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화는 아미타불이 서방극락에서 권속을 모아 놓고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조선시대의 작품이다. 선으로만 그린 선묘불화로 1815년에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미타불의 극락에서의 설법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도설되어 있는 동시에 현존하는 선묘불화 중 크기가 매우 큰 작품에 속한다.
아미타불은 불교의 많은 정토 세계 중 서방 극락정토를 주관하는 부처인데, 이 그림은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에 근거하여 주존인 아미타불이 팔대보살, 십대제자,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호법 신중을 모아 놓고 설법하는 모습을 묘사한 불화이다. 화면의 중앙에는 본존인 아미타불이 대좌 위의 연화좌에 결가부좌한 채 앉아 있으며 그 앞쪽에 좌협시인 관음보살이 정병(淨甁)을 든 채 서 있고 우협시로는 경전을 든 대세지보살이 시립하고 있다. 아미타삼존의 주변으로는 6위의 보살, 10대 제자. 제석과 범천, 사천왕, 팔부중 등의 호법 신중이 시립하고 있다. 아미타불은 연봉형의 광배를 갖춘 채 당당하고 위엄있는 자세로 앉아 있으며 머리의 육계는 높고 정상계주와 중간계주가 모두 있으며 얼굴의 이목구비는 작은 편이다. 오른손을 어깨 부분으로 올려 첫째와 셋째 손가락을 맞대었으며 왼손은 가부좌한 무릎 위에 놓은 채 첫째와 셋째 손가락을 마주잡은 하품중생인(下品中生印)을 취하였다. 보살들은 고요한 표정으로 주존을 둘러싸고 있는 반면 십대제자는 자유로운 자세와 표정을 하고 있고 호법 신중들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수호신으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미타불의 주변을 둘러 싼 권속들은 뒤로 갈수록 크기가 작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주존인 아미타불을 시각적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존상들의 위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세로와 가로 모두 3m에 가까운 대형의 비단 전면에 붉은색을 칠한 후 백색의 선으로만 윤곽을 그린 홍지선묘(紅地線描)불화이다. 존상들의 머리카락과 지물에 일부 채색이나 금니가 사용되어 있긴 하지만 백색의 선 위주인데, 선묘불화의 특성상 묘선이 가장 중요한데 유려하면서도 힘있는 필치가 매우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선묘불화는 전체 화면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 이 그림은 대형의 화면에 그려져 있어 주목된다.
화면의 향좌측 하단에 마련된 화기에는 제작 시기와 화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대전시지(大田市誌)』(1978)에 “가경 19년인 1815년 을해년 8월에 운문사에서 조성하여 회덕 식장산 고산사로 이안(移安)하였다. 증사(證師)는 한월당(漢月堂) 성유(性宥), 화사(畫師)는 완진당(翫眞堂) 정안(井安)이다”라는 화기 내용이 실려 있어 제작시기, 증사와 화사, 불화의 제작지 등을 알 수 있다. 2005년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아미타극락설법도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아미타여래계 불화인 동시에 대형의 화면에 유려한 백색의 선으로 그려진 선묘불화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