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수묵채색. 세로 238㎝, 가로 179㎝. 개인소장. 박래현의 「이른 아침」은 1956년 제8회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른 아침」은 「노점」(1956)과 마찬가지로 전쟁기 동네 시장 풍경을 소재로 한 것이나 보다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장에 물건을 팔러나가는 여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함지박을 머리에 이거나 들고 장으로 가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박래현은 1940년대 도쿄여자미술학교[東京女子美術學校] 일본화부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1950년대 전쟁을 전후한 시기부터 그녀의 작품은 사생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동양화의 추상화를 실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른 아침」은 「노점」(1956), 「봄」(1956), 「이조여인상」(1959) 등과 함께 동양화의 재료와 담채 기법을 서양화의 입체주의 양식과 결합시켜 동양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던 1950년대 작품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시기의 양식적 특징은 남편인 김기창의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은 장에 물건을 팔러나가는 여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함지박을 머리에 이거나 들고 장으로 가는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 수평선과 대각선의 교차에 의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구성이다. 즉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힘차게 발을 내디디면서 목을 빼고 나아가고 있는 여인들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수평적 선의 흐름은 화면 중앙의 여인이 들고 있는 달걀 꾸러미와 함지박들의 선들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반면 화면 중앙에 여인의 등 뒤에 업힌 채 잠 들어있는 아이의 뒤로 젖혀진 머리와 팔, 다리의 선은 여인의 팔과 십자로 교차된다. 그리고 걷지 않으려는 듯 뒤로 몸을 뺀 큰 아이의 다리와 팔, 그를 움켜쥔 여인의 팔과 포대기의 선이 만들어내는 대각선은 화면 전체의 수평적 구성에 강한 긴장감과 활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등에 업힌 아이의 뒤로 젖혀진 고개와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큰 아이의 모습은 생계를 위해 잠이 덜 깬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시장을 향해가고 있는 전쟁 전후 서민들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
박래현은 1960년대부터 입체주의적 양식을 변용한 형상의 단순화를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동양화의 추상화를 추구하였다. 즉 엽전 등의 한국적 모티브를 차용하여 패턴화한다든가 앵포르멜 영향을 받은 매체 실험적 작품을 제작하였다. 1970년대 뉴욕시기부터는 판화작업에 몰두하면서 동양화의 경계를 넘어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