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사가 발화장면 속에 주어진 인물이나 사물을 직접 가리킬 때 이를 화용적 용법(話用的用法)이라 하고, 담화나 문장 속에 주어진 인물이나 사물 혹은 문장 자체를 가리킬 때 이를 대용적 용법이라고 한다.
대명사는 명사를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화용적 용법에서는 이름이 없거나 모르는 대상도 대명사로 가리킬 수 있으며(예 : “저것은 무엇입니까?”), 대용적 용법에서는 명사나 명사구, 또는 구나 절 또는 문장의 내용을 받을 수도 있다.
가령, 어떤 화자가 “영희는 똑똑하다.”라고 하고, 그에 대하여 다른 화자(즉, 청자)가 “그는 내 동생이다.”라고 하였을 때, 후행 담화의 ‘그’는 선행담화의 ‘영희’를 선행사로 하는 대명사이며, 다른 화자가 “그것은 틀린 말이다.”라고 하였을 때의 ‘그것’은 선행담화 전체를 선행사로 하는 대명사이다.
대명사는 그 가리키는 대상에 따라 크게 인칭대명사(人稱代名詞)와 지시대명사(指示代名詞)로 나누어진다.
인칭대명사는 상황지시(狀況指示)의 원점인 화자를 중심으로, 또한 화자와 청자가 이루는 축(軸)을 중심으로 제1인칭대명사(나·저·우리·저희 등)·제2인칭대명사(너·당신·그대·어르신·너희 등)·제3인칭대명사(그·이이·이분·저이·그들·이들·저들 등)·부정칭(아무·누구)·미지칭(누구)·재귀대명사(자기·저·당신) 등으로 나누어진다.
지시대명사는 다시 사물을 그 지시내용으로 하는 사물대명사(이것·저것·그것·무엇·아무 것·이·그 등)와 장소를 그 지시내용으로 하는 처소대명사(여기·저기·거기·어디·아무 데 등)와 때로 방향을 그 지시내용으로 하는 방향대명사(이리·그리·저리 등)로 나누어진다.
지시대명사 가운데 ‘이’를 가지는 형식(이·이것·여기·이들 등)은 화자에게 가깝거나 화자관심의 대상을 나타내는 근칭(近稱)대명사이며, ‘그’를 가지는 형식(그·그것·거기 등)은 청자에게 가깝거나 청자 관심의 대상을 나타내는 중칭(中稱)대명사이다.
‘저’를 가지는 형식(저·저것·저이·저기 등)은 화자와 청자에게 동시에 멀리 떨어진 대상이나 청자의 관심에는 없다고 화자가 생각하는 대상을 나타내는 원칭(遠稱)대명사이다.
지시대명사에 있어서도 인칭대명사의 경우와 같이, ‘무엇·아무 것·어디·아무 데’ 등은 부정칭(不定稱)이며, ‘무엇·어디’는 미지칭(未知稱)이다.
국어의 대명사는 그 쓰임이 매우 제약된다. 특히, 아주 존귀한 인물을 대명사로 지시하는 것은 대우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대명사를 쓸 자리에는 명사를 써야 대우법에 맞는 경우가 많다. 국어에 대명사가 덜 발달된 것은 이 때문이다.
촘스키(Chomsky,N.)의 결속이론에서는 대명사의 동지시(同指示)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요건이 검토되고 있다. 대명사는 그 지배범주 속에서 결속되지 않음을 특징으로 하는데, 동일 서술어(또는 기능요소)와 관련되는 직접적인 논항에 나타나는 지시표현과 대명사는 동지시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