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은 초인간적·초자연적 존재가 인간 또는 사물에 빙의하거나 의례 과정에서 임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흔히 ‘신이 내린다.’, ‘신이 지핀다.’라고 말한다. 무속에서의 강신 현상은 강신무와 강신무계통 점장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법사·보살 등의 독경무(讀經巫) 계통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강신은 일상적 의식 세계가 아니라 비일상적인 전이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강신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는 계시적 체험으로, 신의 영력을 획득한 무당을 비범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흔히 ‘ 신이 내린다.’, ‘신이 지핀다.’라고 말하며, 혼이 빠져나가는 탈혼(脫魂, ecstasy)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무속에서는 성무(成巫) 과정 중에 신병(神病)과 더불어 나타나며, 무당이 굿을 할 때 신통력을 얻기 위한 필수적 준비단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유교에서는 제사 때 초헌(初獻)을 하기 전 향을 피우고 술을 모사(茅沙) 위에 부어 신을 내리게 하는데, 대제(大祭) 때의 영신(迎神)이 이에 해당한다.
강신은 기독교에서는 신이 자신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계시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신종교의 경우,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崔濟愚)의 종교체험에서처럼 마음과 몸이 떨리면서 공중으로부터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신과 문답을 주고받은 뒤 득도했다는 것은 강신 현상의 범주에 해당한다.
우리 나라의 문헌에 나타난 강신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 노무편(老巫篇)에 신이 내렸다는 무당, 강신에 의한 공수 및 도무(跳舞), 강신한 신명(神名) 등에 대한 기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인은 무당 되고 남자는 박수가 되네. 그들은 자칭 신이 내린 몸이라 하지만 내가 들을 때는 우습고도 서글플 뿐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무격변증설에서 무당의 성격과 내력을 개괄하면서 강신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무속에서의 강신 현상은 무당 · 박수 · 선무당 등의 강신무와 명두 · 태주 등의 강신무계통 점장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지역에 따라서는 법사 · 보살 · 경장이 · 독경자 등의 독경무(讀經巫) 계통에서도 나타난다. 강신 현상의 분포는 강신무와 독경자가 있는 지역에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데, 세습무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호남 · 영남 · 제주지역에서도 강신무계통인 명두 · 동자 등을 통해 나타난다.
한편, 강신무의 남녀별 비율은 여무(女巫)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남무보다는 여무에게 강신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유교의 제사에서 향을 피우는 것은 신을 하늘(天 : 陽)에서 모시고자 함이고, 술을 모사에 따르는 것은 신을 땅(地 : 陰)에서 모시고자 하는 뜻으로 음양조화의 신관념에 연유된 것이다.
제사의 순서에 있어서 강신과 참신(參神)의 선후는 다르게 될 수 있는데, 신주를 모시는 제사에는 참신이 먼저이고 강신이 나중인 데 비해, 지방(紙榜)을 쓰는 제사에는 강신이 먼저이고 참신이 나중에 행해진다.
민간 신앙적 가제(家祭)에서 모셔지는 가신(家神)들은 가옥 내에 있는 조상단지 · 성주독 · 터줏가리 · 조왕중발 등에 깃들여져 있다고 생각되거나, 측신(厠神) · 문신(門神) · 용왕(龍王) 등과 같이 일정한 장소에 늘 머물러 있다고 믿어지므로 동제(洞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강신의 절차나 관념은 약한 편이다.
강신 현상은 일상적 의식세계가 아니라 비일상적인 전이상태(轉移狀態)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식적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도 수반하게 된다. 그 중에서 신병은 가장 현저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까닭 없이 시름시름 앓으면서 헛소리를 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의약적 치유가 불가능해지면 병의 원인이 바로 무당이 되라는 소명의 표시로 신이 내려서 그렇게 된 것으로 설명되며, 이 신병은 강신한 신을 받아서 무당이 되어야만 낫는다고 믿어진다.
이러한 강신무는 굿을 할 때마다 신이 내려야 굿을 할 수 있게 되며, 세습무라 할지라도 신이 굿판에 내려와 임재해야만 굿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보면 무속에서 강신 현상은 신이 선택된 인간에게 내려주는 계시적 체험으로, 이를 통해 신의 영력을 획득하게 하여 종교적 지지자인 무당을 비범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전체적인 의미에서 강신 현상은 ‘속(俗)’의 세계에 ‘성(聖)’이 복합되는 것임과 동시에 ‘성’의 세계에 ‘속’이 복합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까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분리되어 있었던 인간과 신이라는 두 존재자가 제의라는 비일상적 영역 속에서 서로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을 통해 인간은 세속적인 삶을 끝내고 신성계의 차원에 도달함으로써 세속에서 재생하는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