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5년(세조 11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69㎝, 가로 182.1㎝. 일본 지온원(知恩院) 소장.
세조대 왕실 및 귀족들의 시주에 의하여 조성된 것이다. 이 그림은 부처님이 극락세계의 장엄함을 신통력으로 직접 보여 줌으로써 왕비 위데휘(韋提希)와 그 일행을 구제하였다는 내용을 도해한 관경 변상도이다.
현존하는 조선조 아미타불화 가운데서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서 연대와 화사(畵師)가 뚜렷하다. 화면 중앙에는 아미타불이 중생을 구품(九品)으로 나누어 모두 구제하는 삼배구품왕생(三輩九品往生)의 장면(제14上品·제15中品·제16下品)이 강조되어 그려져 있다.
제일 윗부분에는 16관 가운데 제1관인 일상관이 해[日]로써 뚜렷이 그려졌다. 반면에 좌우에 13관을 모두 배열한 1323년경의 <관경변상도>(일본 지온원 소장)와 비교하면 장면이 다소 생략된 배치 구도이다. 또한 극락의 전각마다 보살·제자·속중(俗衆) 같은 무리들이 찬탄하는 모습 및 연꽃과 공작·학 등이 묘사된 연못 등이 극락의 정경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원형의 두광(頭光)과 무수한 화불(化佛)이 불꽃무늬 가운데 표현된 신광(身光)을 지니고 낮은 팔각연화대좌에 앉은 부처님은 둥근 육계(肉髻)에 중앙 계주가 뚜렷한 머리 모양, 건장한 가슴에 표현된 금구(金具) 장식, 오른발 위로 흐르는 옷자락 등에서 고려 후기 불화의 본존(本尊)과 비슷하다.
그러나 군의(裙衣)를 묶은 띠 매듭이 대좌 좌우로 늘어진 점은 조선 초기에 대두된 특징이다. 1467년경에 조성된 원각사탑 부조상이나 1459∼1493년 사이에 조성된 수종사금동불감불화의 본존과 비슷하다. 본존과 닮은 보살상 역시 신체에 비하여 큰 직사각형의 얼굴, 작은 손, 억제된 장식, 법의(法衣)와 유사한 착의법에서 조선 초기 보살상의 특징이 나타난다.
이 그림은 1323년(충숙왕 10년)의 16관경변상도를 재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16관 중 몇 장면이 생략되었으며, 각 형태는 경직되었고 장신구 또한 단순해졌다. 그러나 간결하고 힘있는 필선으로 윤곽을 나타낸 단아한 형태라든가 밝은 중간색으로 엷게 채색해서 부드럽고 은은한 분위기를 살린 점 등에서 조선조 초기 불화의 기준 작품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