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때 동아시아에서는 하루의 길이를 분할하는 시제(時制)로 하루를 균등하게 나누는 정시법(定時法)과 변화하는 밤낮의 길이를 반영한 부정시법(不定時法)을 사용하였다. 정시법으로는 하루를 시(時)로 나누는 방법과 각(刻)으로 나누는 방법이 함께 사용되었는데 서양식 12시(十二時) 96각법(九十六刻法)이 도입되는 17세기 전까지는 대체로 12시 100각법(百刻法)이 사용되었다.
12시는 12신(辰)이라고도 하는데, 각각 자(子) · 축(丑) · 인(寅) · 묘(卯) · 진(辰) · 사(巳) · 오(午) · 미(未) · 신(申) · 유(酉) · 술(戌) · 해(亥)의 십이지(十二支)의 이름이 붙었고, 매 시는 초(初)와 정(正)으로 이분되었다. 예컨대 자시(子時)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이고, 이 중 자초(子初)는 밤 11시부터 12시까지, 자정(子正)은 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에 해당한다.
100각은 매 시의 초와 정에 균등하게 분배되었다. 100은 12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기에 12시와 100각을 맞추기 위해 1/6각에 해당하는 소각(小刻)이 고안되어 매 시의 초와 정에 각기 4개의 대각(大刻)과 1개의 소각이 할당되었다.
한국은 삼국시대 이래 물시계와 해시계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해왔지만, 12시 100각법을 이용했음이 명백히 확인되는 시기는 조선 초이다. 세종(世宗) 대 역산(曆算) 연구 사업이 진행되어 『수시력(授時曆)』을 교정하고 완벽한 수준으로 습득하였다. 연구 성과는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으로 집대성되는 한편, 『수시력』에 따른 시제를 정리한 지침서인 『누주통의(漏籌通義)』가 편찬되어 12시 100각법에 근거한 시간 측정법이 전국 주요 지역에 배포되었다.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의 부품 중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은 100각으로 시간을 측정하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수시력』에 따르면 1일은 100각이며 1각은 다시 100분(分)으로, 1분은 100초(秒)로 나뉜다. 1일은 10,000분이 되며 1시는 10,000/12분이다. 이는 역법(曆法) 계산을 위해 설정된 상수로, 시와 각을 환산할 때 분모가 10,000이 되어 계산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해시계와 물시계에서는 1각을 6분으로 나누어 하루를 600분으로 설정하였다. 매 시의 초와 정은 각기 25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