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왕은 신라의 마지막 임금으로, 나라를 고려에 넘겨준 왕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시운이 다한 나라를 전쟁의 참화에서 피하게 하여 백성을 보호한 점에서, 백성들로부터 많은 추앙을 받았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유적지 곳곳에 사당이 세워지고 여러 전설이 생겨났으며, 신령으로 모셔졌다. 그리하여 시호를 올리기 이전의 그의 칭호에 따라 김부대왕(金傅大王)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무(韓國巫)의 신령이 되었다.
그를 숭배하는 지역은 경상북도의 경주·포항·영풍·월성 등을 비롯하여, 강원도 원주와 충청북도의 제천·청풍, 경기도의 안산과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동에 이른다. 경주에서 포항에 이르는 지역의 주민들은 경순왕을 인근의 형산(兄山) 왕룡사원(王龍寺院: 과거의 玉蓮寺)에 신으로 모시고 기원을 드린다.
전설에 의하면, 형산과 강 건너의 제산(弟山)은 원래 연결되어 있어 , 비만 오면 물이 빠지지 않아 안강(安康)벌까지 수해를 입었다. 그런데 하루는 경순왕신이 용으로 변해서 그 꼬리로 두 산을 끊어 놓아, 물이 그 사이로 해서 바다로 빠지게 하였다 한다. 이 전설은 경순왕이 죽어서도 백성을 보살펴주는 신령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상북도 영주시 영주동(옛 영주면 영주리)에는 목조기와로 된 자인전(慈仁殿)이 있는데, 그 곳에 경순왕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풍의 덕주사(德柱寺) 뒤편에도 김부대왕사라는 사당이 있었던 것과 강원도 인제에 김부대왕동(金傅大王洞)이 있었던 사실, 그리고 충주·제천 등지에도 경순왕의 여러 유적과 전설이 있었음을 『오주연문장전산고(五州衍文長箋散稿)』는 전한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동의 군자봉 꼭대기에는 서낭당터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경순왕이 모셔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리고 김부대왕은 오늘날 무당들이 그리 명확하게 신앙하지는 않지만, 조선말과 일제시대에는 영험이 높은 신령으로 받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