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1년 무렵 발해 사신 이거정(李居正)이 가구영험불정존승다라니를 일본에 전해주었는데, 이 다라니에는 당대(唐代) 무철(武徹)이 이 다라니와 관련해 경험한 여러 이적과 존승다라니의 영험 그리고 존승다라니경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서두에는 무철의 다라니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으로는 불정존승다라니감응사가 이어지고, 그 뒤에 불정존승다라니가자구족본(佛頂尊勝陀羅尼加字具足本)이 덧붙어 있다. 말미에 발문(跋文)이 있다.
발문에 소개되어 있는 이거정은 833년 무렵 당에서 유학하고 발해로 귀국한 인물이다. 이거정은 제27차 방일사신단의 대사로서 일행 105인과 함께 860년 겨울에 발해를 출발하여 861년 정월에 도근군(島根郡)에 도착하였다. 당시 방일 목적은 문덕천황(文德天皇)의 상에 조문하는 것이었다.
발해사신들은 다라니의 효험으로 문덕천황이 모든 업장을 소멸하고 극락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라니를 일본에 전해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신의 입경은 허락되지 않았고, 발해에서 갖고 온 신물도 받지 않았으며 다만 중대성첩만 접수하였다.
9세기 당시 석산사는 대륙 교섭의 창구였으므로, 100인이 넘는 발해인들이 머물고 있던 도근군까지 와서 경전을 수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석산사본은 이거정을 대사로 한 발해의 제27차 방일사신단이 861년 일본에 전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구영험불정존승다라니기는 불타파리(佛陀波利)가 번역한 불정존승다라니경(佛頂尊勝陀羅尼經)에 서구(序句)가 첨가된 인연을 설명하고, 불정존승다라니를 지니고 염송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영험공덕을 설한 것이다.
불정존승다라니경은 860년 이전에 발해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에 최초로 전해진 불정존승다라니본은 발해의 사신 이거정이 전해준 석산사본 가구영험불정존승다라니라고 할 수 있다. 9세기 발해에서 신앙되었던 불교의 유형과 일본 밀교의 유입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또한 석산사본은 발해의 밀교를 비롯한 불교문화와 미술 연구에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