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지금의 경기도 안성 지역인 죽주(竹州)에 소재했던 대혜원의 동종으로, 고려시대에 제작되었다. 동종은 불룩한 몸체가 아래로 갈수록 살짝 오므라드는 형태이며, 한 마리의 용으로 만들어진 종뉴와 긴 음통을 갖추고 있다. 천판 가장자리에는 입상화문대가 있으며, 몸체의 위와 아래에는 상대와 하대를 둘렀고 모란당초문으로 장식하였다. 상대 아래에는 연곽이 있고 연곽대는 뇌문(雷文)으로 표현하였다. 몸체의 중심에는 당좌와 보살상이 번갈아 배치되었는데, 보살상은 두 손을 모으고 구름 위에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이다. 당좌는 연판으로 장식된 테두리 안에 범어(梵語)의 하나인 실담자(悉曇字)가 부조된 형태이다. 보살상과 당좌 사이에는 12행 94자의 명문이 음각되어 있다.
종뉴, 음통, 몸체의 외형, 상대와 하대의 위치 등은 통일신라부터 비롯된 전통형 범종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다. 반면 입상화문대의 등장과 연곽대의 뇌문 장식은 고려시대에 새롭게 유행되는 특징이며, 실담자가 장식된 당좌는 이례적인 것으로 주목된다.
종의 몸체에는 12행 94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고려시대 죽주(竹州) 대혜원에서 범종을 조성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주는 『동국여지승람』에 나타나는 죽산현으로 경기도 안성 부근에 해당된다. 범종 주성에 참여한 인물로는 안일호장, 동량도인, 대혜원 주지, 남일월사 등 관리와 승려들이 기재되어 있으며, 국왕의 장수와 국가의 안위, 그리고 깨달음의 지혜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발원하였다. 또한 계미(癸未)년 8월 28일에 중량 163근을 들여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제작연대 추정의 단서를 제공하였다. 입상화문대의 표현, 당좌의 장식, 연곽대의 뇌문 등의 특징을 상기할 때, 계미년은 고려 후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종의 전체적인 외형과 세부 장식에서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오어사 동종(1216년)과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을사명 동종의 주성 시기와 비교해 볼 때, 1223년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혜원명 동종은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12행 94자의 명문 내용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조성 시기와 목적, 봉안처, 발원자 등이 기록되어, 범종의 제작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종의 기본적인 외형과 장식은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지만 입상화문대의 표현이나 범어가 부조된 당좌와 같은 새로운 요소가 첨가되어, 고려 후기 범종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