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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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북도 개성시에 있었던 고려시대 태조의 할머니 용녀 관련 샘. 신정(神井).
이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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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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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북한 황해북도 개성시에 있었던 고려시대 태조의 할머니 용녀 관련 샘. 신정(神井).
내용

고려 태조의 할머니 용녀(龍女)와 관련된 전설적인 샘으로 ‘한샘·한우물·큰샘’으로 불리기도 한다. 광명사정(廣明寺井)·양릉정(陽陵井)과 함께 개성의 삼대신정(三大神井)으로 일컬어진다.

그 가운데 큰 샘과 광명사정은 가히 왕과 왕비로 비유하여도 좋을 만큼, 고려왕조의 대표적인 성역(聖域)들이다. 이 둘은 용녀 전설과 관련, 서로 헷갈리기도 할만큼 고려왕조와 깊은 유대를 지니고 있다. 고려 시조모신(始祖母神)과 관련될 뿐만 아니라 용신신앙(龍神信仰), 더 나아가서는 물과 관계되는 천수신앙(泉水信仰)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 유래는 《중경지 中京誌》에 의하면 “용녀가 처음 왔을 때, 개성의 동북쪽 산기슭에 가서 은접시로 땅을 파서 물을 길어 썼다. 지금 개성대정이 바로 이 샘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서는 용녀가 용궁을 떠나 남편 작제건(作帝建)을 따라 개성에 이르렀을 때, 직접 판 우물로 믿어지고 있다.

이와 달리, 《동국여지승람》에는 “은접시로 땅을 팠더니 물이 두자 깊이가 더 되게 치솟았다. 그 물 나온 곳을 샘으로 삼으니 모두가 일이 있을 때마다 여기에 제사를 드렸다.”라고 적고 있다. 이로써 개성대정은 모든 일을 비는 기원의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샘 옆에는 샘을 신격화하여 모시는 사당인 정사(井祠)가 있었는데, 고려왕가에서는 봄·가을 두 번에 걸쳐 여기서 제사를 올렸다. 고려왕가에서는 산천(山川)·기암(奇巖)·용혈(龍穴)·절터 등 영험이 있다고 믿는 장소나 대상 가운데 이곳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고려사》 세계(世系)에 의하면, 용녀는 평소에 이 큰 샘을 통하여 친정인 용궁이 있는 서해바다를 내왕하였는데, 어느 날 남편인 작제건에게 자신이 우물에 드나드는 것을 보지 말라고 당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그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시녀와 함께 용으로 화신하여 우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남편에게 들키자 용녀는 그 길로 용궁으로 되돌아가서 다시는 개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보아 개성대정은 시조모신이 깃들인 곳으로서만 숭앙된 것이 아니고, 물의 세계인 바다와 뭍의 세계인 개성을 이어주는 길목으로서도 숭앙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말 궁중무속에 관한 자료인 《발기 撥記》에는 궁중에서 상궁을 시켜 무녀에게 대정에 치성을 드린 기록이 있는데, 이로 보아 이 우물은 여전히 중요시되었고, 치성이 끊임없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기록된 무의(巫儀) 절차는 대개 부정·부아들·감행·성조·군웅·물사슬·산신·뒷전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개성대정은 알영(閼英)의 알영정, 혁거세의 나정(蘿井), 그리고 백제무왕이나 견훤이 탄생한 못들과 함께 왕조의 시조가 탄생하였거나 그 탄생과 관련된 우물 또는 연못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크게는 약수신앙(藥水信仰) 또는 천수신앙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고려의 시조모인 용녀가 용의 화신으로 믿어지고, 다시 큰 샘과 맺어져 숭앙된 것은 고려왕조의 전설에까지도 상고대 왕국들의 시조모신이 지니고 있던 물과 관련된 ‘풍요의 힘’이 끼친 자취라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중경지(中京誌)』
『한국신화와 무속연구』(김열규, 일조각, 1977)
「한말의 궁중무속」(최길성, 『한국민속학』 3, 1970)
「傳說の都開城と其古蹟名勝」(川口卯橘, 『朝鮮史學』 2·3, 1926. 1·2.)
집필자
김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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