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직지사 괘불도」는 1803년에 조성된 야외의식용 불화이다.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에 소장되어 있다. 사찰의 야외 의식에서 주존불의 기능을 하는 대형 불화로 조성되었다. 보관을 쓰고 두손으로 연꽃을 받쳐 들고 정면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독존 형식의 장엄신 괘불도이다. 19세기의 첫 장을 여는 선구적인 작품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괘불화 하단에는 양측 화기란 사이에 세 줄의 묵서가 별도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경성납인대시주 곤명을유생 상궁 최씨(京城內引勸大施主 坤命乙酉生 尙宮 崔氏)"라고 쓰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성, 즉 한성부에 살고 있는 을유생(乙酉生)인 상궁(尙宮) 최씨가 시주를 권면(勸勉)하는 대시주를 맡았다는 것이다.
상궁이 대시주 역할을 했다는 기록은 괘불을 직지사에 소장하는 『축원(祝願)』 현판에서 그 내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현판 기록에 의하면 괘불의 중수 시에 대왕대비, 즉 정순왕후(貞純王后, 17451805)의 전교로 주상전하(순조, 17901834)와 왕비전하가 장수하고, 세자를 얻고자 하는 바람으로 괘불을 발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괘불에는 정순왕후의 발원이 담겨 있다.
삼베 바탕에 채색하였으며, 전체 크기는 세로 1,280.4㎝, 가로 508㎝이며, 화면 크기는 세로 1,222㎝, 가로 481.5㎝이고, 무게는 126.5㎏ 이다. 보관(寶冠)을 머리에 쓰고 두 손으로는 연꽃을 받쳐 들고 정면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독존(獨尊) 형식의 장엄신(莊嚴身) 괘불도다.
본존(本尊)은 원형 두광(頭光)과 두광에 연이은 큰 신광(身光)을 배경으로 화면에 크게 부각되어 있다. 화면 상단에는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시방제불(十方諸佛)을 좌우에 오불(五佛)씩 나눠 그렸고, 바로 아래쪽으로 입상의 보살중(菩薩衆)을 우측에 3위(位)와 좌측에 2위(位)로 나누어 그렸다.
보살형 본존은 연꽃으로 장식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으며 장방형의 얼굴에 원만한 이목구비를 갖추었다. 콧망울에서는 입주위로 퍼저나가는 법령선(法令線)이 진하게 정의되어 있으며, 붉은 입술 위에는 두 줄의 콧수염과 턱수염이 그려졌다. 목 아래쪽에는 3개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그려졌다. 가슴까지 들어올린 양 손에는 연꽃줄기를 잡고 있으며 가지 끝에는 반개(半開)한 연꽃이 그려있다.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通肩衣) 형식으로 적색 대의(大衣)를 입었으며 그 안쪽에는 백색의 군의(裙衣)를 입었다. 광배는 원형의 녹색 두광과 키형 신광을 갖추었는데, 신광은 어깨선을 따라 둥글게 표현하다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진다. 본존은 연꽃 대좌를 밟고 있으며 그 아래쪽부터 연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괘불 하단에는 양측으로 화기(畵記)가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직지사를 중심으로 경상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제한(濟閑)과 위전(偉傳), 탄잠(綻岑), 부첨(富添), 신화(信和) 등 총 13명의 화승들이 괘불을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단독의 보살형 본존을 중심으로 화면 상단에는 작게 10위의 시방제불과 5위의 보살상을 배치한 간단한 구성이나, 앞 시기 괘불도의 중량감 넘치는 형태에서 가늘고 늘씬한 형태미로 변모한 점, 섬세하고 유려한 선의 구사보다는 굵고 대담한 선묘가 돋보여 시대적 전환기에 제작된 불화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색감도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의 대비로 18세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다소 엄숙한 느낌이며, 일부 권속에 국한되어 적용되던 음영법이 본존에까지 확대 적용 되는 등 시대적 미감(美感)이 반영되어 있다.
높이 12m 이상 되는 대형 불화임에도 불구하고 도상의 배치, 상 · 하축의 조형성, 색채감과 선묘 등 여러 면에서 19세기 불화를 대표할 만큼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작품으로, 한국 불교회화사에서 19세기의 첫 장을 여는 선구적인 작품이라는 상징성에 비추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9년 6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