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팔월추석에 행해지는 서당 학동들의 집단 겨루기 놀이로서, 그 기원 및 발생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식학교가 설립되고 서당이 차츰 쇠퇴하던 1906년경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다가 1974년부터 재연, 전승되고 있다.
원시제의적 흔적이나 주술적 종교성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 순수한 오락적인 모의싸움으로 드물게 보는 소년들의 놀이이다. 팔월추석이 가까워지면 훈장이 귀향한 틈을 타서 삼삼오오 가마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도구를 만들게 된다.
의성읍을 동서로 가로 흐르는 아사천(衙舍川)을 경계로 하여 남촌의 봉강서당(鳳岡書堂)·향청서당(鄕廳書堂)·성무청서당(盛武廳書堂)·삼일재서당(三一齋書堂)의 학동 60여 명이 한패를 이루고, 북촌의 덕록서당(德麓書堂)의 학동 60여 명이 또 한패가 된다.
한지에 물감을 먹여 갖가지 깃발을 만들고, 이를 대나무 삼지창에 매다는데, 수기(帥旗)로는 ‘영남대도독수군병마절도사어사사명(嶺南大都督水軍兵馬節度使御史司命)’이라 먹으로 쓰고, 영기(令旗)·청도기(淸道旗)·청룡기·백호기·주작기·현무기를 각각 두개씩 만든다.
가마는 나무로 통을 짜고, 그 위에 종이를 여러 겹 발라 튼튼하게 한 다음, 가마의 창에는 ‘희(喜)’자 따위의 글자를 써서 모양을 내며, 통나무로 만든 바퀴 네 개를 달고, 네 귀퉁이에 줄을 달아 전진과 후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
추석 전날부터 학동들은 무리를 지어 여러 가지 기를 앞세워 가마를 이끌고 마을의 골목을 누비며 기세를 올린다. 이 때 소리높이 부르는 소리는 다음과 같다.
“앞에 가는 마부, 어이야/뒤에 가는 마부, 어이야/니 말 좋다 자랑마라/내 말 좋다 자랑마라.” 추석날이 되면 학동들은 아침부터 다시 마을의 골목골목을 두루 돌아다닌 뒤 한낮에 아사천의 유다리[覽德橋] 부근으로 모인다.
북촌 학동들이 유다리를 건너 넓은 장터로 몰려가면 양패가 서로 가마를 이끌고 나와, 그 튼튼함을 과시하려고 부딪쳐보기도 하고 서로 스쳐 지나기도 하면서 함성을 지르며 도전한다. 이윽고 양패가 대치하게 되면 제갈공명의 팔진법을 모방하여 멍석말이·개문진(開門陣)·장사진(長蛇陣) 등 진세를 펴며 공격을 시도하게 된다.
기수와 호위군은 가마를 둘러싸고 방위태세를 갖추며, 머리꾼은 팔짱을 끼고 쳐들어가서 어깨로 적을 밀어붙인다. 적의 힘과 기세가 꺾이고 진세가 무너지면 그대로 쳐들어가서 적의 가마를 마구 부수어 버리는데, 먼저 부순 패가 이기게 된다.
이긴 패는 적의 깃발과 가마를 전리품으로 노획하여 본진으로 돌아와서 곧 마을로 개선한다. 이 때 마을의 어른들은 박수로써 마중하거나 때로는 풍악을 울리며 환영하기도 한다.
가마싸움은 의성에서만 전승되어왔고, 안동의 동채싸움[車戰], 군위의 박시놀이 등과 더불어 머리꾼의 공격양상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보아 놀이의 전파 및 변용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풍농을 기원하는 성격은 보이지 않고, 다만 이긴 쪽의 서당에서 그 해 과거 합격자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