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무명 바탕에 채색. 세로 158.7㎝, 가로 254㎝. 극락(極樂)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상주하고 있는 불교도의 이상향인 불국토로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선업(善業)을 쌓은 이들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 극락세계에 관해 기술한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을 칭함)에 따르면, 극락에는 현세에서 선업을 쌓은 정도에 따라 왕생자(往生者: 극락에 다시 태어나는 사람)가 상품상생(上品上生)부터 하품하생(下品下生)까지 아홉 개의 품계로 나뉘어 태어난다. 이 그림은 경전에 기록된 극락구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도설하였다.
한 화면을 총 9개로 분할하여 극락구품의 내용을 표현하였다. 화면의 상부 중앙에는 아미타여래의 설법 장면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극락의 전각과 서수, 나무, 화조 등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총 7개의 화면에 극락구품의 주요 장면이 도설되어 있다.
19세기에는 극락정토를 묘사한 그림이 성행하였는데, 그 중 화면을 분할하여 구품을 표현한 작품들은 주로 서울 · 경기에서 유행하였다. 수국사 극락구품도와 더불어 고양 흥국사 극락구품도(19세기), 서울 흥천사 극락구품도(1885), 서울 봉원사 극락구품도(1905) 등이 전해지며 이 그림들은 도상이 거의 일치한다. 현재 해당 초본(草本: 불화의 밑그림)까지 전해지고 있어 당시 화사들이 도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불화를 양산했음을 알 수 있다.
채색은 붉은색과 녹청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며 윤곽선도 뚜렷하여 강렬한 인상을 준다. 불화의 손상이 거의 없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여 제작 당시의 화격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 그림은 대한제국기에 황실의 명(命)을 받아서 강재희(姜在喜), 강문환(姜文煥) 등이 관리 감독하여 제작한 여러 점의 수국사 불화 중 하나로, 근대기 서울 지역의 대표 화사인 보암당 긍법(普庵堂亘法)이 주관하여 그렸다. 긍법은 봉원사 극락구품도도 제작하였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국사에서도 동일 도상의 극락구품도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근대기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성행하였던 화면 분할 형식을 적용하여 그린 작품으로 구품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대표적인 정토계 불화이다. 대한제국기의 황실 발원 불화라는 점도 의의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