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1906년 2월 16일에서 18일까지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에 연재되었고, 단편소설집 『오옥기담(五玉奇談)』에 실렸다. 『오옥기담』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주인공 배생(裵生)이 물욕으로 인하여 애인과 재산을 잃는다는 내용의 교훈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장안(長安)의 배생이라는 사람이 한번은 호조 돈 5,000냥을 빌려 상고(商賈)들과 북경에 갔다. 한 곳에 가니 ‘일야천금(一夜千金)’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그곳에 들어가 한 여인을 만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즐기게 된다.
5,000냥을 모두 탕진하고 떠나려 하자 그 여인은 “첩은 본시 양가규수로 난중에 부모를 잃고 헤매다 창가(娼家)에 버려져 천금의 고가(高價)로 정조를 지켜왔는데, 낭군의 5,000냥에 몸을 팔았으니 따라가겠다.”고 한다.
이에 상고들의 비난을 받으며 그 여인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는데, 이생(李生)이라는 사람이 1만 냥에 그 여인을 팔라고 조른다. 배생이 여인을 이생에게 넘기자, 여인은 곧 물에 빠져죽고 만다.
며칠 뒤 여인의 영혼이 뱃사공의 꿈에 나타나 구해달라고 한다. 뱃사공이 놀라 깨어 여인의 시체를 찾아 건져내니, 옷 속에 비단주머니 하나가 있어 벽 위쪽에 걸고 혼백을 위로한다.
하루는 관인이 사공의 집에 와 비단주머니를 고가에 사서 주머니를 여니, 거기에는 지폐 한 장이 들어 있고 암소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지폐에 물을 뿌리니 무수한 암소가 살아 나왔다.
만일 배생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더라면 미인과 비단주머니를 함께 얻을 수 있었을 것이나, 배생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되어 큰 이익을 놓친 셈이 되었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비단주머니라는 마력적 신물을 통하여, 배생을 각성하게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과 함께 실린 「선분기담(仙分奇談)」에서 우심과 하랑의 인연을 맺어준 것도 비단주머니였다. 배생은 눈앞에 보이는 조그만 이익에 눈이 어두워 그 여인을 배반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놓치는 결과를 빚는다.
비단주머니 속의 지폐는 마력을 지닌 신물이다. 지폐 속의 암소는 「콩쥐팥쥐전」에서 선한 콩쥐의 어려움을 도와준 하늘의 사자이기도 하다. 창조신화에서도 소는 인류를 낳는 모신(母神)이며, 의(義)와 선(善)의 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루의녀」는 중국 『금고기관(今古奇觀)』의 「두십랑노침백보상(杜十娘怒沈百寶箱)」의 번안작품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