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권 4책. 필사본. 이건방의 맏아들 이종하(李踪夏)가 편집·필사하였다. 1971년 청구문화사(靑丘文化社)에서 영인되었다.
권1에 시 88수, 권2에 서(書) 8편, 권3에 서(序) 16편, 권4에 기(記) 5편, 권5·6에 논(論) 7편, 권7에 발 2편, 권8에 서후(序後) 3편, 잡저 2편, 권9에 제문 10편, 애사 1편, 권10에 가전(家傳) 1편, 전(傳) 2편, 권11에 비(碑) 7편, 권12에 묘지 21편, 권13에 묘표 5편, 행장 1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문집은 조선 말기 문장가의 한 사람인 저자의 학문적 성향을 대변하듯, 총 13권 가운데 1권만이 시록(詩錄)이고 나머지는 문록(文錄)이다. 시는 지우(知友)들과 주고받은 것이 대부분인데, 특히 당대의 문장가들과 관련된 것이 많아 주목된다. 그 가운데 족형(族兄)인 이건창(李建昌)의 대기일(大朞日) 전날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은 절구 여덟 수에는 뛰어난 재능을 크게 펴지 못하고 일찍 죽은 이건창에 대한 슬픈 심회가 잘 표현되었다. 그밖에 황현(黃玹)의 묘를 지나면서 그 정경을 읊은 「매천묘(梅泉墓)」, 김택영(金澤榮)의 죽음을 애도한 「만김창강(挽金滄江)」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의 「답조심재긍섭서(答曺深齋兢燮書)」와 「답조심재제이서(答曺深齋第二書)」는 조긍섭과 문학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문장가로서의 면모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자료인데, 「답이현규서(答李玄圭書)」·「숭란관시고서(崇蘭館詩稿序)」 등에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쌍충록서(雙忠錄序)」는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에서 순절한 어재연(魚在淵)·어재순(魚在淳) 형제의 충절을 기록한 『쌍충록』의 서문이다. 「독통감론(讀通鑑論)」에는 『통감』을 읽고 그 가운데 ‘원소(遠紹)가 동탁(董卓)을 부른 일’ 등 11개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원론(原論)」은 상·중·하·속의 4편으로 권6을 모두 채우고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 다투는 것은 필연적인 이치로서 당연하지만, 약자는 항상 강자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강자의 강한 까닭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글은 약자가 강자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한 글로, 나라가 부강하기 위한 원리로까지 확대해 당시 국가정세와 관련시켜 자신의 입론을 전개하였다.
이 책은 문장가로서의 작자의 탁월한 문학이론과 창작역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학적으로 교유하던 이들의 생활상을 단편적으로나마 묘사하고 있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제와 서구열강이 침략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격동기를 산 지식인의 시국관이나 처신에 대한 견해가 반영되어 있어 당시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