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단편 번안소설로 ‘금광공주전’이라고 기록된 이본도 있다. 국문필사본은 『여시아문록(如是我聞錄)』·『팔상명ᄒᆡᆼ녹(八相明行錄)』(보월찬집)·『팔상녹(八相錄)』(무우자찬집) 등에 수록되어 있고, 국문활자본은 안진호편 『팔상녹』(1922), 이종익편 『팔상록』(1978) 등에 삽입되어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국문 이본을 통하여 유전되고 있지만, 불교문헌계통의 한문 저본을 가지고 있다. 불경에 속하는 저본에는 『현우경(賢愚經)』 권제2,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 권제8, 『잡보장경(雜寶藏經)』 권제2, 『경률이상(經律異相)』 권제34 등에 수록된 파사익왕(波斯匿王)의 추녀 금강공주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나라 때에 불경고사를 쉽고도 재미있게 서사화했던 이른바 변문(變文)에 들어 있는 저본인 「추녀금강연기(醜女金剛緣起)」는 여러 이본으로 유전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저본 중 「금강공주전」은 주로 『현우경』과 『찬집백연경』의 것을 계승, 발전시킨 경향이 뚜렷하다.
『팔상명ᄒᆡᆼ녹』에 수록된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파사익왕의 공주는 지극한 추물이다. 자라서 성중의 가난한 집 아들의 아내가 되었지만 너무 못생겨서 규중심처에 갇혀 생활하는 신세가 된다. 어느날 성중대신과 장자들이 부부동반연회를 개최하였으나 부마는 혼자 참석한다.
이에 대신과 장자들이 추한 공주를 보기 위해서 다음 연회를 부마궁 후원에서 열기로 한다. 그러나 부마는 홀로 나오게 되고 대신과 장자들은 부마를 독한 술로 잠 재운 후내당에 들어가 공주의 면모를 확인하려 든다.
다행히 공주는 이미 부처의 신통력으로 미모를 갖추게 되어 그들을 놀라게 한다. 이를 안 부마는 크게 환희하며, 부처의 위신력을 찬탄하게 된다. 이 작품은 불교계 서사물로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처의 위신력과 참회·기도에 따르는 영험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미색과 권력을 초월하여 솟아나는 한 부부의 완전한 사랑을 내면적으로 묘파(描破)한 것이다. 이러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작가는 서사문학의 전형적인 구성법을 구사하여 고전소설의 구성양식과 동일한 형태를 보여준다.
표현·문체면에서도 우리말의 전아한 어휘에 대화 중심의 구어체를 적용하고, 전형적 수사법을 활용함으로써 국문소설 문체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다. 「금강공주전」을 국문소설로 규정할 때, 먼저 이 작품의 형성과정이 주목된다. 이 작품은 불전설화를 연원으로 하여 형성된 계보가 비교적 분명하다.
따라서, 이 작품의 형성 및 전개과정이 정확히 파악된다면 국문소설사를 계통적으로 구명하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추녀탈갑행운담(醜女脫甲幸運譚)’의 한 유형으로, 고전소설 「박씨전」과의 관계가 중시된다.
작자·연대 미상인 두 작품의 상호관계를 속단할 수 없지만, 이 작품들의 시대적 상관성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