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형식 논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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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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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문학에서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김기진과 박영희의 논쟁.
내용 요약

내용형식 논쟁은 프로문학에서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김기진과 박영희의 논쟁이다. 1927년 『조선지광』의 「문예월평」에서 김기진이 박영희의 소설을 혹평하면서 시작됐다. 박영희는 프로문학의 계급성과 당파성에 주목해 내용의 선차성을 강조하며 김기진의 논의를 반박했다. 이 논쟁은 김기진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해 흐지부지 끝났다. 이후 카프의 방향전환론을 비롯 프로문학운동의 향방에 영향을 끼쳤다. 내용형식 논쟁은 우리 근대문학비평사에서 내용과 형식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최초의 논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의
프로문학에서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김기진과 박영희의 논쟁.
연원 및 변천

김기진, 「문예월평」, 『조선지광』, 62호, 1927년 1월. 박영희, 「투쟁기에 있는 문예비평가의 태도」, 『조선지광』, 63호, 1927년 1월. 김기진, 「무산문예작품과 무산문예비평」, 『조선문단』, 19호, 1927년 2월

내용

이 논쟁을 계기로 주1의 정치주의화가 가속화되었다. 내용 형식 논쟁은 김기진『조선지광』에 발표한 「문예월평」을 통해 박영희의 소설 「철야」와 「지옥순례」를 혹평하면서 시작되었다. 김기진은 「문예월평」에서 ‘소설 건축론’을 제기하면서 "소설이란 한 개의 건축이다. 기둥도 없이, 서까래도 없이, 붉은 지붕만 입히어 놓은 건축이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러면서 김기진은 “회월 형은 이것을 주2으로 썼을 것이다. 그러나 선전문학도 문학으로서의 요건-소설로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며 박영희를 비판한다. 박영희에 대한 김기진의 비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제를 추상적 설명으로 드러내려 했기 때문에 소설화에 실패했다. 둘째, 목적지를 정해놓고 작품을 무리하게 끌고가려 하는 바람에 작중인물의 성격 포착과 실감 있는 묘사에 실패했다. 요컨대 박영희의 「철야」와 「지옥순례」는 문학의 선전성에만 치우쳐 소설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영희는 김기진의 혹평에 맞서 「투쟁기에 있는 문예비평가의 태도」를 통해 반론을 한다. 박영희는 김기진의 ‘소설 건축론’에 ‘문학 치륜(齒輪)설’과 ‘시기상조론’으로 대응한다. 박영희는 현 단계는 ‘투쟁기’이고, ‘투쟁기’에 완전한 주3을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의 공론(空論)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투쟁을 위한 문학을 제작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주4 전 문화, 나아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완전한 건물이 아닌 건축의 한 부분, 즉 ‘서까래’나 ‘기둥’이나 ‘기왓장’도 될 수 있다고 박영희는 반박한다. 요컨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큰 기계의 한 치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진은 「무산문예작품과 무산문예비평」에서 박영희의 반박이 자신의 문제의식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 후 재반론을 펼친다. 김기진은 프로문학도 결국 ‘문학’이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 모두에 관한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재삼 강조한다. 그러면서 김기진은 “내재적 비평을 취입한 외재적 비평은 ‘내재’도 아니고 ‘외재’도 아니다. 이것은 둘이 아니고 온전한 하나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마르크스주의적 문예비평의 방법이다”라고 함으로써 내재와 외재가 합치되는 일원론적 비평방식을 제기한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내용과 외재 비평만 강조하는 박영희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거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기진이 글의 말미에서 돌연 박영희에게 사죄하고 앞날을 기약하겠다는 패배 선언을 하면서 내용 형식 논쟁은 흐지부지 종결되고 만다.

내용 형식 논쟁은 박영희의 소설에 대한 김기진의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내용 형식 논쟁의 본질에는 프로문학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가 담겨 있었다. 요컨대 프로문학의 지향점을 정치에 둘 것인가 혹은 예술에 둘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내용 형식 논쟁의 근저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김기진은 프로문학이 선전이기에 앞서 문학으로서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문학의 형식이 내용만큼 중요하다고 보았다. 반면 박영희는 문학의 목적이 사회변혁에 있다는 입장에서 ‘내용’에 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프로문학을 문학 이전에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의와 평가

내용 형식 논쟁은 우리 근대문학비평사에서 내용과 형식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최초의 논의였다. 김기진이 프로문학도 문학이라는 입장에서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중시했다면, 박영희는 프로문학의 계급성과 당파성에 주목해 내용의 선차성을 강조했다. 이 문제는 프로문학운동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내용 형식 논쟁은 중요한 비평사적 함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김기진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하는 바람에 논쟁이 흐지부지 끝나면서 본격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형식 논쟁은 이후 카프의 방향전환론을 비롯해 프로문학운동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 논쟁을 계기로 박영희가 프로문학운동의 헤게모니를 쥐고 방향전환을 주도하게 되면서 카프의 정치주의화가 가속화되었다.

참고문헌

『한국근대문학비평사』(김영민, 소명출판, 1999)
『한국근대민족문학사』(김재용, 이상경, 오성호, 하정일, 한길사, 1993)
주석
주1

1925년 8월에 박영희, 김기진, 이기영 등 주로 신경향파 작가가 중심이 되어 조직한 문학 단체. 프롤레타리아 문학인의 전위적 단체로, 정치성이 짙은 문학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다가 일제의 탄압으로 1935년에 해산되었다. 우리말샘

주2

현실 문제와 관련하여 대중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변화시키거나 정치적 행동을 유발시키려는 목적의식을 지닌 문학 작품을 이르는 말. 한국 문학에서는 1920년대 경향파 작가나 1930년대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 동맹 소속 작가들이 창작하였다. 최서해의 <탈출기>, 조명희의 <낙동강>, 임화의 <네거리의 순이>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3

프롤레타리아의 생활을 제재로 하여 그들의 사회ㆍ정치적 이념을 표현하는 문학. 여기서는 예술을 계급적 존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계급적 이해를 위한 투쟁 형태로 인식한다. 우리나라는 1925년에 카프가 결성되면서 그 형태가 나타났다. 우리말샘

주4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이외에는 생산 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 우리말샘

집필자
하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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