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개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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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을 조음할 때 동시조음으로 전설면과 경구개 사이가 좁혀지는 음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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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어떤 음을 조음할 때 동시조음으로 전설면과 경구개 사이가 좁혀지는 음운현상.
내용

줄여서 구개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이중조음(二重調音)에 있어서의 부차적 조음이 구개부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구개라는 술어가 여기서는 음성학적으로 좁은 의미로 사용되어 구개범(口蓋帆)과 식별된다. 음성학에서의 구개는 해부학에서 경구개에 해당되고, 연구개(軟口蓋)에 해당되는 것이 구개범이다. 언어에 따라서는 구개화된 자음들, 즉 구개화음들이 비구개화음들과 체계적인 대립을 보이는 일이 있는데, 러시아어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구개화음을 표기하는 데에는 [ƾ], [ɳ]…… 등과 같이 구개화되지 않은 음을 나타내는 기호에 갈고리를 붙인 것과 같은 기호를 사용하기도 하나, 표기의 편의상 ‘·’ ‘ʹ’ 등의 부호를 첨가하여 [ṫ], [ṅ] ……또는 [t], [ń]……나 [tʹ], [nʹ] …… 등으로 적는 일이 많다.

둘째, 구개음이 아니던 것이 구개에서의 부차적 조음을 가지게 되거나 또는 아예 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공시론과 통시론 양쪽에 같이 쓰인다.

셋째, 구개에서 조음되는 반모음 요드(j)와 같은 조음이 추가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요드화(yodization, jodierung)와 같은 개념이 되지만, 구개음화란 이러한 요드적 요소의 첨가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변화까지를 성취하게 되는 일이 많아 이것까지를 포함하여 구개음화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요드화 이후의 변화에 더 역점을 두어 이 술어를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으니, 특히 국어학에서의 관례가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구개화가 증진되어 요드적 요소가 극대화되면 마침내 조음부위만이 아니라 조음양식의 변화까지를 결과시킨다. [t]가 [ʧ]로 변한다든지(뎔>절, 됴타>조타), [k]가 [ʧ]로 변하는 것 (방언: 김>짐, 겨>저)은 요드적인 조음의 심화가 폐쇄음들을 파찰음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s]가 [ʃ]로 변화하는 것이나 [h]가 [ʃ]로 변화하는 것들도 같은 이유로 마찰의 광역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에서 다루어지는 가장 두드러진 구개음화의 예는 ‘ㄷ’의 구개음화이다. 유희(柳禧)는 『언문지(諺文志)』에서 우리의 발음 습관에 ‘댜뎌’나 ‘탸텨’를 ‘쟈져’나 ‘챠쳐’와 동일하게 발음하는 것은 앞의 것이 발음하기 어렵고 뒤의 것이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그 나름의 설명을 하면서, 다만 관서지방의 사람들만은 ‘텬(天)’자와 ‘쳔(千)’자, ‘디(地)’자와 ‘지(至)’자를 구분하여 발음한다고 증언하고 있어, ‘ㄷ’의 구개음화의 분포영역이 지금과 같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앙어에서의 ‘ㄷ’의 구개음화가 그리 오랜 것이 아님을 재미있는 예를 들어 말해주고 있다. 그의 스승인 정동유(鄭東愈)의 고조 형제에 ‘知和(디화)’· ‘至和(지화)’라는 두 사람이 있었지만 부르는 데 혼동이 없었던 것을 보면, ‘디·지’를 혼동하는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님을 알겠노라 하는 것이 그의 논리인데, 한글문헌에 나오는 용례들의 검토에서도 ‘ㄷ’의 구개음화는 17세기와 18세기의 교체기에 일어났다고 보아 큰 잘못이 없을 것(이기문)이라는 결론이 얻어져 유희의 말을 뒷받침하고 있다(정동유의 고조의 생존시기는 17세기 중엽 전후에 해당됨.).

국어에서의 구개음화는 다음에 오는 모음 ‘i’ 또는 반모음 ‘y’와의 결합 아래 이루어지는 자음의 변화를 가리키는 것인데, 방언들에 눈을 돌리면 ‘ㄷ’ 이외에 ‘ㄱ’이나 ‘ㅎ’에 대해서도 구개음화가 비슷하게 일어난 것을 볼 수가 있다.

‘ㄱ’이나 ‘ㅎ’의 경우는 아직 그 세력이 경기 남부에까지밖에 미치고 있지 못하여 ‘ㄷ’의 경우처럼 중앙어에 그 결과가 반영되어 있지 못한 것이 다르지만, 서로 맥락을 같이하는 현상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일련의 구개음화는 그 지리적 분포영역으로 보아 진원지가 동남방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료의 부족으로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ㄷ’의 구개음화는 그 전파시기에 있어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ㄱ’이나 ‘ㅎ’에 비하여 월등히 강력하게 작용하는 현상이다.

‘ㄷ’의 경우에는 구개음화를 겪을 당시의 어형을 기준으로 말할 때, 다음에 모음 ‘i’나 반모음 ‘y’를 가졌던 것이면 그들 앞에서의 ‘ㄷ’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ㅈ’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고, 오늘날의 어형에서 ‘ti’ 또는 ‘ty’의 결합을 보이는 것은 ‘어디<어듸’, ‘디디다·디뎌<드듸―’의 경우가 보이는 것처럼, 본래는 ‘ㄷ’ 다음에 ‘으’와 같은 ‘이’가 아닌 다른 모음 또는 이중모음을 가졌던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ㄱ’의 경우에는 단어의 첫 음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둘째 음절 이하에서는 그 예를 보기 힘들게 되어 있다. 제2음절 이하의 경우에 대하여 어미 ‘디’와 ‘기’를 대비해보면 가장 특징적으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니, 문헌어에 ‘디’가 완전히 ‘지’로 변한 것과는 달리 ‘ㄱ’의 구개음화를 보이는 어떤 방언에서도 어미 ‘·기’를 ‘·지’로 발음하는 곳은 없는 것이다.

또한, 지명으로서의 ‘교동(校洞)’은 ‘조동’으로 발음하면서도 ‘학교’는 ‘해꾜’라고는 할지언정 ‘학조’라고 하는 일이 없다는 것도 음절에 따른 제약을 알려주는 좋은 예이다.

한자어를 경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ㄱ’의 구개음화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ㄷ’의 경우에는 ‘댱>장(張)’, ‘뎡>정(鄭, 丁)’ 등의 성(姓)에서 시작하여 예외없이 구개음화되었음에 반하여 ‘ㄱ’의 경우에는 ‘김(金)’이라는 성에 대한 발음으로 ‘짐’을 들 수 있는 정도이고, 다른 한자어들에 대해서는 지방에 따른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구개음화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한자어에 대해서 중앙어의 영향이 더 강한 데서 오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현대어의 공시적 음운규칙으로서의 구개음화는 주로 ‘ㄷ’을 대상으로 한다. 같은 ‘ㄷ’의 구개음화를 다루는 것이지만,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서로 다른 설명체계가 있다.

‘t’와 ‘i’의 연결은 항상 구개음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어디’·‘바디’에서와 같이 구개음화되지 않는 ‘디’는 그 기저구조에서 단모음 ‘이’가 아닌 ‘의’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한 설명이요, ‘ㄷ’과 ‘이’의 결합이 항상 구개음화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형태소 경계가 개재할 때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혹은 역사적인 ‘의’의 설정 같은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또 다른 견해이다.

참고문헌

『국어음운사연구』(이기문, 서울대학교한국문화연구소, 탑출판사, 1977)
「중간두시언해에 나타난 t 구개음화에 대하여」(안병희, 『일석리희승선생송수기념논총』, 일조각, 1957)
Palatalization in Korean(Kim, Soo-Gon, University of Texa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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