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신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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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영정
알영정
민간신앙
개념
샘물이나 우물을 신성시하거나 주술적인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 종교적인 믿음을 바치는 민간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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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샘물이나 우물을 신성시하거나 주술적인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 종교적인 믿음을 바치는 민간신앙.
내용

천수신앙의 으뜸은 ‘물신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물의 생명력의 원천으로서 물이 지닌 힘에 바쳐진 신앙의 일부가 곧 천수신앙으로 하천신앙과 함께 물신앙의 가장 큰 두 가닥을 이루고 있다.

우리 나라의 상고대 신화에서는 어느 왕조나 첫 왕비의 탄생이 물과 맺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경주의 ‘알영정(閼英井)’이 가장 대표적이나 동명왕 주몽(朱蒙)의 아내 유화(柳花)가 웅연(熊淵)출신이고, 김수로왕의 비 허황옥(許黃玉)이 바다를 건너온 여인임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알영의 경우는 왕과 왕비의 짝이 하늘의 신과 물의 신의 짝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보기에 속할 것이다.

그것을 천신과 ‘수모신(水母神)’의 신성 결연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왕과 왕비의 결연이 하늘과 물의 이치의 결합으로 간주된 것이다. 이러한 경우, 왕과 왕비는 우주론적인 존재로 간주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것은 상고대 일본왕조의 왕비가 ‘물의 비’로 간주된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알영정에는 이미 계룡 전승이 맺어져 있어 천수신앙과 용신신앙이 짝이 지워진 가장 오래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후대에 있어 용신먹이는 자리로서 천수가 자리한 처지를 가장 앞질러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 대정’, 곧 개성의 큰 우물은 고려왕조가 지닌 시조비(始祖妃) 전설의 옛터로서 전해져 있다.

이 경우도 용신신앙과 우물이 맺어져 있음을 보아 개성 대정이 다름아닌 알영정의 고려판임을 지적할 수 있다. 더불어 개성 대정은 용궁에의 관문, 용궁길과 지상세계의 길이 마주치는 자리로 생각되었다는 것을 내세울 수 있다.

≪삼국유사≫ 김유신조(金庾信條)에는 여성들만을 위한 성역(聖域)으로 보이는 기록으로 김유신 일가의 여인들이 청연곡(靑淵谷)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하거니와, 그것이 김유신 일가의 여시조에 비친 종교적 행사였음을 기록이 나타내고 있다. 한편, ‘봉가지(奉哥池)’ 전승은 남성시조의 탄생에 얽힌 자리로서의 연못을 보여주고 있다.

강화도 하음(河陰)이 관향인 하음봉씨의 시조 봉우(奉佑)는 뇌성벽력이 있고 난 직후, 연못 속에 떠 있는 석함(石函)에 담긴 갓난아기로 한 늙은 할미에 의하여 거두어져서 자라나게 된다. 오늘날 하음의 논 가운데 잠긴 작은 연못에 불과한 이 봉가지는 시조의 연못으로 간주되고 있는 셈이다.

부분적으로 천수신앙은 약수신앙(藥水信仰)과 맺어져 있다. 약수는 생리적 효험에 대한 믿음에 앞서 신령한 물로서 받들어진 믿음이 붙여진 물이다. 그 약수는 대개 산속이나 숲속의 옹달샘 정도의 작은 샘물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약수의 극단적인 전형이 이른바 ‘생명수’ 또는 ‘불로수’이다.

수많은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그들이 가지게 되는 모험의 궁극적 대상, 그가 찾아서 얻고자 하는 최종 대상, 곧 ‘수탐(搜探:염알이)의 대상’을 생명수에 두고있거니와, 무조신화(巫祖神話)의 하나인 ‘바리데기’의 주인공 바리공주도 생명수를 구하러 저승으로 떠남으로써 수탐 이야기의 주인공이 가지는 한 유형을 답습하고 있다. 바리공주는 저승의 샘에서 약수를 길어옴으로써 스스로 무조신이 될 수 있었던 인물이다.

천수신앙은 약수신앙과 맺어지고 다시 또 용신 또는 용왕신앙과 맺어진다. 물이 가지는 생명력의 결정이 곧 용이고 용신이다. ‘용왕을 먹인다.’는 말로 나타내어지는 용신신앙은 크게는 농경의 풍요원리와 맺어져 있으나, 단순한 기복(祈福)·기양(祈禳;복은 오고 재앙은 물러가라고 빔)을 위해서도 용신은 먹여지고 있다.

산골 비탈의 한쪽에 있는 약수터에 수많은 촛불이 켜진 자국이 남겨진 것은 그곳이 바로 용신신앙의 현장임을 말하여주게 된다.

한편, 천수신앙은 ‘물할미’ 곧 ‘수고(水姑)’신앙과 맺어져 있다. 물할미는 여성의 생산원리와 물의 생명력이 어우러져 의인화된 자연신이거니와 산할미와 더불어 우리 나라 민간신앙의 양대 할미를 이루고 있다.

물할미는 수모신적인 모상(母像)이 노화된 것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연못은 기우제를 위한 굿 터가 된다. 이 경우, 연못은 용신의 집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연못 역시 용신신앙과 맺어진 천수신앙의 한 형태라고 보여진다. 세시행사(歲時行事)의 하나인 ‘용란(龍卵) 건져 먹기(용알뜨기)’도 그 같은 두 가지 신앙이 맺어져 이루어진 것이다.

대보름날 미리 맑게 치워둔 우물에 맨 먼저 비친 둥근 달 그림자를 바가지에 떠 마시면 부인네가 아기를 가지게 된다고 믿어지고 있다. 그 달 그림자를 용란, 곧 용의 알이라 일컫는 것이다.

한 집안에서 우물은 가정주부들이 치성을 드리는 성역이 된다. 정갈한 집안 우물에서 길은 물을 ‘정화수’라 부르고, 그 정화수 한잔을 소반에 차려 우물가에 진설하고 촛불을 켜면 그것 자체가 제단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치성은 기복·기양·기축(祈祝:빌고 축하함) 등에 걸쳐 다양한 목적을 가진다. 이 정화수관념에는 물의 생명력 이외에 물의 정화력에 바친 믿음이 끼쳐져 있다.

별신굿이나 서낭굿이 올려질 때, 동리 안의 특정한 샘물이나 제주 집안의 우물이 깨끗하게 치워지고 또 금색이 둘러쳐지는 것도 물의 정화력에 바쳐진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맑은 우물물은 부정을 물리치고 서낭굿이며 별신굿이 베풀어지는 마을 안의 신성함을 보장하는 원천으로 간주된 것이다. 별신굿이나 서낭굿에 쓰이는 모든 제수(祭需)가 정화된 우물물만으로 마련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경상남도 하동지방에서는 신부가 신행갈 때, 친정 우물물을 병에 담아가서는 시가의 우물에 부어넣는 습속이 전해지고 있다. 이것을 ‘합수(合水)’라고 한다. 그것은 물의 융화력에 기대어 시가와의 화목을 꾀하는 행위이다. 우물이나 샘은 물이 지닌 생명력·정화력, 그리고 융화력 등에 힘입어 알영정 이래 오랫동안 이 땅에 믿음의 자리를 차지해온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유사』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한국민속과 문학연구』(김열규, 일조각, 1982)
『한국민속대관』 3-민간신앙·종교-(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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