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존불처럼 강조된 석가불은 오른손은 내리고 왼손은 가슴에 두었다. 석가불의 둥근 얼굴과 당당한 어깨, 길고 굵은 팔과 짧은 하체 등은 둔중해 보인다. 오른쪽 어깨가 드러난 우견 주1의 법의(法衣: 중이 입는 가사나 장삼 따위의 옷)에는 문양이 화려하며 무릎 부근에는 영락(瓔珞: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으로 치장하였다. 신광(身光: 부처나 보살의 몸에서 발하는 빛)에는 모란 덩굴 무늬가 채워져 있다.
지권인(智拳印: 왼손 집게손가락을 뻗치어 세우고 오른손으로 그 첫째 마디를 쥔 손 모양)의 손 모양을 한 비로자나불과 두 손을 어깨 높이로 올려 설법인(說法印)을 취한 노사나불은 구름 위의 연화좌에 앉아 있다. 두광의 외연(外緣: 가장자리)을 장식한 7구의 주2은 두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 어깨에 걸침)의 법의를 입고 역시 구름 위의 연화좌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자세이다. 손 모양과 지물(持物)이 다양하다.
신광의 외연에 8구의 화불 역시 두광 외연의 화불과 같은 자세와 유사한 손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신광의 맨 밑에는 입상의 2보살이 합장한 자세로 보관(寶冠)을 쓰고 천의(天衣: 천인(天人)이나 선녀의 옷)를 걸치고 있다. 탐스러운 연꽃을 딛고 선 석가불을 제외한 나머지 권속은 모두 구름 위에 앉거나 선 자세로, 화불처럼 묘사되었다.
구름으로 인해 빈 공간이 없는 이 불화의 상단부의 양쪽 수식 띠는 그 가운데 큼직한 다라니 주머니를 그리거나 실제로 수를 놓은 화려한 다라니 주머니를 걸어 놓는 용도의 장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홍색과 녹색의 보색 대비 및 화불과 모란, 연꽃 문양의 장식적인 요소들이 조화된 화려함을 보여 주는 당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