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수묵채색. 세로 138㎝, 가로 86.5㎝.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간성(看星)」은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가 제6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채색인물화이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골패를 이용해 하루의 운세를 점치고 있으며, 시원한 여름 돗자리가 깔린 방 한구석에는 태우다 만 담배가 놓여 있다. 하얗고 평면화된 얼굴의 여인상은 김은호가 일본 유학 이전 선보였던 사실감 있는 얼굴 묘사와는 대조적이다. 크고 헐렁한 듯 보이는 여성의 한복 저고리는 화장, 진동, 배래 등이 모두 길고 넉넉해지는 이 시기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고 있다. 김은호는 호분을 바탕으로 청색과 적색의 전통 복식을 묘사했으며, 필선과 음영보다는 색면, 세밀한 문양 표현을 강조했다.
배경으로는 활짝 열린 정원에 초록이 한창인 대나무, 꼭 다문 나팔꽃잎의 묘사로 한여름이라는 시공간을 설정하였고, 정교한 묘사의 전경(前景)과는 대비되는 아련한 색감을 보여 준다. 화면 상단에 걸려있는 조롱(鳥籠)은 근대 여성의 새로운 취미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 조롱에 갇힌 한 마리 새와 그 아래 고요히 앉아있는 여성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어 서정성이 돋보인다.
이처럼 잘 짜인 구도와 세련된 기교, 장식적 미감, 부드러운 필선, 화려한 옷감의 사실적인 해석은 회화적 안정기에 들어선 30대 김은호의 기량을 보여 준다. 특히 「간성」은 이용문의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떠난 지 2년 만에 제작된 작품이다. 김은호는 양화의 사생 기법을 접목시켜 일본화를 발전시켜온 유키 소메이(結城素明)에게 지도를 받기도 했다. 실제 이 시기 이후 김은호의 작품에는 일본화단의 새로운 경향들이 반영되었다.
조선미술전람회 초기부터 여성 인물상을 출품한 재조선(在朝鮮) 일본인 작가들과는 달리 국내 작가들은 인물화의 출품이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점차 여성 인물상, 특히 실내 여성 인물의 출품이 증가하게 되는데, 김은호의 승무나 미인도 계열의 실내 여성상들이 이러한 경향을 선도하여 관설전람회의 대표적인 미인상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같이 「간성」은 해방 이전 국내 채색화단과 일본화풍의 관계를 보여주는 김은호의 초기 대표작 중 한 점이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이당(以堂)’과 주문방인(朱文方印) 1과(顆)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