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문법을 연구하는 문법론을 문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학습되는 문법교과와 문법책을 문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문법이란 언어현상에 내재해 있는 일정한 질서를 가리키는 데 국한된다.
문법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음운과 어휘까지 포함될 수 있으나 좁은 의미의 문법은 형태와 통사에 한정된다. 이 좁은 의미의 문법에서의 언어 단위들을 문법 단위라고 하는데, 형태구조는 형태소를 최하 단위로 하고 단어 내지 어절을 최상 단위로 하며, 통사구조는 단어 내지 어절을 최하 단위로 하고 문장 내지 이야기를 최상 단위로 한다.
형태소는 최소의 유의적(有意的) 단위를 가리키고, 단어란 자립성을 띤 형태소나 형태소가 모여서 이룩된 자립성을 띤 단위를 말한다. 어절은 보통 국어에서 띄어쓰기와 일치하는 단위를 말하는데, 체언에 조사가 붙은 말이나 용언에 어미가 붙은 말이 포함된다. 문장은 완전한 생각을 표현하는 구조적 단위로 종결어미로 매듭지어지며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말을 의미하고, 이야기는 두 개 이상의 문장이 모여서 성립된 한 덩이의 말을 가리킨다.
국어의 문법적 구조를 형태구조와 통사구조로 나누어 살펴보기에 앞서 품사의 개념과 국어의 품사 분류의 개략에 대해 살피기로 한다. 품사란 단어를 문법적 성질로 보아 그 성질이 공통된 것끼리 나누어 묶은 단어의 갈래를 의미한다. 여기서 문법적 성질이란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형식 및 기능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주로 기능을 의미한다. 품사 분류의 기준에서도 기능이 일차적인 중요성을 지니며, 형식과 의미는 부차적 가치를 띤다.
국어의 품사는 문법가에 따라 그 수효가 다르다. 그것은 단어를 책정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꽃이 피었다.’라는 문장을 ‘꽃, 이, 피, 었다’의 네 단어로 분석하기도 하고, ‘꽃이, 피었다’와 같이 두 단어로 보기도 하며, ‘꽃, 이, 피었다’와 같이 세 단어로 쪼개는 일도 있다. 여기에서는 세번째의 기준에 따라 단어를 책정하고 품사를 분류하기로 한다.
분류체계는 1963년에 공포된 ‘학교문법통일안’의 9품사체계를 따른다. 1985년에 문교부에 의해 고등학교 단일문법이 편찬되었지만, 이 통일된 단일문법도 품사체계에서는 1963년의 9품사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① 사람·책상, ② 나·그것, ③ 하나·첫째’라는 세 묶음의 단어들은 조사와 결합하여 문장의 주어가 될 수 있다는 기능상의 공통성이 있으므로 체언(임자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형식적 의미가 다르므로 ①은 명사(名詞, 이름씨), ②는 대명사(代名詞, 대이름씨), ③은 수사(數詞, 셈씨)로 하위 구분된다.
‘④ 먹는다·간다, ⑤ 희다·맑다’라는 두 묶음의 단어들은 활용을 하여 문장의 서술어가 된다는 기능상의 공통성이 있으므로 용언(풀이씨)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은 형식적 의미가 다르고, 활용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④는 동사(動詞), ⑤는 형용사(形容詞)로 구분된다.
‘⑥ 새(집)·헌(책상), ⑦ 천천히 (걷는다)·매우 (기쁘다)’라는 두 묶음의 단어들은 활용함이 없이 다음에 오는 체언이나 용언의 의미를 수식·제한한다는 기능상의 공통성을 참작하여 수식언(꾸밈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꾸미는 방식이 다르므로 ⑥은 관형사(冠形詞), ⑦은 부사(副詞)로 구분된다.
⑧ ‘아!·여보’ 등의 단어는 독립성이 강하다는 기능상의 특징에 근거하여 독립언이라고 하며, 형식적 의미에 치중하여 감탄사(感歎詞, 느낌씨)라고 한다. ⑨ ‘(사람)이·(책)을’의 ‘이·을’ 등은 자립성이 있는 단어에 보편적으로 붙으므로 조사(助詞)라고 하며 그것이 붙는 단어와 다른 단어와의 관계를 맺어 준다는 점을 고려하여 관계언(關係言, 걸림씨)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상의 5언 9품사가 학교문법통일안의 체계인데, 문법가에 따라서는 지정사(잡음씨)·존재사·접속사를 더 두기도 하지만, 지정사는 서술격 조사라 하여 조사로 처리하고, 존재사는 형용사에 넣으며, 접속사는 부사에 통합시키는 학교문법통일안의 체계가 더 일반적이다.
국어의 형태구조는 크게 어기(語基)와 접사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어기란 곡용할 때나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의미부를 가리키고, 접사란 어기에 붙는 가변요소, 곧 형태부를 말한다. 이 밖에 형태구조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것에는 의존명사와 보조용언이 있다.
(1)어기의 모습
① 체언어기:체언어기는 ‘신·집’과 같이 단일어기도 있으나 이에 접두사·접미사가 붙은 파생어기도 있고, 두 개의 체언어기가 결합된 합성어기도 있다. 이를테면, 신·집 <단일어기>, 덧신·집웅(지붕) <파생어기>, 집-신·이웃-집<합성어기> 등이 있다.
② 용언어기:용언어기도 단일어기·파생어기·합성어기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테면, 밟(다)<단일어기>, 짓밟(다)·밟히(다)<파생어기>, 굶주리(다)<합성어기> 등이 있다. 용언어기 가운데는 체언어기에 아무런 형태소가 붙지 않고 용언어기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신다’의 용언어기 ‘신-’은 체언어기 ‘신’과 형태가 같다.
③ 수식언어기:관형사는 단일어기만 확인되며, 부사는 접두사에 의한 파생어기는 없고 접미사에 의한 파생어기만 확인된다. 부사어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반복되는 체언어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부사가 형성되는 경우이다. 접미사에 의한 부사 파생어기에는 많이·가까이<파생어기>, 집집이·틈틈이 <반복파생어기> 등이 있다.
파생어기가 성립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음성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접미사에 의한 파생어기에서는 어근이 모습을 바꾸는 일도 있고 파생접사가 모습을 바꾸는 일도 있으며, 어근과 파생접사가 동시에 변화를 입기도 한다.
이를테면, 바늘→바느질·몫→모가치(어근 변동), 감다→가맣다·검다→거멓다(접사 변동), 무겁이→무게(어근과 접사의 변동), 활살→화살·술가락→숟가락(합성어근의 변동) 등이 있다.
(2)접사의 모습
① 곡용접사:곡용접사는 조사를 가리키는데, 이에는 단일접사와 합성접사가 있다. 전자는 격조사나 보조사, 그리고 접속조사가 단독으로 체언에 붙는 경우를 말한다.
합성조사는 각 조사들이 서로 결합된 경우를 말한다. 이를테면, 학생이·학생은·학생을·학생에게·학생도·(단일조사), 학생에게는·학생만을·학생으로서의·학생에게뿐이다(합성조사) 등이 있다.
조사의 합성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주격 ‘이/가’, 목적격 ‘을/를’, 관형격 ‘의’, 보조사 ‘은/는, 도’는 다른 조사를 앞세울 수 있어도 다른 조사를 거느릴 수는 없다.
이를테면, 학생만이·학생만을·학생만의……(앞세움), 학생이도·학생을은·학생의만(못 거느림) 등과 같다. 체언어기에 곡용접사가 붙을 때는 접사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일이 있다.
어기에 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갈라진다. 예를 들면, 학생이·은·을·과·이야·으로(받침 있는 말 아래), 학교가·는·를·와·야·로(받침 없는 말 아래) 등과 같다.
현대 국어에서는 체언어기가 바뀌는 일은 없으나 중세 국어에서는 특정한 조사가 붙으면 어형이 단축되거나 원래의 받
침이 드러나기도 하여 어기가 변동되는 일이 많았다. 이를테면, 구무·굼근(구ᇚ은), ᄀᆞᄅᆞ·ᄀᆞᆯ·이(어기 단축), 나라·나라히(나라ㅎ이)(원래 받침이 드러남) 등과 같다.
② 활용접사:활용접사는 어미를 가리키는 것인데, 이것 역시 단일접사와 합성접사로 구분된다. 전자는 용언어기에 종결어미·연결어미·전성어미 등과 같은 어말어미 가운데 하나만 붙은 것을 가리키고, 후자는 위의 어미 앞에 이른바 선어말어미가 앞서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가다·가고·간(가ㄴ)<단일접사>, 가시고·가시었다·가시었느냐(합성접사)와 같다. 즉, 합성접사는 단어의 끝에 서는 어말어미와 그에 앞서는 선어말어미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합성접사 가운데서 ‘시·었·느’는 이전에 보조어간이라고 불렸지만 모두 선어말어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말어미는 문장을 종결시키거나 자격을 바꾸는 등의 기능적 관계를 표시하지만, 선어말어미는 높임법·시제·서법과 같은 특수한 문법 범주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선어말어미들은 놓이는 자리가 일정하다. ‘시’는 ‘었’에 앞서고, ‘었’은 ‘느’에 앞선다. 순서를 바꾸면 형태구조가 파괴된다. 곧 ‘었시느’나 ‘느었시’와 같은 배열은 허용되지 않는다.
용언어기에 활용접사가 붙을 때는 어기가 바뀔 수도 있고 접사가 모습을 달리하기도 하며, 어기와 접사가 동시에 변화를 입기도 한다. ‘ㄴ·ㄹ·ㅁ·ㅂ·시’ 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ㄹ’ 이외의 받침으로 끝난 말과 결합되면 매개모음 ‘으’를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잡은·잡을·잡으며·잡으시오 등과 같다. 어기 가운데서 ‘ㅂ·ㄷ·ㅅ·르·으’로 끝난 일부분의 말은 모음으로 된 어미 앞에서 어기가 변화를 일으키며, 어떤 어간 뒤에서 ‘어, 어라’ 등의 어미들이 ‘러·여’나 ‘거라·너라’로 바뀌기도 한다.
어간과 어미가 함께 바뀌는 것은 ‘ㅎ’ 받침을 가진 대부분의 형용사로 보조적 연결어미 ‘아/어’와 결합될 때 나타난다. 이를테면, ‘파랗+아→파래’에서 어기 ‘파랗’과 ‘아’가 화합되었으므로 어기와 접사가 함께 모습을 바꾼 것이다.
(3) 준자립형식의 모습
준자립형식이라 함은 겉모습은 자립형식과 같되 자립성이 없어 항상 선행하는 다른 말과의 결합에 의해서만 온전한 기능을 수행하는 일련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인데, 의존명사와 보조용언이 여기에 속한다.
의존명사 ‘것’ 등은 앞에 관형사형이 올 수 있고, 뒤에 조사가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적 명사와 그 모습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먹을 것이 많다.’에서 관형사형 ‘먹을’을 제거하면 이 문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보조동사 ‘버리다’도 겉모습은 일반 동사와 다름이 없다. 이를테면,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버리었다)’에서 ‘읽어’를 제거하면 의미가 성립되지 않거나 다른 뜻의 문장이 되어 버린다.
하나의 문장은 단어 또는 어절이 모여서 성립된다. 단순한 문장은 구성 성분을 쉽게 지적할 수 있고 문장의 의미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으나, 복잡한 문장은 구성 절차와 의미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1) ㉮ 바람이 분다.
㉯ 꽃이 예쁘다.
㉰ 우리 나라는 민주국가다.
예문 (1)은 주어와 서술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서술어의 성격은 각각 달라서 ㉮는 자동사, ㉯는 형용사, ㉰는 체언에 서술격조사가 붙은 것이다. 이러한 문장들은 최소한의 성분을 갖춘 기본적인 문장형태로 이 가운데 한 성분이라도 빠지면 정상적인 문장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힘들다.
(2) 어린이가 동화책을 읽는다.
예문 (2)는 주어, 목적어, 서술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문장도 기본적인 문장형태인데, 그 서술어가 타동사인 점이[(1) ㉮]와 다르다.
타동사는 반드시 목적어를 요구한다. 따라서 목적어가 없는 타동사 문장은 정상적인 문장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힘들다.
정상적인 기본 문장형태는 (1)과 같이 적어도 ‘주어-서술어’는 갖추어야 하고, 커도 ‘주어-목적어-서술어’의 세 성분을 넘어서지 않는다.
나머지 문장은 (1)·(2)를 중심으로 가지를 치거나 서로 연결되어 형성된다. 특히 문장 (2)의 성분 배열순서는 국어 문장구조의 전형적 유형을 대표하는 것이다.
(3) 저 어린이가 재미있는 동화책을 잘 읽는다.
예문 (3)은 문장 (2)에 관형어 ‘저, 재미있는’과 부사어 ‘잘’을 붙여 확대한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은 겉으로는 ‘동화책’을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동화책’에 대한 서술어의 기능도 동시에 지적해야 한다. ‘재미있는 동화책’은 ‘동화책은 재미있다’에서 유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 철수와 영이가 동화책을 읽는다.
㉯ 철수가 닭과 오리를 기른다.
㉰ 철수가 노래하면서 간다.
예문 (4)는 두 개의 단어가 연결되어 한 성분으로 나타난 것이다. ㉮는 주어가, ㉯는 목적어가, ㉰는 서술어가 접속성을 띤 형태의 도움을 받아서 병렬된 것이다. 이 문장들은 화자가 실제 사건을 어떻게 관찰했느냐에 따라 달리 분석된다.
㉮는 ‘철수’와 ‘영이’가 한 동아리가 되어 한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은 사실을 표현했다고 하면, ‘철수’와 ‘영이’가 한 덩어리가 되어 주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철수’나 ‘영이’가 제각기 다른 자리에 앉아 책 읽는 사실을 표현했다면 ‘철수가 동화책을 읽는다.’와 ‘영이가 동화책을 읽는다.’의 두 문장이 이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 두 문장도 이상과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를 해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문장 구성방식도 달리 파악된다.
(5) 철수는 마음이 착하다.
예문 (5)는 주어가 둘 이상 실현된, 이른바 이중 주어 문장이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은 국어와 일본어 등의 언어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이 문장은 평범하게 주어 ‘철수는’과 서술어 ‘마음이 착하다.’로 분석할 수 있다. 단순히 철수의 품행이 어떠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때 파악할 수 있는 구문(문장) 구성이다.
이때의 ‘마음이’는 부사어의 역할을 한다. ‘마음이 착하다.’는 하나의 문장형태이므로 다시 주어와 서술어로 갈라진다.
그러나 철수가 무엇이 착하다는 사실을 나타내려 했다면 ‘마음이’를 ‘착하다’의 주어로 볼 수 있다. 이때는 ‘마음’이 ‘착하다’에 대하여 주어 기능이 있다는 것도 동시에 지적해야 한다.
한편, 이 문장은 ‘철수의 마음이 착하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철수의 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의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철수’는 ‘마음’을 꾸미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6) ㉮ 농부들이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 영희는 철수가 동화책을 읽는다고 한다.
예문 (6)은 한 문장이 큰문장(상위문 또는 모문)에 삽입·포유된(안긴) 것이다. ㉮는 한 문장 ‘비가 오다’가 명사화의 보문자 ‘-기’에 의하여 명사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고, ㉯는 ‘철수가 동화책을 읽는다.’라는 완결된 문장이 보문소(인용조사) ‘고’에 의하여 부사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문자에 의해 문장이 내포되는 현상을 보문화(補文化)라고 부른다. 보문화에 참여하는 보문자에는 비종결어미 가운데서 접속성을 띤 연결어미를 제외한 나머지 어미가 포함된다. 보문자에 의해 이끌어지는 내포문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주격조사 ‘이/가’만 허용한다. 예문 (6)의 ‘비가’와 ‘철수가’가 그러한 예이다.
(7) ㉮ 비가 오니 풀이 잘 자란다.
㉯ 이 소는 누르고 저 말은 검다.
예문 (7)은 두 문장이 연결어미에 결합됨(이어짐)으로써 복합성을 띤 문장이 된 것이다. ㉮는 종속성을 띠었고, ㉯는 대등성을 띠었다. 대등성을 띤 복합 문장은 반드시 같은 성질의 문장형태끼리만 연결된다.
선행절의 서술어가 형용사로 되어 있으면 후행절의 서술어에도 형용사가 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종속성 문장에서는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날씨가 따뜻하니 꽃이 핀다.’에서, 선행절은 그 서술어가 형용사이나 후행절은 자동사로 성격이 다른 문장끼리 결합되어 있다.
㉮는 인과관계를 생각하여 선행절이 종속절이 되고 후행절이 주절이 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선행절이 후행절의 한 성분인 ‘자란다’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선행절을 ‘자란다’의 부사어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서 선행절이 후행절의 한 성분 ‘잘’을 꾸미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풀이 자랄 수 있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가 오니’를 ‘잘’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장은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됨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선행절과 후행절의 순서를 바꿀 수 없다.
문장 ㉯는 선행절과 후행절이 동등한 자격으로 나열된(이어진) 것이다. 선·후행절이 인과관계나 시간의 선후에 따라 배열된 것이 아니라 화자로부터의 거리만 차이가 날 뿐, 누른 소와 검은 말은 같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선행절과 후행절의 순서를 바꾸어 ‘저 말은…… 이 소는……’이라고 말해도 의미에는 변동이 없다. ‘소’를 ‘말’보다 먼저 내세우는 것은 화자와의 거리보다 ‘소’가 ‘말’보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더 선호의 대상이 되는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의 통사현상 가운데는 문장의 테두리 안에서는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8) 먹어요.
(8)은 문장의 한 단편인 서술어만으로 구성된 말이다. 먹으면 먹히는 대상이 있고 먹는 주체가 있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을 분명히 지적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이 말이 나타나는 이야기를 고려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이 문장이 ‘아버지:영숙아, 너 지금 점심 먹니?’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나타날 때에야 비로소 숨은 성분을 지적해 낼 수 있다. 아버지의 말에 대한 답변이므로 주어는 ‘저는’이고 목적어는 ‘점심’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 가운데서만 그 의미나 기능이 정확히 파악될 수 있는 것으로는 상대높임법·특수조사·지시어 등을 들 수 있다. →문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