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의 ‘할머니’는 고대 산신이 여성이어서 할미가 산신일 것이라는 설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마을 수호신당인 본향당에 가는 것을 흔히 ‘할망당’에 간다고 하는데, 노고당이라는 말이 생긴 기반에는 우리 농경민족이 유구히 신앙하고 전승하여온 지모신(地母神) 신앙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금껏 동제당의 신격도 남신보다 여신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무당의 굿당으로서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유명한 ‘할미당’이라는 것이 1970년대까지 있어오다가 없어진 사례가 있다. 한편, 노고당이라는 신당이 황해도 구월산과 본영 화산리 산꼭대기에 있다.
노고할머니는 ‘업주할머니’라고 부르며, 맞은편 화산리 노고할머니는 ‘애기당의 애기업주’라고 한다. 노고할머니는 ‘범의 마누라’라고 전하는데, 이에 관한 설화는 300년 전 본영 구로리에는 모두 세 집밖에 살지 않았는데, 어느 날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그 중 가운뎃집에 사는 처녀를 업어갔다.
호랑이가 처녀를 업어가 산 후, 본영과 구월산일대에는 부자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이같이 부자가 많이 생긴 것은 업주 탓이라고 하는데, 업주는 주인의 뜻이며 노고할머니를 가리킨다.
그리고 속담에도 ‘노고가 어디 가느냐.’ 또는 ‘녹밥을 삼 년 먹으면 소원이 다 풀린다.’는 말이 있거니와 이때의 녹밥은 삼(3) 새옹밥을 말하며 노고할머니를 위하여 정성을 드리는 밥이다. 따라서, 노고할머니는 부(富) 또는 복(福)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표상(상징)된다고 하겠다.
노고할머니에 관한 또 한가지 유추는 ‘노고하마’에서 찾을 수 있다. ‘노고하마’는 손님굿에 나오는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노고할멈’이라고도 부른다. 이 굿(무가)에서 노고하마는 손님을 잘 안내하고 모셨기 때문에 복을 받게 되는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손님굿은 제면굿·당고마기·심청굿과 더불어 서사무가에 속한다. 태고적 한국 산신의 대부분이 여성신이었고, 한국 서사무가 속의 주인공이 대부분 여성신이다. 이러한 점에서 손님굿의 주인공인 노고하마 역시 신격을 얻게 되었던 것이고, 그를 모시는 당이 노고당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