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1959년 김춘수가 춘조사에서 발행한 시집이다. 총 127면에 ‘릴케의 장(章)’, ‘꽃을 위한 서시(序詩)’, ‘나목(裸木)과 시(詩)’, ‘소묘집(素描集)’, ‘구시첩(舊詩帖)’이란 주제의 5부로 나뉘어 3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꽃의 소묘(素描)』(백지사, 1959)가 발간된 뒤 몇 달 만에 나온 시집이다. 여기에는 『꽃의 소묘』에 실려 있었던 시들이 모두 재수록되는데, 그중 시 「그 이야기를……」와 『사상계』 45호(1956.7.4.)에 실렸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일부만 삭제되어 실린다.
김춘수는 이 시집의 「후기」(1959년 11월 10일로 표기)에서 자신의 제3시집 『기(旗)』(문예사, 1951)를 낸 지 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이 시집을 묶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상당히 변모했다는 그것”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 중 “〈꽃을 위한 서시〉편이 비교적 오래된 것이고, 그 다음이 〈소묘집〉, 〈나목과 시〉, 가장 최근의 것들이 〈릴케의 장〉인데, 역시 이렇게 일람표를 만들어 놓고 보니 신생관이나 시작법이 모두 한 과정, 한 과정을 걸어 왔다는 나는 나대로의 감회가 없지 않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시집 발간을 계기로 “나는 이제 시를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표제작인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릴케의 장'에 실려 있으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 「꽃」과 「꽃을 위한 서시」는 ‘꽃을 위한 서시’ 표제 항목에 실려 있다.
이러한 시집의 구성과 작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시집은 김춘수가 존재와 언어의 문제에 대한 통찰에서 ‘무의미’의 시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가 사회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알려준다. 헝가리 사태를 소재로 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등의 시에서 나타나듯, 이 시집에서 그는 당대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이념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인간의 자유에 대한 휴머니즘적 통찰을 수행한다. 이 시집 이후 발간된 『타령조 기타(打令調其他)』(문화출판사, 1969)에서부터 김춘수는 ‘무의미 시’의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 시집은 김춘수 시인이 전후 존재론적 언어의 탐색에서 ‘무의미시’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에 발간된 시집이다. 이 시집은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전후 시인의 실존적 언어에 대한 시적 인식의 극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당대 현실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는 양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이다.