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박태원이 『조선중앙일보』에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총 30회 연재한 중편소설이다. 작가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주인공이 하루 동안 경성을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보는 것과 그에 따른 상념 및 사색으로 작품이 이루어진다. ‘산책자’로서의 주인공, 그가 행하는 ‘고현학’으로서의 도시 관찰, 주인공과 친구의 설정 및 주인공의 행적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데서 구현되는 ‘미학적 자의식’ 등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대학 노트를 들고 다니는 주인공이 하루 동안 경성을 돌아다니면서 보는 것과 그에 유발되는 상념 및 의식적으로 행하는 사색으로 작품이 이루어진다. 주인공의 동선과 그가 만나는 인물들 대부분이 우연을 따르는 점이 특징적이다. 30개의 절로 이루어졌는데 절 구분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사실 자체로도 당대의 소설적 관습을 깨뜨리고 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작가 박태원 자신을 나타내는 주인공 구보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구보는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소설을 쓰고자 하는 26세 미혼 청년이다. 구보는 인생의 목표나 진정한 생활이라 할 만한 것을 갖지 못한 인물로, 일상적인 행복을 그리워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일상적 상태로부터는 거리를 두고자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구보가 집을 나서 종로 길을 걸으며 자신의 병에 대해 생각한다. 정처 없는 상태로 동대문행 전차를 타서 한 여성을 보고 예전 여자를 떠올리고는, 조선은행 앞길에서 벗의 누이, 한 소녀 등을 회상하며 물질과 행복에 대한 상념을 행한다. 장곡천정의 다방에 들어가 우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금전과 벗에 따른 행복을 생각한다. 다방을 나와 벗을 찾으나 허탕을 치고, 태평통에서 경성역, 조선은행 앞을 지나며 군중을 관찰하거나 중학 동창을 만나면서, 고독감, 거리의 불유쾌함, 여자와 돈을 생각한다. 전화로 청한 벗을 다방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황혼 무렵 종로네거리에서, 생활을 가진 사람이나 노는계집과의 거리감을 비판적으로 의식하고, 다료에 와서 지난날의 로맨스를 회상한다.
벗과 저녁 식사 후 길에 혼자 남아서, 여자를 떠나보냈던 자신을 책망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한편 사랑하는 이들을 축복한다. 거리의 여인에게서 성욕을 느끼기도 하고, 가엾은 모친을 생각하기도 한다. 다방에서 다시 만난 벗을 끌고 나와, 가난한 문인, 구차한 나라 등 고독이 빚은 사상을 의식하며 벗과 함께 술집을 들러 카페에 들어선다. 자신이 환자라고 느끼면서도 노트를 펼쳐 읽고 쓰면서 좌중을 웃기며 농담을 한다. 여급들의 무지와 행복에 대해 상념을 행하고 여급에게 장난을 친다. 새벽 두 시가 되어 종로네거리에 나와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생활을 가지겠다 결심하여, 내일부터 집에서 창작하겠다고 벗에게 말한 뒤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상념과 사색의 대위법이라 할 만한 특성도 주목된다. 구보의 상념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에 수동적으로 촉발되거나 반응하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반면 그의 사색은 그러한 감각 인상을 대상으로 하여 주체적인 해석과 평가를 가하는 모습을 띤다. 상념이 주인공을 고독하게 하고 괴롭게 하며 불쾌감을 주지만, 사색을 통해서 그러한 부정적인 의식을 가능케 하는 기준이나 바람이 구보에게 있음이 확인된다. 그 결과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하는 종결이 가능해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1930년대 지식인 청년의 분열상에 대한 충실한 형상화와 더불어 일상적인 행복을 진실되게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을 보이는 주제 효과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세태의 파악에 그치지 않는 이러한 주제 효과로 인해 단순한 세태 묘사의 수준으로부터 한 단계 고양될 수 있었다. 문예 사조의 측면에서 보면, 주인공의 ‘산책자’적인 면모와 내용상 현대 도시의 풍물을 살피는 ‘고현학(考現學)’적인 특성에 더해, 주인공 구보가 작가 자신이고 작중 친구가 소설가 이상으로 설정되어 작품 내외의 경계가 무화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 소설로서의 특징을 두루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