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2책. 필사본. 서문·발문이 없어 편집·필사경위를 알 수 없다.
제1책에 시 301수, 잠 14편, 제문 17편, 행장 1편, 제2책에 시 453수가 수록되어 있다. 제2책의 시는 제1책의 시와 거의 중복되어 있다.
시는 대체적으로 강사(江寺)에 은거하면서 풍류를 즐기거나 산수를 유람하며 지은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밝고 맑은 분위기를 풍기며, 기교면에서는 사실적 표현과 역동적인 짜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의 표일한 기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주과석림(舟過石林)」은 황혼이 깃들인 강 경치를 한 폭의 그림을 보듯이 묘사한 시이며, 「임진삼월오일성지내회우고별창연유시(壬辰三月五日性之來會又告別悵然有詩)」와 「여종제성지화중왕유강사(與從弟性之和仲往遊江寺)」 3수 및 「여오촌형급제종제내회강사염운공부(與梧村兄及諸從弟來會江寺拈韻共賦)」 5수는 그의 호방하고 표일한 시풍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활기찬 기세와 멋들어진 풍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봉황정(鳳凰亭)」·「용문사(龍門寺)」·「윤필암(潤筆菴)」·「상원사(上院寺)」 등의 시에는 사실적 표현과 자연스러운 짜임이 돋보이며, 「영창(影窓)」 2수, 「한중우음(閑中偶吟)」 등에는 온화하고 따뜻한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삶에 대한 애정이 감정의 유출 없이 잘 표현되어 있다.
「광재직중(光齋直中)」·「환가후우음(還家後偶吟)」·「우중만음(雨中謾吟)」은 만년에 느낀 인생의 허무감과 적막감이 절제된 표현으로 한층 뛰어나다.
「오면후차당인운(午眠後次唐人韻)」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로 만년의 관조적인 삶의 자세가 고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제2책의 시 가운데에는 영물시가 많고 풍자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서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