머니즘론이 리얼리즘을 받아들일 때에만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리얼리즘을 수용하지 않는 한 휴머니즘론의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임화는 「휴머니즘논쟁의 총결산」(1938)에서 “바바리즘의 창일(漲溢) 가운데서 인텔리겐차가 최소한의 방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일”이라며 휴머니즘론의 의의를 인정한다. 그러나 단순히 휴머니즘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임화는 보았다. 그래서 임화는 휴머니즘이라는 특정의 이데올로기에 문제를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휴머니티는 역사상의 모든 진보적 문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임화는 휴머니티와 리얼리즘을 결합시킨다. 임화는 리얼리즘이야말로 문학에 있어서 ‘최대의 휴매니즘’이며, 휴머니즘론의 존폐 여부는 리얼리즘의 수용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문학적 휴머니티는 ‘현실의 핵심’을 그려내는 리얼리즘을 통해서만 올바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의와 평가

휴머니즘문학론은 파시즘에 맞서 문화와 지성을 지키고 양심적 문학인들의 연대를 이루어내기 위해 제기되었다. 일제가 총동원체제로 들어서면서 휴머니즘문학론은 아무런 실천적 결실도 맺지 못한 채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지만, 파시즘에 대한 문화적 저항방식을 찾으려 한 문제의식은 소중한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 근대 문학 비평사』(김영민, 소명출판, 1999)
『한국 근대 민족문학사』(김재용, 이상경, 오성호, 하정일, 한길사, 1993)
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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