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구를 1달에 1회전 한다. 달의 공전 운동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대부터 달이 지구 주위를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부등 운동(不等運動)을 한다는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부등 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은 알지 못했는데, 그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달은 이심률(異心率)이 큰 타원 궤도로 운동하기 때문에, 지구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달의 겉보기 크기가 변한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순간을 근지점(近地點), 먼 순간을 원지점(遠地點)이라고 한다. 달은 근지점에서 빠르고 원지점에서 늦게 움직이는데, 원지점과 근지점을 전후로 그 속도가 대칭을 보인다.
달이 근지점에서 다시 근지점까지 돌아오는 기간을 근점월(近點月)이라 하며, 약 27.55455일이다. 반면 달이 특정 별에서 다시 그 별까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항성월(恒星月)이라 하며, 27.32166일을 가진다. 근점월은 태양에 의한 섭동 때문에 항성월보다 약 0.232888일 더 걸리는데, 이 때문에 근지점은 달의 매 회전마다 3.069°씩 우선(右旋)하게 된다. 즉 밤하늘에서 남쪽을 바라볼 때, 달의 근지점 위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 때, 세차(precession)로 인해 약 50.29″씩 좌선(左旋)하는 것보다 매우 큰 변화이다. 1 근점월마다 약 3°씩 움직이기 때문에 달의 근지점은 약 8.85년에 한 바퀴 돈다.
근대 이전 역법(曆法)에서 태음지질(太陰遲疾)은 달의 평균 운동보다 빠르고 느린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 태음지질은 달의 타원 궤도에 의한 느리거나[遲] 빠른[疾] 요인과 함께 달의 근지점이 이동하는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후자는 달의 부등 운동의 주기를 근점월로 사용하면 해결된다. 따라서 전통 역법에서, 태음지질은 근점월을 기준으로 하여 구성하였다. 이는 마치 세차 발견 이후 회귀년을 기준으로 태양영축을 만드는 것과 같다.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이나 『중수대명력(重修大明曆)』에서 근점월을 모두 전종일(轉終日)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달의 운행에 태음지질을 처음 도입한 역법은 오(吳, 229280)의 유홍(劉洪, 약 129~210)이 만든 건상력(乾象曆)으로, 근지점에 대한 달의 운동 주기를 27.55336일로 정하고 달이 실제는 14.5263°에서 12.2632° 사이를 움직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1281년(충렬왕 7)에 제작된 원(元)나라의 수시력(授時曆)은 근점월을 현재의 값과 일치하는 27.5546일로 정하고 근지점에서 14.6764° 그리고 원지점에서 12.0462°를 운행한다고 계산하였다. 한편,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Ptolemy, 약 100170)는 그의 저서 『알마게스트(Almagest)』 4장에서 원지점의 평균 운동을 반영하는 균심(equant)을 활용하여 달의 실제 운동 계산하였다. 이 균심 모델은 조선 세종(世宗) 대에 이순지(李純之, ?1465)와 김담(金淡, 14161464)이 편집한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에 적용되었다.
달이 지구 궤도를 타원 운동함으로써 달의 운동에 빠르고 느림이 생기는 현상이 태음지질이다. 태음지질은 달의 전종일(근점월)을 그 주기로 하는데, 달의 운동은 근지점에서 가장 빠르고 원지점에서 가장 느리며, 근지점과 원지점을 전후로 운행 속도가 대칭이다. 『칠정산내편』이나 『중수대명력』에서 전종일은 각각 27.5546일과 27.5545일이다. 또한 전종일의 반을 전중일(轉中日)이라고 한다. 태음지질을 구하려면 구하려는 날짜는 전종일의 주기에 맞게 나타내야 하는데 이를 입전일(入轉日)이라고 한다.
『중수대명력』은 매일의 지질력(遲疾曆)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중일 이전까지는 질력(疾曆)이고 이후부터는 지력(遲曆)이다. 또한 각 질력과 지력 내에서도 속도의 변화율을 해당하는 손익률(損益率)이 포함되어 있다. 전종일을 대략 4등분하여 질력-익률(益率), 질력-손률(損率), 지력-익률, 지력-손률 부분의 네 상한(象限)으로 나눌 수 있다. 대개 해당 날짜가 어느 상한에 속하는가에 따라 지질도(遲疾度)의 계산 과정은 달라지며, 그 값은 최대 약 5.4° 정도 크게 변한다.
『수시력』과 『칠정산내편』은 근지점을 기점으로 하는 달의 궤도를 336한(限)으로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전중일을 전후로 입전일이 각각 입질력(入疾曆)과 입지력(入遲曆)으로 구분되며, 전자는 근지점에서 원지점, 후자는 원지점에서 근지점의 구간으로 각 168한이다. 한편, 336한은 하루 동안 달의 운동을 대략 12구간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1일은 12.1940한 (즉 12한 20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하루 10,000분이라고 했을 때, 1한은 820분 08초이다. 지질도는 최대 약 5.42934424°이다. 『칠정산내편』은 한수에 따른 지질도를 표로 제공하고 있다. 만약 특정 시간의 지질차(遲疾差)를 구하려면, 먼저 해당 날짜를 입질력이나 입지력의 날짜로 변환하고 이에 12한 20분을 곱하여 해당 날짜의 한수를 얻는다. 그리고 표에서, 한수에 해당하는 손익분(損益分), 지질력일률(遲疾曆日率), 지질도(損益度)를 얻어 아래 수식과 같이 지질차를 구할 수 있다.
지질차 = 손익분 ⨉ [ (입지질력 – 지질력일률) / 820] + 지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