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윷놀이

목차
민속·인류
놀이
정월 대보름에 황해도 장연지방에서 윷놀이를 통해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민속놀이.
목차
정의
정월 대보름에 황해도 장연지방에서 윷놀이를 통해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민속놀이.
내용

정월 대보름에 행하였으며, 행사에 앞서 벌이는 윷놀이를 통해서 그해 농사의 흉풍(凶豐)을 점치는 까닭에 이와 같이 불린다. 또 이 놀이에는 씨를 뿌리는 동작이 주요부분을 이루고 있어 ‘종군(種軍)놀이’ 또는 ‘부종군(付種軍)놀이’라고도 한다.

놀이는 대체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진행되는 농사일을 노래와 춤으로 엮은 것이다. 정월 초열흘께가 되면 마을사람들은 이 행사를 이끌어나갈 ‘소탄관’(소를 타고 지휘하는 관원이라는 뜻)을 선출하고 여러 가지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대보름날 아침 ‘산’패와 ‘들’패로 나뉜 마을 청년들은 각기 2,3명의 대표를 뽑으며, 이들은 수숫대로 만든 작은 윷을 가지고 시절윷놀이를 벌인다.

사람들은 자기편 대표가 윷가락을 던질 때마다 응원의 환성을 지르고, 농악대는 잦은 가락을 울려서 분위기를 돋운다. 승리는 미리 약속한 점수를 먼저 딴 쪽에 돌아가는데 산패가 이기면 밭농사가, 들패가 이기면 논농사가 잘 되며 양편이 비슷한 점수를 따면 두 가지 농사가 다 잘 된다고 한다. 이 윷놀이는 본격적인 놀이에 앞서 행하는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윷놀이가 끝나면 사람들은 소탄관을 앞세우고 행렬을 시작한다. 소탄관은 꽃으로 장식한 구럭을 쓰고 긴 수염을 달았으며 짚으로 뜬 부채를 든 모습으로 소를 탄다. 소도 가지각 색의 천과 꽃으로 치장을 한다. 이어 농악대가 늘어서고 농악대 뒤에는 쟁기·호미·괭이·도리깨·광주리 따위의 가장물을 메거나 든 사람들이 따른다. 이들 중에 한 사람이 나서서 다음과 같은 선소리를 메긴다.

“에기혀 에헤야 방아로구나/아게 누구네 방아냐/단군어른 조작방아일세/산에 올라 산정방아·벌에 내려 수전방아/신재령(황해도 신천과 재령) 나무리벌 올벼방아” 사람들은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에헤야 방아로구나’ 하고 받는다. 메기는 사람은 이어 농사를 지어나가는 과정과 함께 풍년을 맞은 기쁨을 즉흥적으로 엮어나간다. 행렬이 읍에 이르면 수많은 구경꾼들이 환성을 올려서 맞아준다.

이렇게 하여 옛 동헌 앞마당에 들어온 패들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추며 각기의 행렬이 모두 도착하면 장단이 멎는다. 이때 소탄관이 “춘분이 되었으니 밭 갈고 씨 뿌리세.” 하고 메기면 사람들은 “예, 해야지요.” 하며 대답하고 이어 농부가를 부른다. 보로 땅을 갈고 씨 뿌리고, 재거름을 묻고 모를 내는 따위의 시늉을 하고 춤을 추며, 특히 모낼 때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가 따른다.

“한일자로 늘어서서/미음자로 절아가세/이 논배미 벼를 심어/장잎 펄펄 춤을 춘다/물새좋은 우리 논에/백석지기 천석난다/벼농사를 이렇게 지어/누구하고 먹자느냐/늙은 부모 봉양하고/집안 식솔 배불리고/사람노롯 하자꾸나/이 논배미 얼른 심고/장구배미로 넘어가세.” 장구 장단에 어울리는 이 가락에 구경꾼들도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춘다.

가을걷이와 마당질로 넘어가서 낫으로 베고, 도리깨로 떠는 동작을 베풀고, ‘풍년 맞이’로 들어가면서 이 놀이는 절정에 이른다. 머리에 수건을 쓴 가장 여인이 나타나서 밥을 담고 물을 떠서 새참을 내는 시늉의 춤을 추며 황새로 꾸민 사람이 논두렁을 거닐면 포수가 등장하여 쏘아 잡는 장면도 벌인다.

관중들 중에는 놀이판에 뛰어들어 사자춤을 추기도 한다. 동헌 마당에서의 이와 같은 과정이 끝나면 놀이꾼과 사람들은 각기 마을로 돌아와서 다시 노래와 춤으로 밤을 지새운다.

동이 터 오를 때 몸에 지녔던 가장물은 불에 던져 모두 태우며 이로써 시절윷놀이의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이 놀이는 농사의 고달픔과 풍년의 즐거움이 함께 표현된 농민들의 큰 잔치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의 민속놀이』(김광언, 인하대학교출판부, 1982)
집필자
김광언
    • 본 항목의 내용은 관계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