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1책. 필사본. 서문과 발문이 없어 편집경위나 필사시기를 알 수 없다. 규장각 도서와 장서각 도서에 있다.
시 112수, 제문 1편, 부록에는 지구간독시문(知舊簡牘詩文)인 서(書) 21편, 시 12수, 행장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전체적으로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이며, 주제는 당시 정계에 진출하지 못한 지성인의 고뇌와 기존질서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한 것이 대부분이다. 시의 기법은 정제된 엄격함, 절제된 감정, 고도의 은유 등 뛰어난 기교를 구사하고 있다.
그의 시가 지닌 특징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의 돈독한 우정을 읊은 것과 속리산·금강산을 비롯해 국내의 여러 승경을 유람하면서 지은 시에는 비교적 진취적인 기상이 깃들어 있으며, 시적 구성이 치밀하고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시로 「영랑호(永郎湖)」·「총석정(叢石亭)」·「낙산사(洛山寺)」 등을 꼽을 수 있다.
「숙구산역(宿丘山驛)」은 나그네의 수심과 오래된 초라한 역의 쓸쓸한 풍경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사실적인 표현과 정제미가 돋보인다. 「주중유회계함(舟中有懷季涵)」·「추야회계함(秋夜懷季涵)」 등은 모두 정철(鄭澈)과의 우정 및 그에 대한 흠모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도중유회임정(途中有懷臨汀)」은 오언배율의 장시로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시적 짜임이 치밀하고, 균형을 잘 이루고 있으며, 역동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전반부는 서경적이며 사실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고 질박하며 고졸한 맛이 강하게 풍긴다. 후반부는 정철과의 우정·추억 등을 노래하며 자신들의 고고한 품격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추회(秋懷)」·「추일독좌우음(秋日獨坐偶吟)」은 가을의 쓸쓸한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잘 정제된 사실적 표현이 돋보인다. 부록의 「지구간독시문」은 정철·이이(李珥)를 비롯하여 당대 유학자들과 주고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