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법정주의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 등을 실시하기 위해 공직자 선출 단위인 선거구를 법률로 정한다는 원칙이다. 공직선거가 시행되는 선거구를 법률로 정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직선거법」에 근거하여 국회의원 선거구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그리고 지방선거 선거구는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한다. 투표 가치의 등가성 원칙을 반영하기 위한 인구 편차 기준 선거구 획정은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 등의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선거구를 법률로 정하는 선거구 법정주의의 목적은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거구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선거구 획정의 주체, 절차, 기준 등을 명시한 법령인 「공직선거법」에 근거하여 확정된 선거구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없이는 바뀌지 않으며 공직선거 이후의 인구 증감이나 행정구역 변경과 같은 변화가 있더라도 임기 중 공직자의 선거구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선거구 법정주의는 공직선거 후보자와 정당이 대표할 유권자와 영토적 범주, 즉 선거운동의 대상이나 지역 등을 분명하게 해준다.
선거구 획정의 주체는 선거구획정위원회로,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공직선거법」 제24조), 그리고 구 · 시 · 군의원 선거 선거구는 ‘자치구 · 시 · 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공직선거법」 제24조의3)가 정한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공직선거법」 제24조)는 선거일 18개월 전부터 구성할 수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지만 직무는 독립적이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위촉하는 9명의 위원으로 운영되며, 이들 위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선정된다. 재적위원 2/3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의원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되어야 한다.
선거구 획정안을 받은 국회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고 해당 위원회는 지역구 명칭과 구역을 명시한 규정을 포함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하여야 한다. 선거구 획정안을 그대로 반영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한 차례 요청할 수 있다. 국회의 해당 위원회가 의결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및 자구 심사를 거치지 않고 선거구 획정안 제안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의결하여 확정된다(「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자치구 · 시 · 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공직선거법」 제24조의3)는 시 · 도지사가 각계에서 추천한 사람 중 11명 이내의 위원을 위촉해 구성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시 · 도에 두어 운영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 의석이 있는 정당과 구 · 시 · 군의 의회와 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시 · 도지사에 제출하여야 하며 선거구 획정안은 시 · 도의 ‘조례’로 확정된다.
선거구 획정의 기준은 인구수이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의 근거는 33.3%(2:1) 이내의 인구 편차로 선거구를 획정하여야 한다는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최소화하여 각 선거구 유권자가 행사하는 투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선거구 획정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선거구 법정주의는 1950년부터 유지되어 온 원칙이다. 1950년 폐지제정 「국회의원선거법」 제9조 및 제10조는 행정구역을 단위로 서울특별시의 구, 시, 군을 선거구로 하며 인구 15만부터 추가되는 10만명마다 1개의 선거구를 증설하도록 하였다. 또한 제11조는 행정구역 폐치, 변경, 또는 인구 증감이 있어도 선거를 실시할 때가 아니면 선거구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1950년 폐지제정 「국회의원선거법」에는 선거구 획정 주체나 기준, 절차 등의 조항이 없었으며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의 주체인 국회가 주관하여 해당 법령 개정 시 ‘별표’로 작성한 선거구 구분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였다.
선거구 획정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 개정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으로, 제24조는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목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선거구 획정의 주체로 명시하였다. 국회 규칙과 대통령령에 근거해 국회의장과 시 · 도지사가 임명 또는 위촉하여 구성된 국회의원 선거와 구 · 시 · 군 선거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 이후 2015년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개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면 구 · 시 · 군 선거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시 · 도지사가 위촉해 구성하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국회 의석을 갖는 정당과 구 · 시 · 군 선거 의회 및 장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 조정한 후 선거구를 확정하였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의 기준도 달라졌다. 1995년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별 최대 인구수와 최소 인구수를 4:1로 그리고 2001년에는 3:1로 그 차이를 줄이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최대 인구수의 차이 2:1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한다. 이와 같은 인구 편차 축소의 근거는 유권자 1표의 가치가 동등하여야 한다는 투표 가치의 등가성 원칙이다.
선거구 법정주의의 의의는 정당이나 현역 공직자들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변경하거나 획정하여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고 공정한 선거 경쟁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정당이나 후보가 누구에게 그리고 어느 지역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지 그 대상과 지역을 법령으로 정해 정치적 대표성을 분명히 한다.
선거구 획정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선거구 획정안이 의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정당이나 현직 공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구 획정 지연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구 편차를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으로 인한 지역 대표성의 축소이다. 인구편차 2:1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를 획정하기 때문에 농 · 어촌 등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지역의 의석이 도시 지역보다 줄어들어, 도시 지역 대표성이 높아진다는 현상이 강화되었다. 인구 편차만이 아니라 지역적 특성과 정치적 대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도 · 농복합선거구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