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등록문화재(현, 국가등록유산)로 지정되었다. 종이에 수묵담채. 세로 153㎝, 가로 18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의 「초동(初冬)」은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첩장(疊嶂)」과 함께 출품된 수묵산수화이다.
수확이 끝난 초겨울의 메마른 전답(田畓)과 소박한 농가, 푸른 잎을 떨어낸 둔덕 나무들의 황량함을 표현하였으며, 멀리로는 고향의 얕은 둔덕같은 산들을 묘사하였다. 명확한 색감의 확대된 근경과 멀리 운무(雲霧)를 머금은 원산(遠山)은 대기원근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기법적으로는 크기와 명암의 정도에 차이를 둔 리듬감 있는 묵점을 사용했다.
이상범은 1923년 연구단체인 동연사(同硏社)를 결성한 이후 관념적 전통화에서 벗어나 근대적 사경산수(寫景山水)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전통 미법산수(米法山水)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미점(米點)을 선보인 것이다.
「초동」은 향토적 수묵미, 그리고 한국적 정취를 추구하며 야산과 소박한 농가를 적절히 배치한 뛰어난 공간구성을 보이는데, 이는 앞으로 등장하게 되는 관전풍(官展風) 사경산수 「잔추(殘秋)」(1930), 「한교(閑郊)」(1931) 등으로 이행된다.
「초동」은 1930년대 후반 이후 청전화숙(靑田畫塾) 출신 동양화가들의 모범이 된다. 관념적 전통산수에서 화면을 가득 채웠던 화가의 제발(題跋) 또한 사라져, 백문방인(白文方印)의 ‘이상범인(李象範印)’과 이상범의 아호인 ‘청전(靑田)’이라는 주문방인(朱文方印)으로만 낙관했다.
현전하는 이상범의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대표작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