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1906년에 필사된 단편 소설집 『오옥기담(五玉奇談)』에 실린 작품 중의 하나이다. 금잠(金簪), 곧 금비녀를 매개로 한 왕생(王生)과 운랑(雲娘)의 결연담(結緣譚)을 그린 소설이다.
청나라 왕생이라는 귀족이 양자강의 배 안에서 한 미인의 모습에 현혹되어 금비녀를 던져 인연을 맺는다. 그 뒤 왕생은 남방으로 뱃놀이를 나갔다가 그녀를 만난 꿈을 꾸고는 서태수(徐太守)의 집에서 그녀를 만나, 금비녀의 옛일을 추억하고 백년가약을 맺는다. 여인의 아버지 맹강(孟姜)도 그 곳에 있었으므로 왕생은 서둘러 구혼했으나 금잠의 신물(信物)을 받은 혼처가 있다고 거절하였다.
왕생은 서태수를 통해 자신이 금잠의 주인공임을 말하고 맹강의 승낙을 얻어 성례하게 된다. 여인의 이름은 운랑인데, 왕생이 농 삼아 고향에 이미 혼인한 아내가 있다고 하자 충격을 받고 강물에 투신한다.
그 뒤 왕생은 하릴없이 고향에 돌아와 소일하던 중, 하루는 우연히 비를 피해 머무르던 촌가에서 그 집 노파가 업은 아기가 자기와 무척 닮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떠나려 할 때 문득 한 미인이 나타나 이 아이는 왕생의 아들이고 자신은 운랑이며, 강물에 투신 후 천우신조로 살아난 사연을 말한다.
그 집의 노부부는 한가현 사람으로, 늦도록 혈육이 없어 남해관음에게 자식 낳기를 기원하고 돌아오는 길에 양자강변에서 물에 빠진 운랑을 건져 수양딸로 삼고 옥동자도 얻었다는 것이다. 왕생은 노부부에게 무수히 사례하고 운랑과 더불어 돌아와 다시 일생을 화락하게 지낸다.
이 작품에서는 금비녀가 매개물이 되어 양인을 결합시켜 주는 신물로 등장하고 있다. 왕생이 운랑을 찾기 위해 꿈의 교시를 받고 서태수를 찾아가는 대목이나, 서태수가 중매자가 되어 운랑과 왕생이 가연을 맺는 과정은 우연성이 짙다. 노부부가 남해관음에게 자식 얻기를 발원해 양자강에서 운랑을 만나 옥동자를 얻는 대목은 불교적인 바탕을 두고 있다.
결국, 전반은 왕생과 운랑의 금잠을 통한 가연(佳緣)을, 후반은 그들의 이별과 만남을 통해 양인의 애정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