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간행되었다. 『삼국유사』 · 『균여전』에 수록된 향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원서명은 『조선고가연구 朝鮮古歌硏究』이다.
당시 향가주해서로서 상당한 권위가 있던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의 『향가 및 이두의 연구 鄕歌及び吏讀の硏究』(1929)를 수정하여 학계에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킨 저서이다.
본문 머리에 붙인 제목은 ‘사뇌가전주(詞腦歌箋注)’라 되어 있어 이것이 저자가 본래 의도하였던 서명이겠으나, 일반인의 이해에 수응하기 위하여 겉표지에는 ‘고가연구’라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은 1957년과 1965년 두 차례에 걸쳐 수정과 보충이 행하여졌는데, 1957년판을 정보판(訂補版), 1965년판을 증정판(增訂版)이라고 한다.
1942년의 원간본을 기준으로 그 체재를 살펴보면, 저자의 서문과 범례 · 인용서목 · 목차 등을 따로 하고, ‘사뇌가전주’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본문이 867면, 색인 80면이 추가되어 있어 도합 1,000면에 달한다.
그 뒤의 증보판에서는 면수 표시가 없는 장들까지 모두 합하여 정확히 1,000면이 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혹 의도적인 증면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본문부분은 서론격인 서설과 향가 각 편에 대한 해독 및 주석을 내용으로 하는 석주(釋注)의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설은 ① 상대가요의 일반, ② 나대(羅代)의 가악, ③ 사뇌가의 3장으로 되어 있고, 석주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14수를 먼저 내세우고, 『균여전』 소전의 「보현십원가」 11수를 뒤로 돌리는 체재를 취하고 있다.
서설의 제1장과 제2장은 서설 중의 서설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제1장에서는 우리나라 원시신앙에서의 ‘ᄒᆞᆫᄇᆞᆰ〔天〕’ · ‘ᄒᆡ〔日〕’ · ‘ᄀᆞᆷ〔女神〕’ · ‘수〔男神〕’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영신군가 迎神君歌」(龜何歌)나 「해가사 海歌詞」가 다 이러한 샤머니즘적 관념의 출현임을 논하였고, 제2장 ‘나대의 가악’에서는 기록들을 섭렵하여 나대의 가악에 대한 개관을 보이면서 오늘에 전하지 않는 것이 많음을 한탄하고 있다.
서설에서의 핵심은 제3장인 사뇌가이다. 사뇌(詞腦) · 시뇌(詩腦) · 사내(思內) · 신열(辛熱)이 모두 ‘ᄉᆡᄂᆡ’의 차자(借字)로서 그 본래의 의미는 동천(東川) · 동토(東土)이고, 그것이 바뀌어 변한 뜻이 향(鄕)이라 하며, 신라와 동의어가 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사뇌가는 곧 향가이며, 넓은 의미로는 ‘동방 고유의 노래’요, 좁은 의미로는 ‘신라의 가요’가 되는 것이라 하였다.
더욱이, 이 제3장에는 차자표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태도가 요약되어 있고, 또한 향가해독의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어, 이 저서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가장 적절히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가연구』의 성공은 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광범위한 문헌자료의 섭렵 및 왕성한 탐구력에 더하여 그의 시적 직관까지가 가세하여 성취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 외국문학도에 의하여 이룩되었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기적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향가해독에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데 있지만, 방대한 부피가 시사하듯이 이 저서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해독을 위한 논증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적절한 체계를 세우고 합당한 학술용어를 선택하지 못한 경우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 안에는 국어의 음운 · 문법 · 어휘의 여러 층위에 걸친 많은 사고가 담겨 있고, 그 중에는 후세의 엄격한 기준에 의한 비판에도 견딜 수 있는 상당한 탁견들이 들어 있기도 한 것이다.
주어진 언어자료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 생각하고 그것을 문자화해놓았던 것이라 할 수 있어, 단순한 향가주석서 이상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주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