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지닌 속성, 이를테면 빠른 동작이라든가 강한 힘, 그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거대함 등이 범상하지 않은 위력을 느끼게 하여 경이의 대상이 되는 것, 동물이 주는 재해나 위험 등에 대하여 공포감을 느끼는 것 등이 동물숭배의 심리적 동기 가운데 하나가 된다.
동물에 대한 친밀감이나 식료(食料) 내지 노동력으로서 갖는 효용성 등 그 은혜에 대한 감사를 바탕으로 해서 동물숭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동물이 제의나 주술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서 이에 신성성이 부여되는 경우도 있다.
또 동물이 변형과 재생의 신비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산(多産)과 풍요를 촉진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거나, 보다 높은 신령들과 결부되어 그 신령의 상징으로 신앙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동물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신의(神意)의 전달자·중계자가 된다. 동물숭배에서는 각 동물이 개체로서 신성시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특정 종류의 동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 상고대 신화에서 볼 수 있는 동물숭배의 대표적인 예로는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 곰이 신격화되고 단군을 낳았다고 하는 것과 왕조신화의 난생설화(卵生說話)를 들 수 있다. 특히 후자는 알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창조된다는 알의 생산성에 바탕을 하여 알을 신비화하고 왕가의 혈통이 신성함을 난생으로 표현한 것이다.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에 의하면, 부여에서는 소를 잡아 제천(祭天)하였고, 군사를 일으킬 때에는 소를 잡아 그 발톱을 보아 길흉(吉凶)을 미리 점쳤다고 하니,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고려사(高麗史)』 세계(世系)에는, 고려가 개성 송악(松岳) 아래에 왕궁을 짓게 된 것은 작제건(作帝建)이 늙은 여우를 퇴치하고 용녀(龍女)의 아버지 서해용왕으로부터 칠보(七寶)와 함께 용왕의 신통한 물건인 돼지를 얻어 돌아와, 그 돼지가 머무르는 곳에 집을 짓고 왕건(王建)을 손자로 낳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돼지를 영물로 여긴 설화이다.
민속의 동물숭배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초자연적 기능에 대한 관념으로는 동물이 예조(豫兆)를 보인다거나, 변신을 하여 사람을 현혹시키거나, 인간이 해치면 보복을 하고 은혜를 입히면 보은을 한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예조를 보인다고 믿어지는 동물로는 까치·거미·개미 등이 있다.
까치가 아침에 울면 손님이 찾아오거나 희소식을 듣게 된다고 하며, 아침에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고 믿는다. 그러나 거미는 흉조와도 관련되어 있어서 밤에 거미가 보이는 것은 나쁜 일이 있을 징조라고 한다.
여름철에 개미떼가 이동하는 것은 장마가 있을 징조라고 하며,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도 개미가 이동한다고 믿는다. 화재에 대한 예조로는 쥐의 이동도 꼽힌다. 그밖에 가상의 동물도 예조와 연관되고 있다. 꿈에 봉황이나 기린이 나타나면 현군(賢君)이 등장할 징조라고 하고, 용을 보면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고 믿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물이 변신해서 다른 동물이나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관념은 단군신화의 곰의 경우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며, 그 밖에도 뱀이나 여우 등 여러 가지 동물이 변신하여 인간에게 복수를 하거나 보은한다는 설화가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다.
동물이 변신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성장하거나 수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무사히 이행하였을 때 변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천년 묵은 여우나 이무기가 변신해서 활동한다는 설화들이 그 예이다.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래된 개나 고양이 등의 가축은 자연스러운 능력이나 지능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진다. 동물의 보복 설화에는 뱀이나 고양이·지네 등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보은 설화에는 개나 까치 등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전국 여러 곳에 있는 의견총(義犬塚)은 주인이 곤경에 처하였을 때에 자기를 희생하며 주인을 구해준 의견의 전설이 결부되어 있다. 또한 뱀이 까치둥지를 침범하여 까치새끼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활로 쏘아 죽였더니 뒷날 뱀이 복수하려고 할 때 까치가 나타나 보은하는 설화도 전해진다. 그리고 어부가 잉어를 잡았다가 방생(放生)하였더니 잉어의 아버지인 용왕이 보은하였다는 설화도 있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쳐온 동물숭배는 십이지신(十二支神)과 관련되어 있다. 십이지신의 설정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미 삼국시대에 전래되어 김유신(金庾信)의 묘에 십이지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십이지신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염소·원숭이·닭·개·돼지 등 열두 동물을 연운(年運)·월운(月運)·일진(日辰)과 관련시켜 특정 시간의 운세를 상징하는 것으로 삼았고,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데 결부되기도 하였다.
세시풍속에 의하면, 쥐는 곡식을 축내기 때문에 새해 들어 첫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에 쥐를 쫓기 위한 풍속으로 논과 밭의 두렁을 불태우고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어 요란한 소리를 내게 하였다. 첫 소날인 상축일(上丑日)에는 콩과 나물을 삶아 소에게 먹여 위로하였고, 첫 호랑이날인 상인일(上寅日)에는 외출을 삼가고 근신함으로써 호환(虎患)을 피하고자 하였다.
또한, 첫 토끼날인 상묘일(上卯日)에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대문을 연 다음에야 부녀자가 출입할 수 있었고, 장수를 빌기 위하여 명주실에 청색 물을 들여 차고 다녔다. 첫 용날인 상진일(上辰日)에는 이른 새벽에 우물물을 길어오면 용알이 떠서 당 년 운수가 좋고 풍작을 이루게 된다고 믿어왔다. 이 밖에도 각 십이지신과 결부된 일진에 따라 여러 가지 행사와 금기가 전해져왔다.
특히, 호랑이와 용은 가장 대표적인 동물숭배의 대상으로 꼽힌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가장 위협적인 맹수이어서, 흔히 산군(山君)으로 우대를 받았다. 그리고 산신상(山神像)에는 산신령과 함께 묘사되는데, 산신의 사자(使者) 또는 산신으로 추앙을 받았으며,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호환을 겪게 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민담이나 민화에는 호랑이가 의인(義人)이나 충신·효자·열녀 등을 도와주는 친근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한편, 용은 가상의 동물이지만 농경민족인 우리나라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숭배대상이었다.
물을 담당하는 수신(水神)으로서의 용은 우물·하천·바다·비 등과 관련되어 있어서, 그 순조로운 상태를 빌기 위하여 용왕제를 지내거나, 또는 용을 대상으로 하여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동물숭배는 만물유신(萬物有神)의 다신론적인 관념에 바탕하여 동물에게 영력(靈力)을 인정하고, 이를 통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비롯하여 인간생활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표현한 전통적인 종교신앙의 하나로서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