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법의 정의에 ‘화자의 청자에 대한 태도’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최근 후자를 문체법 또는 문장 종결법이라고 하여 서법에서 분리시켜 다룬다. 서법에는 화자가 명제(문장)의 내용을 현실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서실법(敍實法, fact-mood), 비현실적·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서상법(敍想法, thought-mood), 동작을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서의법(敍義法, will-mood) 등이 있다. 서실법과 서상법은 무의지적 서법으로 포괄할 수 있고, 서의법은 의지적 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지적 서법은 문체법에 포함되어 설명되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무의지적 서법만 다루기로 한다. 무의지적 서법에는 직설법·회상법·추측법·원칙법·확인법의 다섯 가지가 있다.
직설법의 형태는 체계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해라체의 의문형(‘하느냐’)과 합쇼체의 평서형(‘합니다’)·의문형(‘합니까’)에서만 명확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경우의 ‘-느-’와 ‘-니-’가 직설법인데, 이들은 ‘하더냐, 합디다, 합디까’ 등의 어형과 비교함으로써 확인된다.
나머지 경우는 형태가 뚜렷하지 못하다. 어말어미 자체가 직설법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직설법은 평서형·의문형·감탄형에서만 확인된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는-’을 대표형태로 잡는다. ‘-느-’는 관형사형에도 나타난다(하는→하+느+ㄴ). 직설법형태소 ‘-느-’는 화자가 청자에게 말을 할 때 발화시점에서 명제의 내용을 단순히 생각할 때 쓰이는 것이다.
발화시점을 표준으로 한다는 것은 경험시를 표준으로 하는 회상법과 대립됨을 의미하고, 단순히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상념이나 의도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회상법은 직설법과는 달리 거의 모든 존비법과 품사에 걸쳐 확인된다. 종결형뿐 아니라 연결형에서도 실현되고(‘하더니·하던들’), 관형사형에도 나타난다(하던→하+더+ㄴ). 회상법은 합쇼체에서 ‘-디-’로 나타나는 일도 없지 않으나(‘합디다’), 대부분 ‘-더-’로 실현된다. 따라서 대표형태는 ‘-더-’로 잡는 것이 좋다. 회상법도 평서형·의문형·감탄형에서만 확인된다.
회상법 ‘-더-’의 의미는 직설법 ‘-느-’와 비교하여 파악하는 것이 좋다. “철수는 오늘 부산에 간다.”의 예문이 발화시점 ‘오늘’을 중심으로 화자가 명제의 내용을 단순하게 생각함에 대하여, “철수는 어제 부산에 가더라.”의 예문은 경험시점 ‘어제’를 중심으로 역시 명제의 내용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다.
직설법과 회상법은 기준시점이 발화시냐 경험시냐의 차이만 인식되고,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객관적·현실적이라는 점은 공통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직설법과 회상법은 서실법으로 묶일 수 있다.
현대어의 추측법은 직설법이나 회상법만큼 생산성 있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전기국어를 대상으로 하면 모든 존비법에 걸쳐 추측법이 확인된다. ‘하리라, 하리, 하리다, 하오리다’ 등의 어형은 평서형에 나타나는 추측법으로서 ‘-리-’가 확인된다.
따라서, 추측법의 대표형태는 ‘-리-’로 잡는다. 추측법은 원칙적으로 평서형과 의문형(하랴→하+리+아)에서만 나타나고, 감탄형에서는 고유한 형식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추측법의 중요한 의미는 화자가 발화시의 일을 추측하거나, 발화시 이후의 일을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가 일인칭일 때는 “이 사람들을 모셔다 드리고 오리다.”에서 보듯이 욕구나 의향의 의미가 파악된다.
형용사나 지정사에서는 추측의 의미만 나타난다. 추측법 ‘-리-’가 과거시제의 ‘-었-’과 통합되면(하였으리라) 시제적 의미는 사라지고, 추측의 의미만 파악된다. 추측법은 화자가 사태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므로 서상법이라 말할 수 있다.
원칙법의 형태는 ‘-니-’로 실현된다. 원칙법은 다른 서법과는 달리 평서형에서만 확인된다. 원칙법은 ‘하느니라, 하더니라’에서 보듯이, 원칙적으로 직설법과 회상법에 후행한다. 원칙법은 화자가 사태를 불변적·기정적인 것으로 파악하여 알림으로써 청자의 주의가 그것에 집중되기를 바랄 때 쓰인다.
확인법은 분포가 퍽 제약되어 있다. 해라체의 평서형에서만 나타난다. ‘하것다’에서는 ‘-것-’이 확인되고, ‘하렷다’에서는 추측법 ‘하리라’와 비교하면 ‘엇’이 분석된다. 확인법은 직설법과 추측법 아래 나타난다.
확인법은 화자가 심증과 같은 주관적 믿음(경험)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지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백과 같은 말투에서 많이 쓰인다. “오후에는 눈이 오렷다.”와 같은 표현은 관상대에서 발표한 정보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구름의 이동이라든가 자기 자신의 어떤 느낌에 근거할 때 사용되는 것이므로, 다른 경험을 접하면 자신의 믿음이 취소될 수 있다.
원칙법과 확인법은 서실법(직설법·회상법)과 서상법(추축법)에 후행하여 객관적 내지 주관적 믿음에 따라 사태를 확인·강조하는 기능을 가졌으므로 강조법으로 묶을 수 있다. 화자가 사태를 객관적·주관적·강조적으로 파악하는 태도가 일정한 선어말어미에 의해 나타나므로 이들은 서법이라는 문법범주를 형성하는 것이다.
선어말어미에 의한 이러한 서법범주는 화자가 청자에게 일반적으로 행동의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 가지 서법은 무의지적 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문체법 가운데서 약속평서형·명령형·청유형·경계형은 화자가 청자의 행동을 제어하므로 의지적 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지적 서법은 항상 어말어미로 표시되며, 통합되는 품사도 동사에 국한된다.
중세어의 서법체계도 현대어와 크게 다름이 없으나, 분포 및 형태상의 차이가 심하다. 서실법에는 부정법·직설법·회상법이 있고, 서상법에는 추측법과 추측회상법이 있다.
부정법이란 특정한 형태소가 개입되지 않고 용언의 동작류에 따라 시제가 결정되는 무표적인 영형태(∅)를 가리킨다. “大王ᄋᆞᆯ 보ᅀᆞᄫᆞ라 오ᅌᅵ다(월인석보 8:90)”에서는 ‘-ᄂᆞ-’, ‘-더-’, ‘-리-’ 등 시상과 관련된 선어말어미가 나타나 있지 않지만, “대왕을 보러 왔습니다” 정도로 해석되는 문장으로, 이렇게 동사가 서술어로 쓰였을 때는 부정법이 과거를 나타낸다.
중세어의 직설법은 현대어 직설법 선어말어미 ‘-느-’의 직접적인 소급형을 가리킨다. 동사에서는 ‘-ᄂᆞ-’에 의해, 형용사와 지정사에서는 무표적인 ‘∅’에 의해 표시된다.
회상법은 현대국어 회상법 선어말어미 ‘-더-’로 이어지는데, 중세어에서는 회상법 형태 ‘-더-’가 지정사와 추측법의 ‘-(으)리-’ 뒤에서는 ‘-러-’로, 선어말어미 ‘-오-’가 통합되면 ‘-다-’로 실현된다.
서상법의 두 부류 중 하나인 추측법은 중세어에서 ‘-(으)리-’로 실현되며, 추측회상법은 추측법과 회상법의 복합으로 ‘-(으)리러-’로 실현된다.
현대어는 시제표시의 형태소가 따로 있어 서실법과 서상법을 바탕으로 시제를 표시하나, 중세어는 서법형태가 시제표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부정법은 과거, 직설법과 회상법은 현재, 추측법과 추측회상법은 미래를 표시한다. 이 밖에 부차적인 서법으로 원칙법·확인법·감동법이 있다.
원칙법 ‘-니-’는 직설법·회상법뿐만 아니라 추측법과 확인법에도 후행하여 현대어보다는 분포가 넓다.
확인법은 현대어보다 훨씬 넓은 분포에서 나타난다. 현대어의 확인법은 ‘-것-’과 ‘-엇-’인데, 중세어는 ‘-거-, -어-, -나-’와 ‘-과-’ 등으로 분기되어 있다. ‘-거-’는 비타동사에, ‘-어-’는 타동사에, ‘-나-’는 동사 ‘-오-’에 각각 통합된다. ‘-과-’는 ‘-거-’에 화자표지의 선어말어미 ‘-오·우-’가 화합된 것이다. 현대어의 확인법은 평서형에 국한되는데, 중세어는 평서형뿐만 아니라 의문형·명령형·연결·관형사형에까지 분포되어 있다.
현대어는 감탄의 의미가 대부분 어말어미에 의해 표시되는데, 중세어는 선어말어미에 의해 나타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감동법이란 새로운 이름이 붙을 수 있다.
감동법의 선어말어미에는 ‘-옷-’, ‘-돗-’, ‘-ㅅ-’이 있다. 이들은 나타나는 환경이 서로 다르다. 평서형과 의문형에서는 물론, 명령형과 연결형에서도 나타난다. 의미의 양상도 매우 복잡하여 주체가 비일인칭일 때만 정감적 의미가 파악되고, 나머지 경우 주관적 믿음에 관련된 의미가 지배적이다.
방언의 서법은 제주도 방언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 제주도 방언에는 공통어와 같이 직설법·회상법·추측법 등이 존재한다고만 보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