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필기』는 조선후기 문신 이유원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의(隨意)·수록(隨錄)한 것을 모아 엮은 종합서이다. 39권 33책의 필사본이다. 1871년 천마산에서 탈고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관직에 있으면서 작성한 자료를 책으로 편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사자집(經史子集)과 전(典)·모(謨)·소학(小學)·금석(金石)·전고(典故)·풍속·역사·지리·산물·기용(器用)·서화·전적·시문·유문(遺聞) 등 광범한 분야에 대해 수록한 잡저이다. 「문헌지장편」에서는 단군조선에서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흥망성쇠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39권 33책. 필사본. 1871년(고종 8) 그의 임시 거처였던 천마산(天摩山) 임하려(林下廬)에서 탈고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관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써두었던 수록류를 한데 모아 이때 책으로 만든 것 같다.
규장각도서에 있으며, 1961년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영인한 축쇄본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경(經) · 사(史) · 자(子) · 집(集) · 전(典) · 모(謨) · 소학(小學) · 금석(金石) · 전고(典故) · 풍속 · 역사 · 지리 · 산물 · 기용(器用) · 서화 · 전적 · 시문 · 유문(遺聞) 등 광범한 분야에 걸쳐 간명, 전아한 필치가 돋보인다. 권두에 정기세(鄭基世)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 임하노인(林下老人)과 윤성진(尹成鎭)의 발문이 있다.
권1에 「사시향춘관편(四時香春館編)」, 권2에 「경전화시편(瓊田花市編)」, 권3 · 4에 「금석해석묵편(金石薤石墨編)」, 권5 · 6에 「괘검여화편(掛劍餘話編)」, 권7에 「근열편(近悅編)」, 권8에 「인일편(人日編)」, 권9 · 10에 「전모편(典謨編)」, 권11∼24에 「문헌지장편(文獻指掌編)」, 권25∼30에 「춘명일사편(春明逸史編)」, 권31 · 32에 「순일편(旬一編)」, 권33 · 34에 「화동옥삼편(華東玉糝編)」, 권35에 「설려신지편(薛荔新志編)」, 권36에 「부상개황고편(扶桑開荒攷編)」, 권37에 「봉래비서편(蓬萊柲書編)」, 권38에 「해동악부편(海東樂府編)」, 권39에 「이역죽지사편(異域竹枝詞編)」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사시향춘관편」에서는 주로 사서(四書)와 오경(五經)을 다루었는데, 『대학』 · 『중용』은 빠져 있다. 「경전화시편」에서는 고가요사(古歌謠辭)부터 시가의 유래를 설명하고 그 발전 형태를 언급했으며, 유고(諭告) · 조(詔) · 책(冊) · 칙(勅) · 주소(奏疏) · 책문 · 묘지문 등 문체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금석해석묵편」에서는 중국 금석류의 유래를 설명하고 종정지속(鍾鼎之屬) · 잡기지속(雜器之屬) · 과구지속(戈戵之屬) · 도량지속(度量之屬) 등에 관해 논하였다. 「괘검여화편」에서는 중국의 병법에 관해 논하고, 「근열편」에서는 중국 명현(名賢)거유(巨儒)들의 인품과 업적을 소개하였다.
「인일편」에서는 우리나라 선현들에 대한 일화와 유훈(遺訓)을 기록하였고, 「전모편」에서는 군도(君道) · 신도(臣道) 및 구현용인지법(求賢用人之法) · 양민(養民) · 교화(敎化) 등 대도(大道)에 관하여 논하였다.
「문헌지장편」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단군조선에서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흥망성쇠 · 관제 · 정치 · 산업 · 교육 · 풍속 · 천문 · 지리 · 궁중 제도 등 광범한 분야를 해설하고 있다.
특히 권11에 있는 전조궁전(前朝宮殿) · 종묘불용생(宗廟不用牲) · 유구풍토기(琉球風土記) 등과, 권12∼16에서 다루어진 관복(冠服) · 제례 절차 · 장서지시(藏書之始) 등, 권17의 사류(士類) · 주자(鑄字) · 인장(印章) · 전적 간행 등, 권18의 궁궐 운영, 권19의 세종 때의 일본 통신사에 관한 기록과 선조 때의 군비(軍備) 개요 등, 권20의 아악(雅樂) · 악기(樂器) 등, 권21의 변방 정책 · 토지 제도 · 세제(稅制) 등, 권22의 서원 · 대각직제(臺閣職制) 등, 권23의 이이(李珥)의 행적, 권24의 과거제도 · 사자관(寫字官) 등에 관한 항목이 주목할 만하다.
「춘명일사편」은 총 840여 조목으로 권24까지에서 누락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다시 간추려 모은 것이다. 궁중 일화 · 연행견문(燕行見聞) · 어서어시(御書御詩) · 궁중 변사(宮中變事) · 고사미담(古事美談) · 서화(書畵) 등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순일편」에서는 각 궁의 유래, 어진(御眞)의 봉치 연혁, 관직의 변천, 조신(朝臣)의 장례, 한성(漢城)의 구명 유래(舊名由來)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화동옥삼편」에서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 · 서화 · 도기(陶器) · 필적 · 지(紙) · 연(硯) 등을 설명하였고, 「설려신지편」에서는 임하려의 자연 환경을 묘사하고 당대 명인의 일화와 시문을 소개하였다.
「부상개황고편」에서는 단군조선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루었고, 「봉래비서편」에서는 명산 · 고적 · 사찰 등 경승지에 대하여 해설하고 그 곳에 관련된 시가 등을 소개하였다.
「해동악부편」에서는 기자악(箕子樂) · 훈민정음 등 우리나라의 시가 · 음악의 발달과 연혁을 간단하게 기술하였다. 「이역죽지사편」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교섭이 있었던 동남아 및 서구 여러 나라의 지리적 위치 및 종족 · 토산물 등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광범한 분야에 걸쳐 수의(隨意) · 수록(隨錄)한 것을 한데 모은 잡저로서 한국학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자료로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