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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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음모와 운모를 합하여 부르는 언어단위. 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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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한자의 음모와 운모를 합하여 부르는 언어단위. 성운.
내용

전통적인 중국음운학에서는 개개의 한자(漢字), 즉 음절을 분석할 때 음모와 운모를 이분하는 태도를 취해왔는데, 음모는 성모(聲母)라고도 부른다.

예컨대, ‘良’자의 경우 현대 중국음으로는 liaŋ이 되는데, 이를 음모 l과 운모 iaŋ과 같이 둘로 나눈다. 그리하여 이 음모와 운모를 합한 표현으로 음운 내지는 성운(聲韻)이라는 표현이 언어음 전체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음모는 음절 첫머리의 자음, 즉 초성에 해당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 분류나 서술이 아음(牙音)·설음(舌音)·순음(脣音)·치음(齒音)·후음(喉音) 등의 5음 내지는 반설음(半舌音)과 반치음(半齒音)이 추가된 7음과 같이 간명하였고, 여기에 전청(全淸)·전탁(全濁)·차청(次淸)·불청불탁(不淸不濁) 등의 구분을 더하면 체계적인 기술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현대음성학의 일반적 태도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운모라는 단위는 iaŋ과 같이 복합적인 것이어서 비교적 음절구조가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어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수효가 엄청난 것이 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 분류도 복잡한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세에 와서는 iaŋ에서의 i를 개모(介母)라 하고 끝의 ŋ을 운미(韻尾)라 하며 운복(韻腹)에서 떼어 생각하기에 이르지만,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운모의 유형화 작업은 성모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운모의 기술에는 평·상·거·입(平·上·去·入)이라는 성조까지가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음운을 연구하는 학문을 음운학이라 하지 않고 단순히 운학(韻學)이라 일컬으며, 그 서적들을 운서(韻書)라 불렀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운이라는 술어가 현대의 언어학 내지 국어학에 수용되어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술어가 지니는 개념이나 용법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음운론의 확립 이전에 있어서는 ‘소리’ 또는 ‘말소리’와 대동소이하게 쓰이는 것이 음운의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음성’이라는 용어와 특별히 대립시켜 쓰인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음성학에서 음성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는 데 반하여, 언어사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에는 ‘음운’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는 음운변화·음운법칙·음운변이와 같은 술어의 성립이 음성학에 대립되는 학문으로서의 음운론의 도입 이전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음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데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즉, 음운변화는 phonetic change, 음운법칙은 Laut gesetz, 음운변이는 Lautwandel을 번역한 것으로 ‘음운’이라는 말에 특별한 의의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쉬르(Saussure,F.de.)의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의 대립개념이 소개되고, 프라그학파(Prague學派)의 음운론에 접하면서부터는 사정이 급격히 달라졌다.

‘sound’, 즉 음성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의 ‘phoneme’을 번역하는 용어로 ‘음운’이 선택되면서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음운론(phonology)’과 함께 공전의 각광을 받으며 총애되는 술어로 변하였다.

초기의 음운론에 있어서의 음운(즉, 후일의 음소)의 개념은, 소쉬르나 쿠르트네(Courtenay, B. de.)의 흐름을 따라 심리적이며 관념적인 것으로 설명되었다.

예컨대, 국어에서 ‘ㄹ’자로 표시되는 소리는 객관적으로 볼 때 [r]와 [l]의 두 가지가 있으나(예컨대, ‘물이’에서와 같이 두 모음 사이에서 발음될 때에 [r]이고, ‘물’·‘물도’에서와 같이 그것이 어말에 올 때, 또는 그 다음에 자음이 따를 때에는 [l]로 발음된다.), 한국어를 쓰는 언중(言衆)들의 머리 속에서는 그 두 소리가 각각 다른 소리로 인식되지 않고 하나의 소리로 인식되기 때문에, 한국어에서의 [r]와 [l]은 서로 다른 두개의 음운을 이루지 못하고 단음운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되었다.

물론, 프라그학파의 음운론에서는 이와 같은 심리적이며 관념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의미의 분화에 공헌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기준, 즉 시차적(示差的, distinctive 또는 ‘변별적’이라고도 함. ) 차이를 보일 수 있는가 하는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기준에 도달하여 있었지만, 제2차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 학계에까지 제대로 소개되었던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음운론은 대립과 체계의 개념을 강조하며 등장한 학문으로서 음운연구에 새로운 경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학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델이 되기도 하였던 것인데, 프라그학파에 있어서는 특히 ‘대립’의 개념이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실재하는 것은 유리된 항들로서의 음운이 아니라 음운들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들이며, 이 음운대립의 총체가 음운체계(音韻體系, phonological system)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음운대립 또는 음운론적인 대립에 대한 분류작업은 독보적인 것이었으며, 그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도달한 상관적 대립(相關的對立, correlative opposition)과 분리적 대립(分離的對立, disjunctive opposition : 無關的對立이라고도 번역한다.)의 식별은 언어학사에 특기할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관적 대립의 논리적 귀결로 징표성(徵表性, marked-ness)과 원음운 또는 원음소(原音素, archi-phoneme)라는 중요한 개념이 등장하여, 음운론의 영역을 넓히기에 이르렀다.

프라그학파에 있어서도 음운은 이미 음운론의 궁극적 단위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음운은 음운론적 자질 또는 시차적 자질들의 결속체로 인식되어 있었던 것인데, 이 자질에 대한 이론은 이 학파의 중요한 구성원의 하나이었던 야콥슨(Jakobson, R. )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에 본격적인 발전을 보게 된다.

‘phoneme’의 번역어로서 ‘음운’보다도 ‘음소’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이게 된 것은, 미국의 기술언어학(記述言語學)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형태론의 기본 단위를 ‘형태소(形態素, morpheme)’라 부르는 것과 잘 조화되기 때문에 ‘phoneme’의 역어인 음소라는 명칭이 급격히 힘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술언어학의 한 흐름에서는 운율적인 요소를 다루는 분야를 고유의 음운론 분야에서 유리시켜 음소론(phonemics)과 운율론(prosody)을 분간하며 음소에 대립되는 운소(韻素, prosodeme)를 세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phoneme을 음소라고 하는 것은 매우 합당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음소론과 운율론을 통합하는 학문으로서의 phonology에 음운론의 명칭을 붙이는 것이 합리화되는 길이 발견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운론이나 음소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내용면에서 큰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 생성음운론(生成音韻論, generative phonology)의 단계이다.

그 이전의 음운론을 분류학적 음운론(taxonomic phonology) 또는 자립음운론(自立音韻論, autonomous phonol-ogy)이라 하여 비판하면서 등장한 이 새로운 음운론은, 같은 음소로 표현되는 요소들의 차원이 종전보다 깊은 차원의 것이 되었다는 점과 이들 음소들의 연속으로 표기되는 기저구조(underlying phonemic struc-ture)로부터 표면에서의 음성 실현까지를 과정으로 인식하며 그 사이의 변화, 즉 공시적 음운변화를 관장하는 음운규칙(音韻規則, phonological rule)들의 추출에 많은 노력을 경주한다는 점에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생성음운론에서는, 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던 것이 음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기도 한다. ‘ŋ’은 영어나 독일어의 음소목록에 올라 있었고, 같은 비음인 n이나 m과 최소의 짝들로 해서 표면상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었지만, ŋ으로 실현되는 소리는 기저구조의 단계에서는 ng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모든 언어에서의 ŋ이 모두 그러한 운명을 걷는 것은 아니다. 영어나 독일어에서는 ng로 기술될 수 있는 내적 증거가 확보되어 있는 반면에, 국어와 같은 언어에서는 그런 처리를 가능하게 할 아무 조건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음운은 언어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문(部門, component)의 하나이다. 언어구조의 각 부문은 음운·문법·어휘 또는 음운·통사·의미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를 고전적인 3분법이라 한다면 후자는 변형생성문법 이후에 특히 애용되는 3분법이라 할 수 있다.

음운부(音韻部, phonolo-gical component)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행위의 소재라 할 언어음의 분야로서 의미의 분화에 공헌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나, 의미를 지닌다든지 직접 의미와 통한다든지 하는 것은 불가능한 부문이다.

변형문법의 표준이론에 있어서는 음운이 의미와 함께 통사부에 대한 해석 부문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되나, 생성의미론의 관점에서는 이 세 부문이 수직으로 층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된다. 가장 밑바닥에 의미부가 있어 가장 깊은 심층구조를 이루고, 그 위에 통사부와 음운부가 차례로 얹힌다.

참고문헌

『음운론연구(音韻論硏究)』(이숭녕, 민중서관, 1955)
『국어음운학(國語音韻學)』(허웅, 정음사,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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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음운론(生成音韻論)』(전상범, 탑출판사, 1977)
『음운현상에 있어서의 제약』(이병근, 탑출판사, 1979)
『국어음운론(國語音韻論)』(이기문·김진우·이상억, 학연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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