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화개산에 위치한 도피안사는 신라 경문왕 5년(858)에 도선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말 고려초에는 철불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것은 신라말 호족세력이 등장하고 선종이 유행한 것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한 도피안사 비로자나불을 조성하는 데에는 이 지역의 불교 결사인 향도 조직이 깊이 관여한 사실이 주목된다. 이 불상은 857년에 발원하여 함통 9년(868)에 완성한 것으로 발원에서 완성까지 1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불상 뒷면 조상기에 신라 경문왕 5년(865)에 조성하였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어, 제작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불기 1806년에 멀고 가까운 곳에 사는 향도들이 오래된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대각을 이루고자 절 일에 스스로 몸을 던져 이 불상을 조성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조상기에 의하면 이 철불을 조성한 시기는 당 의종 함통 6년(경문왕 5년, 865) 을유 정월이고 장소는 신라국 한주 북계 철원군 도피안사이다. 또한 이 철불을 조성한 향도조직의 대표자는 용악 견청이고 인연을 맺은 거사는 1,500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조상기의 내용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뉘어진다. 첫째 단락은 불상의 조성을 발원하고 향도집단을 결성하게 된 동기와 기원을 쓰고 있다. 둘째 단락에서는 불상의 조성시기를 기록하였다. 셋째 단락에서는 발원에 동참한 향도집단의 규모와 조상에 임하는 마음자세를 기록하였다. 발원하게 된 동기부분에서 불멸연기를 쓰고 불상의 조성시기를 중국연호로 표기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볼 때, 철불을 조성하게 되는 발원 이유를 먼저 쓰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철불이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불상을 받치고 있는 대좌까지도 철로 만든 보기드문 작품이다. 또한 통일신라 후기에 유행하던 철조비로자나불상의 새로운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불상의 조상기에는 불상제작을 발원한 사람과 시기, 완성된 시기 등을 기록하고 있어 불교사는 물론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